[文 정부 대북정책④] ‘북한’ 출신 이유로 임금 깎고 여자라서 또 깎아... 인권사각지대 여성 탈북민
[文 정부 대북정책④] ‘북한’ 출신 이유로 임금 깎고 여자라서 또 깎아... 인권사각지대 여성 탈북민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3.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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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10명 중 7명 여성… 남성보다 평균 임금 100만 원 낮아
취업 현장선 차별 심각… 동일 노동했지만 저임금
“탈북민 여성 인권 보호 법제화 필요”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모자가 숨진 지 수 개월 만에 발견됐다. 집에는 식료품 하나 제대로 없었다.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넘어왔지만, 배제와 가난의 늪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탈북’과 ‘여성’이라는 지위는 한국에서 많은 핸디캡을 지닌다. 정착 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마주하는 취업난과 사회적 편견은 ‘복지사각지대’를 키우는 주범이 되고 있다.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생계비 지원 등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다. 탈북민들 사이에선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4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리조트에서 근속기간 5년 이상 탈북민 취업자를 대상으로 직장 직무능력 교육을 하고 있다.(남북하나재단 제공)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4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리조트에서 근속기간 5년 이상 탈북민 취업자를 대상으로 직장 직무능력 교육을 하고 있다.(남북하나재단 제공)

■ 탈북민 10명 중 7명 여성… 임금은 남성의 60%

2019년 9월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 3248명에 이른다. 이중 여성은 2만 3951명으로, 전체 75%에 달한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접경지역 입국 인원은 감소 추세지만, 탈북민은 연간 1100~15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탈북민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대책은 바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남한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 1순위로 ‘취·창업 지원(26.4%)’이 꼽혔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괴리감이 컸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저조했다. 성별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남성은 27.3%로, 여성 41.4%과 차이를 보였다.

월평균 소득은 여성이 남성보다 100만 원가량 낮았다. 탈북 남성은 277만원 인데 비해 여성은 175만원에 그쳤다. 직장 근속 연수도 짧았다. 임금근로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근속 연수는 1년 미만이 전체의 63.1%에 달했다. 탈북민 여성 10명 중 6명은 1년 만에 직장을 그만 둔 셈이다.

정부는 그간 탈북민 여성들의 취업난을 해소하고자 여러 대책을 내놨다. 통일부가 2007년 하나원에 도입한 ‘기초직업적응훈련’ 과정은 취업 대책의 뼈대를 이룬다. 이 과정은 “개인 직업선호도를 반영해 현장체험 중심 실습형 교육으로 직업정보 제공 및 올바른 진로탐색 기회 제공”이 주된 목적이다. 산하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은 전국 25개 하나센터와 협력해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한다. 탈북민의 구인구직을 위해 동행 면접, 상담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기초직업적응훈련 중 여성 프로그램은 정밀기계 측정과 전자부품조립, 귀금속장신구 제작, 홈패션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탈북민의 개인화와 직업 선택이 넓어졌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탈북민 기초 직업훈련교육과정 실효성 문제는 매년 지적되고 있다. 직업교육훈련을 이수한 탈북민 여성의 50.7%는 ‘수료한 분야에서 일한 적 없다’고 응답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서(27.9%)’, ‘훈련받은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17.6%)’ 등이 이유로 꼽혔다.

과거 하나원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김수진(38·가명) 씨는 “정부가 진행하는 직업 훈련 교육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을 수행하는 정도였다”며 “당장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교육 프로그램을 참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박지현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보고서 ‘북한이탈주민 취업현황분석을 통한 취업교육 과정 개발(2019)’을 통해 “탈북민은 삶의 질 관점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취업과 이직의 이유도 변하고 있다”며 “적성과 고용안정 및 차별에 대한 교육 개선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일부는 ‘2020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시행계획’을 통해 기업 고용지원금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을 내놨다. 직접적인 고용지원금으로, 탈북민을 인턴으로 뽑는 기업에 3개월 동안 40만 원씩 지원하고, 인턴을 종료한 탈북민에겐 취업 장려금 80만 원 지급 등이 눈여겨 볼 만하다. 

7월에는 총 84억 원을 들여 하나원 직업교육관을 개관한다. 직종별 심화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운다. 그중 여성 취업이 용이한 요리와 수선, 기계, 사무행정 등 22개 직종을 추려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탈북민은 직업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남한으로 넘어 온 탈북민 이수향(30·가명) 씨는 “탈북민 취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정부 대책을 활용하되, 스스로 자격증 취득과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취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원에서 직업교육훈련을 받은 후 해당 분야 미근무 이유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싶어서(28.8%)'로 가장 많았다. 같은 응답으로 여성은 27.9%로 나왔다.
탈북민은 하나원에서 직업교육훈련을 받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싶어서(28.8%)'가 가장 많았다. 같은 응답으로 여성은 27.9%로 나왔다.

■ ‘북한’ 출신 이유로 임금 깎아

어렵게 취업 관문을 통과해도 문제는 남는다. 사회적 인식과 배제가 바뀌지 않는 한 탈북민의 생활은 개선될 여지가 난망하다. 제도적 차별은 상당 수준 개선됐지만, 사회 곳곳에서 만연한 불합리와 편견은 취업 활동에 큰 장애로 꼽힌다.

“(세무사 사무실 월급이) 105만 원으로, 너무 형편없이 적었어요. 다른 직원은 150만 원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나도 회계 2급, 기업회계 1급 자격증이 있는데 말이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낸 ‘북한이탈여성 일터 내 차별 및 괴롭힘 실태조사’에서 탈북민 여성 A 씨가 한 말이다. 취업 후에도 ‘북한’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각종 차별과 괴롭힘은 다반사였고, 회사에서 다른 직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일도 존재했다.

2012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B 씨도 국내에서 전산회계 1급, 한글 자격증, 중국어 회화 등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사에서 받은 급여는 애초 구직 정보와 크게 달랐다. 직업교육학교에서 알선 한 회사 연봉과 40~60만 원가량 차이가 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에서 탈북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37%에 달했다. 이 중 41.4%는 혼자서 참는 등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차별과 괴롭힘을 북한에서 발생했을 땐 해결 가능성이 높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탈북민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들의 처우 개선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시민단체에서 여러 논의가 이뤄지지만, 시혜적인 차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탈북민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탈북민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단순히 생계비 지원뿐만 아니라 미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나원의 직업훈련 질적 제고는 물론, 사회 저변에 깔린 차별 근절 등이 시급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진단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인권위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3년마다 탈북민 보호 관련 사회통합 및 인식개선에 관한 사항을 기본 계획으로 수립하고 있지만, 직업훈련이나 취업 알선 등 과정에서 차별 내용을 개선하는 규정은 없다”며 “‘북한이탈주민법’에 인권 보장과 보호 규정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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