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뒷담화] KCGI 장기전 돌입, 과연 승산이 있을까?
[재계 뒷담화] KCGI 장기전 돌입, 과연 승산이 있을까?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3.3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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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황' 지울 수 없는 낙인, 평가는 내부가 정확?
'전문경영인'으로 부인 당한 '전문성', 꺼내들 카드는?
'행동주의'와 '먹튀' 사이, 불식시키지 못한 의구심
지난달 20일 강성부 KCGI 대표는 보기 드물게 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가지며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결과는 7:0이었다. 사진=김서화 기자
지난달 20일 강성부 KCGI 대표는 보기 드물게 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가지며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결과는 7:0이었다. 사진=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를 상징하는 KCGI의 시도에 ‘완패’란 글자가 기록됐습니다. 그럼에도 KCGI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고 말하지만 과연 장기전이 KCGI에 승산이 있는 걸까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황' 스노우볼, 언제까지 품고 갈까

지난주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 측의 지분은 약 40%, KCGI를 포함한 3자 주주연합은 약 29%였습니다. 이날 사내·외이사의 찬성 비율을 보면 조 회장측 후보는 55~56%, KCGI측 후보는 44~45%였습니다. 둘 다 가진 것 이외 15% 정도의 표심을 더 얻었습니다. 찬반이 이미 정해진 싸움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내세웠던 KCGI 명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품는 순간 세간의 시선에서 많이 퇴색돼 버렸습니다.

KCGI는 지난달 20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확약을 받았다”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는 없을 것이라 말했지만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같은 날 한진그룹이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이사회와 대표이사를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 전 부사장을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반박했고 조 전 부사장을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의 대외 이미지에도 결정적 타격을 입힌 인물이다”며 ‘이제는 남이다’고 선을 그어 버렸습니다.

한진그룹이 ‘갑질오너’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된 건 조 전 부사장이 굴린 ‘스노우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을 잡은 게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한진그룹의 최대 계열사,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지난 4일 입장문에서 “2019년부터 이어져온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KCGI와 현재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3자연합 결탁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비판하여 왔습니다”며 일찌감치 조원태 회장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는 조 전 부사장의 진심을 믿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전문경영인 체제가 조 전 부사장이 배후에 위치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돌 정도였습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KCGI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전무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에어버스와의 리베이트 관련 임직원 사퇴를 요구한 것도 조 전 부사장이 잃을 것 없기에 낼 수 있는 목소리란 평이 있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내부 인식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사진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조현아 전 부사장 관련 글. 사진=블라인드 캡쳐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내부 인식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사진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조현아 전 부사장 관련 글. 사진=블라인드 캡쳐

■‘전문경영인 체제’를 인정받지 못한 ‘전문경영인’들

명분도 부족했지만 전문성도 부족했습니다. KCGI와 3자 주주연합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등 7명의 등기이사와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를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이들은 한진그룹 개선을 위한 카드가 되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조원태 회장 등 한진칼의 새로운 경영진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했지만 3자 주주연합 후보는 "대대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의 지배구조연구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배구조원은 3자 주주연합의 후보 7명에 대해 보두 '의결권 불행사'를 권고했습니다. KCGI가 가장 앞세워 내세웠던 전문성이 부인 당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한진그룹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에 대해 찬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3자 주주연합 측을 대표한 후보였던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SK텔레콤 경력을 바탕으로 IT사업과의 융합을 내세웠지만 이미 앞서 카카오와 대한항공 제휴가 결정됐기에 빛 바랬습니다.

전문성에 대한 신뢰부족은 한진칼 표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달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이 발표한 송현동 부지 매각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에 대해 “자신들이 제안했던 내용”이라고 말할 뿐 그 외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조 회장이 선수를 치자 금방 패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야심차게 지적했던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과도한 부채도 항공·물류 사업의 특수성이란 주장에 묻혀 버렸습니다. 전문성을 내세운 3자 주주연합은 이후 네거티브 전에 돌입합니다.

■‘행동주의’와 ‘먹튀’사이, 계속된 불신

가장 큰 원인은 지우지 못한 KCGI ‘먹튀’ 시선입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강성부 대표는 “KCGI는 엘리엇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사모펀드와 달리 펀드만기가 14년”이라며 “락업(보호예수) 기간도 10년이라 먹튀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월에서 3월 사이 설립된 KCGI 2호와 3호, 4호 펀드는 만기가 3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호와 5호가 10년인 것과 달랐습니다.

지금 한진칼 주식은 주당 7만 원에 이르고 KCGI의 수익은 이미 충분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수는 945만7252주, 주당 3만 원의 차익만 계산해도 2837억 원의 차익을 얻었습니다. 가장 최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KCGI는 1108만8430주를 보유해 지난해보다 163만1178주를 더 매입했습니다. 주당 7만 원이라 생각해도 1141억 원입니다. 3년 후 주주 중 일부가 이를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KCGI에 먹튀논란은 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런 지적에 KCGI는 “1호 펀드는 만기가 최장 14년이고 나머지 펀드들은 1호 펀드와 출자자가 일부 겹쳐 연장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연장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KCGI의 진심이 무엇이든 ‘먹튀’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대한항공 주식을 사라’고 말한 내용도 KCGI에 그대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한진칼의 경영개선은 어디까지나 대한항공이 주축입니다. 그렇다면 KCGI도 대한항공 지분 매입을 통해 충분히 시도할 만합니다. 다만 2018년 8월 KCGI가 1호 펀드를 만들 당시 한진칼 지분은 대한항공보다 1만 원 가량 저렴했습니다. 오히려 델타항공이 처음 한진칼 지분 매입을 공시한 2019년 6월에는 한진칼 지분이 주당 1만 원 가량 더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이유는 아마 KCGI와 같을 것입니다. 델타항공이 더 진심이라고 봐도 될까요.

KCGI의 진심을 믿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꿈과 이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건 서툴렀던 것 같습니다. KCGI가 순진했던 걸까요,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에 때가 묻은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냉정하지만 정확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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