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친서 외교’ 난관 봉착… “당분간 냉각기”
북미 ‘친서 외교’ 난관 봉착… “당분간 냉각기”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3.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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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무성 담화 “우리길 갈 것… 대화 의욕 접어”
북미 간 ‘친서 외교’, 방역보다 대화에 염두에 둔 것
“서로 새로운 제안 나와야 대화 임할 것”
북한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현지지도를 했다고 22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북한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현지지도를 했다고 22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협력을 위한 북미 간 ‘친서 외교’가 전개됐지만, 여전히 대화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 태도 불변과 북한의 강경한 태도가 얽히면서 교착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입장은 지난 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확인된다. 외무성은 “우리의 길을 가겠다”며 “미국은 때 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북한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폼페오의 망발을 통하여 내가 다시금 명백히 확인”했다며 “대화의욕을 더 확신성있게 접었으며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되돌려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은 데 따른 비판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미관계는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5개월여 동안 ‘깜깜’ 무소식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외교와 대북지원 의사 표명으로 관계 개선에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미관계가 당장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보면서도, 친서 외교에 드러난 북한의 숨은 의도에 주목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문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장 동지와 훌륭했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은 판단이고 옳은 행동이라고 보며 응당 높이 평가”한다면서 ”개인적 친분관계를 다시금 확언하면서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 간 실질적인 방역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은 이달 들어 네 차례나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북한의 담화는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김여정이 비핵화의 ‘공정성’을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과거 방식으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친서를 주고받더라도 미국이 (제재완화 등)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관계가 풀릴 것 같다”고 짚었다.

 

북한 보건 당국이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조선중앙통신 제공)
북한 보건 당국이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조선중앙통신 제공)

■ “北, 친서 통해 글로벌 방역 선전”

북한의 친서 외교는 전염병 확산과 외교적 고립 등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계산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번 담화문을 통해 코로나19 협력뿐만 아니라 향후 북미관계, 두 나라의 지도자 친분 등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친서 발송 여부를 답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방역 지원만 언급했다. 감염병 대처와 함께 내부에선 치열한 외교적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6일 낸 ‘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의 배경과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북한의 행보에 대해 “글로벌 감염병 극복을 위한 협력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트럼프 친서를 공개한 김여정 담화 하루 전인 지난 21일 세계보건기구의 발언을 들어 “방역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걷잡지 못하는 전염병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 못한데 대하여 놀라움”을 표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북한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국에는 한 명도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회주의 보건 체계를 치켜세웠다.

김여정 부부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역 지원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보고 방역 부문에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자국의 최고 지도자는 방역과 함께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를 심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성기영 책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담화에서 북미 정상의 개인적 친분과 북미 양국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냉정하게 구분했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 구도가 짜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대화 재개를 추진하기보다 향후 재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코로나19 사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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