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진국’은 허구였다... 코로나19에 드러난 허상들
[기자수첩] ‘선진국’은 허구였다... 코로나19에 드러난 허상들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4.0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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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한국 진단키트·방역체계·보건의료 관심 ↑
코로나19로 선진국 신화 무너져… 유럽 곳곳서 사재기 만연
세계 경제 10위권 한국, 신화 같은 ‘선진국’ 담론 벗어나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날보다 확진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아보는 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터라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올바른 손 씻기, 마스크 착용뿐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자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신규 환자가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날에는 ‘코로나 공포’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하지만 한 달여 지난 지금 확진자는 100명 안팎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구·경북(TK) 지역을 비롯해 신천지 교인의 확진자가 줄면서 대규모 집단 감염은 일정 부분 통제되는 양상이다.

한국은 사태 초기 주변국으로부터 ‘입국 제한’이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어느새 방역 ‘모범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진단키트의 신속한 개발과 의료진의 헌신,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인의 발길을 막았던 나라들은 역으로 우리 정부에 ‘코로나 SOS’를 보내고 있다. 이미 120여 개 국가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배우겠다고 한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화상·전화 외교’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부터 보름가까이 15개국의 정상과 통화하며 방역 협력을 약속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G20(주요 20개국)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G20(주요 20개국)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선진국’들의 방역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일 현재 33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사회적 동요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내 총기 구매 관련 신원 조회는 지난 3월 기준 370만 건으로 FBI 신원 조회 제도 이래 가장 많았다.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총기류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화장지조차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책임을 돌렸고, 일부 인종주의자들은 폭력을 휘두르며 소수자의 인권을 짓밟았다.

과거 세계 패권을 누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방역 시스템은 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었다. 6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각각 13만 명, 12만 8000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정부는 주민들의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지만,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재난을 맞았다. 사람들의 이동은 제한되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허약해졌다. 누구나 ‘비상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대다. 

한편으론, 선진국은 모든 게 배울 점이고, 국민들의 삶은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선진국 담론’에 의문이 제기된다.   

‘선진국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다. 사회학자 김종태 박사가 쓴 이 책은 박정희 체제 이후 지배 담론으로 군림한 선진국의 허구성을 파헤쳤다. 저자는 선진국 담론은 지배층의 동원 전략의 일환일 뿐, 실질적인 국민의 삶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지배층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허리를 졸라매야 한다고 선전했다. 조금만 힘을 내면 우리도 ‘선진국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이 그것이다. 한국사회는 자연스럽게 서구중심 문화와 가치를 신봉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 ‘선진국’들은 체면을 구겼다. 국민들은 우왕좌왕했고, 지도자의 리더십은 부재했다. 방역 시스템 하나로 한국이 초일류 국가로 부상했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던 선진국 담론이 신화에 가깝다는 의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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