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매각의 역사, OB맥주에서 두산솔루스까지
두산그룹 매각의 역사, OB맥주에서 두산솔루스까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4.0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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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KFC, OB맥주 등 매각하며 소비재 기업 탈피 시도
한국중공업 등 연이은 기업 인수…두산밥캣 부진에 두산건설 '설상가상'
HRSG, 공작기계, 두산DST 등 알짜 사업 매각…최근 두산솔루스까지
두산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중화학 공업으로의 변화를 주요 계열사를 매각으로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그룹 위기를 알짜 계열사 매각으로 대처해왔다. 사진=두산 홈페이지
두산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중화학 공업으로의 변화를 주요 계열사를 매각으로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그룹 위기를 알짜 계열사 매각으로 대처해왔다. 사진=두산 홈페이지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두산그룹에 또 매각설이 돌고 있다. 이번엔 두산솔루스다. 그간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하며 그룹 살리기에 나섰지만 신통치 않았던 두산그룹이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두산그룹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중화학 사업이 아닌 소비재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었다. 코카콜라, KFC, 버거킹, OB맥주, 네슬레, 코닥, 3M 등 지금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소비재 브랜드들이 두산그룹 소속이었다.

소비재 기업은 대중들의 인식에 따라 매출이 급등과 급감을 겪기도 한다. 두산그룹에게 1991년 있었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은 그룹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킬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낙동강 페놀 사건은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당시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 탱크에 연결된 파이프 파열이 원인이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수돗물 불신 분위기에 아마도 한몫 했을 사건이다.

이로 인해 당시 맥주 시장 1위를 기록하던 OB맥주가 추락하게 된다. 당시 광고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당해 1분기 전체 맥주량의 69%를 차지했던 OB맥주는 3개월 만에 55%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1996년 조선맥주와 OB맥주의 점유율 논란을 보면 적어도 OB맥주는 1991년 이후 50% 이상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맥주 점유율 논란이 계기가 되진 않았겠지만 이 시기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미래를 두고 고민을 점점 소비재 사업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1997년 콜라사업 부문을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 양도한데 이어 1999년 OB맥주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긴다. 이어 2001년에는 남아 있는 50% 지분 중 45%를 네덜란드 홉스에 팔았다.

코라콜라를 보면 1999년 영업이익 300억원의 적자에서 2000년 89억원, 2001년 21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OB맥주 또한 같은 기간 82억원, 58억원, 422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그리고 OB맥주를 완전히 털어버린 2002년에도 455억원의 흑자였다.

코카콜라와 OB맥주 실적은 아까울만 하지만 1996년 그룹 부채비율 688%로 재무적 압박이 심했다. 또 여전히 논란이지만 “이대로면 3개월 안에 그룹이 망할 수도 있으니 OB맥주 매각도 검토해야 한다”는 맥킨지 앤 컴퍼니의 컨설팅도 그룹 체질을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줬다.

다행히 2001년 한국중공업을 특혜 의혹까지 받아가며 싸게 인수한 건 경영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이익잉여금 -562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지만, 매각 당해까지도 매출액 2조4684억원, 영업이익 931억원을 기록한 만큼 3057억원에 매수한 건 남는 장사였다. 또 한국중공업 매출 중 41%를 차지하고 있던 발전사업 부문은 이후 두산그룹의 주요 사업이 된다.

인수 대상은 한국중공업뿐만이 아니다. 2003년 고려산업개발, 2005년 대우종합기계, 2005년 미국 AES의 미주지역 수처리사업,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과 루마니아의 IMGB, 2007년 잉거솔랜드의 밥캣(!),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 2011년 독일 AE&E 렌체스, 2014년 클리어엣지파워 등 중화학 공업을 위한 인수는 이어졌다.

체질 변화는 성공했다. 다만 재무적 상황은 반복됐고 특히 밥캣이 문제였다. 2014년 두산밥캣은 매출액 61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실적이 나아진 건 지난해부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을 인수에 사용한 차입금만 6조982억원이며 여기에 부채까지 떠안은 인수였으니 향후 10년은 호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두산밥캣이다.

문제는 두산밥캣 부담에 두산건설 부진이 겹쳤다는 점이다. 두산건설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두산밥캣과 두산건설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리자 두산 경영진은 또 다시 매각카드를 꺼낸다.

매각카드로 꺼낸 사업부서들은 모두 알짜배기 사업으로 여겨진다. 2016년 두산건설은 제네럴일렉트릭에게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를 3000억원에 매각한다. 2015년 해당 사업부 매출액은 2300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이었다. 이 사업부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넘겨준 것이었다.

같은 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8억원에 매각한다. 당시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322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7.2%를 차지했다.

또 2016년 두산DST도 한화에 3538억원으로 넘겼다. 두산DST 2015년 매출액 6932억원, 영업이익이 408억원이었다. 이 세 사업부의 매각이 1년 내 결정이 됐다.

그럼에도 두산그룹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다시금 알짜배기 사업 매각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두산건설 매각이 어려워지자 두산솔루스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매출액 448억원에 영업이익 209억원으로 굉장히 알짜다.

두산그룹 내에서도 두산솔루스가 알짜인 걸 모를리가 없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두산솔루스가 전개하고 있는 “aETL은 중소형 및 향후 대형 OLED 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다”며 “2020년은 매출액 3335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알짜 계열사의 매각 카드는 사실 더 나올 카드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두산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이미 2014년부터 90% 이상을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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