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4연패’ 통합당, ‘냉전 보수’의 몰락
선거 ‘4연패’ 통합당, ‘냉전 보수’의 몰락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4.1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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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잡기만 한 미래통합당, 국민들이 가혹하게 심판
냉전·반공주의 매몰… 남북관계 개선 해법 제시 못해
정부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규정… ‘사회주의’ 비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며 “지난 20일 성원해주신 것 마음에 간직하겠다”고 말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며 “지난 20일 성원해주신 것 마음에 간직하겠다”고 말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4·15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더불어시민당) 포함 180석을 차지한 가운데, 그간 냉전·반공주의를 표방한 미래통합당의 정치력이 수명을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정권 후반기 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 불렀지만, 이 공식은 처참히 깨지고 말았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보수 야당에 대한 가혹한 심판이었다. 미래통합당은 2016년 총선을 비롯해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에 이어 이번 21대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 늪에 빠지게 됐다.

21대 총선 결과는 역대 선거중 최악의 성적표다.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이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어 나름 선전했지만, 이번처럼 지역구에서 100석도 못 건진 경우는 처음이다.

결국 ‘국난극복’ ’국정안정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심판론‘ ’견제론‘을 내세운 미래통합당에 ’역대급‘ 압승을 거둔 셈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특정 정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한 것은 전례가 없다.

정치권에선 코로나19가 선거 양상을 크게 흔들었다고 분석한다. 전염병 확산이라는 세계적 재난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커 통합당이 공식 선거 운동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냉전·반공주의에 매몰된 통합당의 낡은 선거 프레임이 표심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대국민 호소를 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황교안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대국민 호소를 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미래통합당은 출범 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장평화’로 폄훼하기에 바빴다. 제1야당임에도 북핵 위기와 분단체제 극복에 대해선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북 쌀 지원이 한창이던 작년에는 ‘북한 퍼주기’ 프레임을 내걸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 색깔론으로 공격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에는 탄핵으로 ‘정치적 수명’을 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공개해 보수결집을 유도했다. 민주당이 이를 비판하자 황규한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같은달 5일 입장문을 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나오니 어지간히 두려웠던 모양이다”고 맞섰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박근혜 석방론’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68.2%에 달했다. 그만큼 통합당이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얘기다.

선거 프레임 자체도 낡았다. 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연일 ‘일당독재’ ‘사회주의’ 등의 구호를 쏟아냈다. 유권자의 주목을 끌 만한 주장이라 볼 수 없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2019 세계 언론자유지수 41위)’가 어느 때 보다 신장했고, 대통령 비판에도 정권 차원의 정치적 탄압이 없는 시기임에도 통합당은 줄곧 ‘독재’라는 딱지를 붙였다. 북한의 권력 세습을 연상케 한 이 프레임은 ‘정치 혐오’를 키웠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19로 정부를 매몰차게 비판한 것도 뼈아픈 실책이다. 통합당은 아직도 코로나19 사태를 ‘우한 코로나’라고 부르며, 정부의 방역 대책을 ‘실패’라고 비판한다. 선거 기간에는 “무능하고 대책 없는 정부” “코로나의 회오리바람을 극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등 정부 대응에 대립각을 세웠다. 방역에 고전하는 미국과 유럽 상황과 비교할 때 한국에선 피부에 와닿기 어려운 주장들이었다.

정부가 지난달 5일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대해 ‘사회주의식 배급제’라고 규정한 것도 통합당 프레임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 판매’는 마스크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정부의 불가피한 시장 개입 조치였다. 하지만 통합당은 정부 대책을 ‘북한식 배급제’라고 계속해서 비난해왔다. 이념 편향적 주장은 야당의 새로운 대안이라 보기 어려웠다.

선거 결과가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나오자 그간 야권의 쇄신을 주문했던 보수 학자들은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윤평중 한신대학교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15총선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민심은 수구정당인 미통당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시대를 거스른 천민자본주의와 냉전반공주의에 의탁하는 자칭 보수 정당의 해체를 명령했다”는 것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참패로 기운 선거 결과가 나오자 15일 자정 즈음 입장문을 내고 “통합당은 수년간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지만 화학적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발표 후 그는 쓸쓸히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멀어져갔다. 이래저래 ‘냉전 보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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