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2000년 전 꼰대가 잔소리를 한다
[기자의 서재] 2000년 전 꼰대가 잔소리를 한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5.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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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주일에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대신, 친구들과 마을을 쏘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기껏 펜을 든다는 게 연애편지나 쓴다. 만약 성당에 가게 되면 신앙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여자애들을 꼬시러, 또는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내 얘기인거 같지만 700년 전 이야기다. 이때나 지금이나 하는 소리가 똑같다. 이렇게 인류가 시대를 불문하고 내놓은 잔소리가 이제는 ‘자기계발’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질 정도니 잔소리 전성시대다.

누구와 비슷하게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뻔한 소리와 뜬 구름을 잡는 듯한 소리, 이해하는 척 하는 소리, 본인도 해보지 못한 걸 성공의 비결이라며 말하는 소리. 수십 년 전 라떼를 찾는 소리.

자기계발서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1년만 지나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책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나를 위한 지침을 찾기 위한 문구는 최신 자기계발서보다는 고전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2000년 전 꼰대의 잔소리, ‘명상록’이다.

그래도 요새 꼰대들 같지는 않다. 일단 짧다. 매일 밤 자기 전 30분만 들여도 12개의 챕터를 하나씩 읽을 수 있다. 이런 저런 수식어도 없어 눈에 잘 들어온다. 간간히 이름 모를 인물들을 거론하지만 무시하고 봐도 괜찮다. 그저 훑어 내리듯 읽다 보면 명상을 하듯 차분해진다.

문장이 짧은 만큼 하나하나가 직관적으로 쉽게 다가온다. ‘나를 괴롭히는 고민의 대부분은 내가 빚어낸 것들이다’, ‘훌륭한 사람이 어찌해야 되는지 논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사람이 되라’, ‘분노는 슬픔과 같이 약함의 표시’, ‘내 이해관계의 척도로 누군가의 선악을 논하지 마라’ 등등.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참 많은 참견이 존재하는 시대다. 성공한 사람도 많고 성공한 방법도 많다. 그 사람들을 다 따라 가려다 보면 내 몸이 몇 개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무엇이 성공인지도 모르겠고 누가 옳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저렇게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아는 내가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오히려 젊은 꼰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어떻게 살아도 되나, 남들처럼 해야하나 고민스러울 때 아우렐리우스가 던진 한 마디가 간단히 정리해줬다. ‘원칙을 따르고 생활 규칙을 간단히 하라.’ 요즘 너무 많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너무 복잡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 책 한권은 귀 기울여 들을만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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