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성공하지 않아서 성공한 삶
[기자의 서재] 성공하지 않아서 성공한 삶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5.0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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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사색하길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 북동부의 조그만 도시 콩코드에서 교편을 든다. 교사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학생들을 체벌해야 한다는 현실에 저항한 그는 사회를 떠나 단돈 28달러로 ‘월든’ 호수 옆에 통나무집을 짓는다. 

2세기 전, 미국 사상가 겸 문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월든’은 지금도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읽힌다. 소로는 하버드 출신이었지만 사회적 명성에 얽매이지 않았다. 평생 집필에 매달렸지만 출판에는 욕심이 없었다. 대표작 월든도 그의 사후 100년이 지나서야 인정받기 시작했다. 

비운의 작가 고흐와는 결이 다르다. 고흐가 우울감 속에서 압생트에 취해 일생을 보냈다면 소로는 또렷한 정신으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살아갔다. 그는 감성적이지만 유약하지 않았다. 월든 호수에서의 2년 2개월은 인간다움을 실험하는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영혼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필수품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 그는 밭을 일궈  감자, 옥수수, 완두콩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때로는 물고기를 낚았다. 효모 없는 빵을 먹고 산딸기 열매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소로는 당당했고 동시에 자연에게 경외감을 표시하는 겸손한 인간이었다. 소로는 경제논리의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던 2년 2개월을 자유로웠다고 적었다.

흑인 노예 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했던 소로우는 항의의 표시로 세금납부를 거부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는 훗날 이 사건을 ‘시민의 불복종’이라 부르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통치를 받는 한 나라의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어야 한다. 참다운 인간은 집단이 강요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고 외쳤다.

흔히 자연 속에 파묻혀 사회와 연을 끊는 삶을 소로적인 삶이라고 한다. 인간과 돈에 지쳤을 때 ‘자연인의 삶’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실제 귀향한 후 만족하는 이는 드물다. 도시가 그립다며 시골에 학을 떼고 도시로 돌아오곤 한다. 현실에 패퇴(敗退)해 주저앉는 이에겐 저항정신도,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가다듬을지에 대한 방향성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소로적인 삶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가 칭송받는 이유는 자연인이라서가 아니라 본인의 원하는 바를 흔들리지 않고 일생을 통해 관철해 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얽매이지 않고 저항하며, 동시에 주체적인 인간에 대한 존경이다. 분명 세간의 성공이란 틀에 얽매였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성공을 거부했기에 성공한 삶, 소로적인 삶은 이렇게 해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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