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10,000 BC '태초에 경제가 있었다'
[영화로 보는 경제] 10,000 BC '태초에 경제가 있었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5.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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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B.C. (2008)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주연: 스티븐 스트레이트(드레이)조연: 카밀라 벨(에볼렛), 클리프 커티스(틱틱), 모 지날(카렌), 조엘 버겔(나쿠두), 아피프 벤 바드라(워로드)별점: ★★ - 노림수는 알겠는데 지저분하다
10,000 BC (2008)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스티븐 스트레이트(드레이), 카밀라 벨(에볼렛)
조연: 클리프 커티스(틱틱), 모 지날(카렌), 조엘 버겔(나쿠두), 아피프 벤 바드라(워로드)
별점: ★★ - 노림수는 알겠는데 지저분하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지금으로부터 1만2000년 전, ‘10,000 BC’. 야갈 족이 마낙을 사냥하러 나섰습니다. 야갈 족이 자신들보다 수 십 배는 큰 마낙을 사냥하기 위해 손에 든 건 창 한 자루뿐입니다. 이들이 사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마낙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그럴 때 모든 사람들은 굶주려야 했다”며 시작합니다. 사냥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야갈 족은 마낙 사냥으로 위대한 사냥꾼을 뽑습니다. 그건 위대한 사냥꾼이 자신들을 굶지 않게 해줄 것이란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야갈 족이 마낙을 사냥하는 행위를 ‘경제활동’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왠지 사냥=경제라 생각하기엔 너무 단순해 보이지 않나요?

그럼 다르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대답에 흔히 하는 말이 ‘밥 먹자고 하는 일인데’라 답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굶지 않기 위해 사냥을 하는 야갈 족과 닮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사냥을 ‘경제활동’이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경제란 건 단순해 보입니다.

야갈 족의 사냥 행위를 경제활동이라 불러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경제보다 단순하긴 하지만, 경제는 10000 B.C. 이전부터, 굶지 않기 위해 했던 사냥이 어떻게 하면 덜 굶을 수 있을까 발전 또는 진보했던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확실한 답을 찾기 위해 어원을 먼저 살펴 볼까요? 동양에서 사용하는 '경제(經濟)'와 서양에서 사용하는 'Economy'는 다소 의미가 다릅니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 또는 ‘경국제민(經國濟民)’에서 나왔습니다. 뜻은 두 단어가 비슷합니다. 나라 또는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다스리고 구제하는 건 이를 위한 올바른 정치와 도덕적 교화, 민생 안정 등을 포괄하기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라는 말보다 정치적 의미가 더 담겨 있습니다. 백성을 다스리려면 풍족한 물질이 필수고 그건 풍족한 생산을 통해 이뤄지겠죠.

서양에서 사용하는 Economy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그리스어로 가정을 뜻하는 ‘Oikos’와 관리하다란 뜻을 가진 nem- 또는 법이란 뜻을 가진 nomos의 합성어입니다. 가정을 관리하는 행위, 또는 가정을 관리하는 법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Economy가 가정 수준에서의 관리만을 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가정관리론을 정치학 하부 체계로 놓기도 했습니다. 또 기원전 3세기 ‘Oikonomia’는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뜻하는 폴리스의 관리라는 의미로 쓰였고 기원전 2세기에 사용된 ‘Oikonomia politika’는 요즘 말로 ‘Political economy’를 말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건 비슷하네요.

이것만 가지고는 왜 야갈 족의 사냥을 경제라 부를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네요. 좀 더 알아 볼까요.

한글학회의 ‘큰사전’(1947~1957년)에서 정의한 경제를 보면 ①넓은 뜻으로는 사람이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물을 얻어 이용하는 일체의 활동. 좁은 뜻으로는 상품생산이 지배적인 사회에 있어서 인간이 그들의 물질적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사이에 결연되는 여러 가지 생산 관계 ②비용의 절약 ③경세제민이라 말합니다. 경제라는 말이 ‘경제활동’과 ‘절약’, ‘경세제민’의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에서 유래된 경제라는 말이 의미가 변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국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 국어에서는 경제를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 ▲경제학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추가해 보겠습니다. 경제활동이란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해 생산하고, 분배하고, 소비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또 경제학이란 (구태적인 정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현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표현을 가져다 쓰면)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마낙'이라 쓰고 '메머드'라 읽는다. 사진=워너브라더스 홈페이지
'마낙'이라 쓰고 '매머드'라 읽는다. 대자연에 맞서는 무모함이란… 사진=워너 브라더스 홈페이지

그럼 다시 얘기를 돌려볼까요. 야갈 족의 사냥 행위는 경제라 부를 수 있을까요? 야갈 족은 처음부터 마낙을 잡지 못했을 겁니다.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줏어 먹거나 작은 물고기와 작은 짐승을 잡았겠죠.

그러던 어느 날, 야갈 족 중 누군가(아니면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돌멩이를 던져서 또는 쥐고서 사냥을 해보니 손으로 사냥하는 것보다 수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맨손으로 사냥할 땐 발버둥치는 짐승을 잡아두는 게 쉽지 않았는데 돌을 이용하면 숨통을 끊기가 더 쉽네요. 다르게 말하면 맨손보다는 돌을 사용한 사냥이 좀 더 ‘효율적’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야갈 족이 ‘하얀창’을 신성화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겠죠.

돌을 이용한 사냥법은 좀 더 큰 동물도 사냥하는 걸 가능하게 합니다. 손만 가지고는 상처를 입힐 수 없었던 큰 동물도 돌로 타격을 가하면 꽤 치명상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큰 동물을 잡는다는 건 한 끼 또는 하루치 이상의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 번의 사냥으로 큰 동물을 잡아 며칠 치 식량을 해결하는 게 더 ‘경제적’이죠.

그런데 큰 동물을 혼자서 잡는 건 돌을 들고 있다 해도 여전히 힘듭니다. 덩치 큰 동물이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버티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혼자보다는 둘이 사냥하는 게 더 좋습니다. 내가 공격당하면 다른 야갈 족이 뒤에서 공격할 수도 있고 막다른 곳에 몰아서 사냥할 수도 있습니다. 셋이라면 둘보다 더 큰 동물을 잡을 수도 있겠죠. 야갈 족이 십 수 명이 모이니 수십 배나 큰 마낙 사냥도 가능해졌습니다. 마낙 사냥이 가능하니 반대로 마낙이 공격을 해와도 서로 보호를 해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필요성 때문에 더 이상 혼자 다니지 않습니다. “훌륭한 자는 원을 그리고 가족을 보호하지. 다른 사람은 형제자매를 지키기도 하지.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자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지켜줘야 한다.” 처음엔 작은 원을 그려 가족을 꾸렸지만 조금 더 원이 커지면 일가족이 되겠죠. 그리고 그 원은 시간이 지나 더 커져 부족을 이루기도 합니다. 기원전 10000년에 부족을 이끈다는 건 사냥을 해서 부족원들의 배를 채워준다는 게 되겠지요.

십 수 명, 아니 수십 명이 모여 있다는 건 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희소성을 더 노출 시키기도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이라면 사슴 한 마리만 잡아도 며칠은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갈 족은 오늘 마낙을 잡아도 또 내일 굶주릴까봐 걱정을 합니다. 마낙도 매일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사슴보다 잡기도 힘듭니다. 야갈 족의 예언자가 내놓는 예언이라곤 주인공이 “배고픔을 모르는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는,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만큼 부족의 확장은 오늘과 내일의 식량도 내다볼 수 없는 문제에 노출되게 합니다.

야갈 족이 배고픔을 걱정해야 하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문제입니다. 앞서 경제의 정의로 돌아가 볼까요? 야갈 족의 사냥에는 식량의 '분배'와 '소비'는 있었지만 ‘생산’은 빠져 있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마낙을 기다리는 게 전부입니다. 기다리지 않는다면 마낙이 있을만한 곳으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무턱대고 부족원 수를 늘리다보면 소비해야 할 마낙 수도 많아지지만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마낙 수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마낙의 희소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야갈 족은 떠돌아다니기도 용이하고, 마낙 한 마리를 잡고난 후 다음 사냥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효율적인 부족원 수를 유지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부족원 수는 부족 주변에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 얼마나 되는지, 사냥은 며칠에 한번 나갈 수 있는지,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부족을 지키기 위해 몇 명의 부족원이 필요한지가 다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내가 돌만 손에 쥐고 있었어도." 사진=워너 브라더스 홈페이지

이쯤 되면 야갈 족의 사냥도 경제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알프레드 마셜은 경제학을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는 곧 인간의 일상생활이 되겠네요. 야갈 족의 일상생활 중 가장 중요한 건 사냥이었고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경제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노력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왜 '10,000 BC'일까요?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농업혁명이 1만2000년 전, 10,000 BC쯤 시작 됐다고 말합니다. 야갈 족 이후의 경제도 배고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드레이'는 어릴적 떠난 아버지가 남겨준 씨앗을 손에 쥡니다. 이제 경제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생산’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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