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해 메시지 불구 ‘묵묵부답’… 통일 구호도 ‘실종’
北, 화해 메시지 불구 ‘묵묵부답’… 통일 구호도 ‘실종’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2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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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관계 개선하려 잇단 ‘당근책’
北, 올 들어 대남·통일 구호 전무… 코로나19 피해 보도만
“‘하노이 충격’ 벗어나지 못해… 자력갱생 지속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정부가 북한에 잇따라 대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이렇다 할 공식 대남 논평이 없는 데다, 그간 선전 차원으로 내놨던 ‘통일’ 구호마저 실종된 모습이다.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재작년 4·27 판문점 선언과 비교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올해 대남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남한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염병 피해 상황만 보도하는 수준이다.

톱데일리가 로동신문을 분석한 결과, ‘통일’ 구호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통일 구호는 대남 전략과 성격,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통일 메시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남북관계에 기대하는 내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을 강조하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조성된 남북 화해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같은 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평화’ ‘통일’ ‘협력’ 관련 내용은 크게 줄었다. 대신 한미연합훈련과 국방비 증액을 비판하는 기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난 3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자신의 첫 담화문을 내고 북한의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이다”고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올해 북한 지도부가 내놓은 대남 논평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문이 유일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나 통일 구호를 내세워 남북관계를 공세적으로 이끌 상황이 아니다”며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으로 버티고 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체제 정비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지난 3월 낸 ‘김정은 시대 북한의 통일방안 전망과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7차 당 대회(2016)의 통일 방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동지의 조국통일로선’을 언급할 뿐, 구체적인 방향은 없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북한이 대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선대의 ‘통일유훈’ 관철과 ‘통일을 이끄는 민족의 지도자’로 선전하기 위한 수사적 차원에서 통일 구호를 쓸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국면’의 출구전략으로 ‘남북통일방안 협의’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남북관계 극적 변화 올까

정부는 북한의 일관된 ‘무응답’에도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20일에는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이 5·24조치 시행 10년을 앞두고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쳐왔다”면서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밝혔다.

5·24조치는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피격 이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대북신규 투자 금지·방북 불허 등이 골자다. 지난 10년이 지나면서 각종 예외조치로 제재 기능은 유명무실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5·24조치 폐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지사는 “통일부의 전략적 판단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남북의 접경을 품은 경기도도 정부와 발맞추어 DMZ를 전쟁과 상처에서 평화와 치유의 상징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썼다.

한편에선, 주변국 정치 상황에 따라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하반기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남한도 내년 같은 기간 대통령 후보 선출에 여념이 없다. 정상회담 등 주요 이벤트를 열기에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기대해볼 수 있는 사항은 미국과 남한이 올해 하반기, 내년부터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올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며 “겉으로는 불안정한 관계로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 ‘빅 이벤트(정상회담)’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5·24 조치 폐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5·24 조치 폐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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