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순위 변천사] 정주영과 김우중 그리고 LG반도체
[30대 그룹 순위 변천사] 정주영과 김우중 그리고 LG반도체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5.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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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삼성 독주…'왕자의 난'이 만든 현대(現代)의 시대 종결
삼성보다 잘나갔던 '대우',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에 드러난 '분식회계'
'LG반도체'가 만든 현대차-SK-LG 자산 격차…호심탐탐 롯데까지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결과에서 삼성그룹은 어김없이 공정자산 기준 1위 대기업집단에 올랐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는 삼성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삼성이 한때 LG에 밀려나며 재계 순위 4위를 기록했던 적이 있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일까?

■현대(現代)의 시대는 20세기까지

1987년부터 2000년까지는 삼성의 시대가 아닌 현대그룹의 시대였다. 현대는 2000년 이전 꾸준히 재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1987년 기준 현대의 자산은 8조380억원으로 삼성 5조5880억원과 꽤 큰 차이를 보였다.

현대의 자산은 2000년까지 꾸준히 늘어갔다. 1989년에는 10조를 넘어섰고 불과 3년 만에 2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2년 후인 1994년에는 31조원에 이르렀으며 1년 후인 1995년은 47조원이다.

현대의 자산은 1999년 88조8060억원까지 순조롭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어진 20세기의 길목에서부터 멈추기 시작했다. 소위 ‘왕자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부문을, 정몽헌 회장에게 당시 잘 나가던 건설과 전자 부문을 맡기려 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정몽구 회장이 2000년 3월14일 정몽헌 회장의 측근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보시킨다. 출장을 갔다 돌아온 정몽헌 회장은 이를 무마시키고 정몽구 회장의 그룹 공동회장 직까지 빼앗았다. 이어 같은 달 27일 정주영 회장은 정몽헌 단독 회장 체제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은 같은 해 9월 자동차 부문을 따로 떼내어 계열분리를 한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2000년 10월, 현대건설이 부도가 나고 2001년 8월 채권단에게 넘어가버린다. 또 다른 축이었던 현대전자도 LG반도체 인수 후 닥친 반도체 시장 불황에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현대전자는 이후 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한 후 SK가 인수해 지금에 이른다.

이 기간 자산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계열분리 직후 2001년 36조원, 재계 5위였다. 현대도 53조원으로 재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자산 불리기에 성공하며 2005년 56조원으로 2위 자리에 올랐다. 그 사이 현대는 2002년 현대중공업 또한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2006년 자산이 6조원까지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2016년 현대상선 또한 계열분리로 나오면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대우’, IMF와 함께 사라지다

지금도 유명한 이름이지만 대우그룹의 몰락은 극적이었다. IMF라는 위기가 그렇게 한방에 대우를 몰락시킬지 아무도 몰랐다.

대우는 1980년대 말에서 1998년까지 꾸준히 재계 2~3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87년 7조8750억원이던 자산은 1999년 78조168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런 성공에는 김우중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전략이 있었다. 김 회장은 1970년대부터 건설, 전자, 조선, 증권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계열사를 설립하며 그룹을 키워 나갔다.

여기에 1978년에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입해 GM을 인수하면서 자동차산업에까지 뛰어든다.

승승장구하던 대우에게 IMF가 닥쳤다. 어느 기업이나 힘들었지만 대우만큼 몰락한 곳은 없었다. 수출 중심이던 대우는 환율 폭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1997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무리였음이 곧 드러났다. 1998년 노무라증권은 대우에 비상벨이 켜졌다며 위기를 알렸고 대우는 위기 속에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트레이드란 타개책을 시도한다.

만약 이 트레이드가 시도되지 않았다면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까? 아니 더 키웠을지도 모른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맞교환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부실이 공개됐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이 지시한 41조원의 분식회계까지 겹쳤다. 당연히 삼성과의 거래는 무산이 됐고 대우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그리고 더 이상 재계 순위에서 대우란 본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LG반도체’와의 인연, 현대차와 SK, LG…뒤쫓는 롯데, 재계 순위 뒤바뀔까?

최근 재계 순위가 공개될 때마다 관심은 SK그룹과 롯데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을 제치고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을까 이다.

올해 기준 현대차와 SK의 자산 차이는 9조1800억원이다. 지난해 5조4800억원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SK그룹 전신인 선경그룹 시절만 해도 SK는 빅4에 포함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01년에서 2003년 현대그룹 계열분리 영향으로 3위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2004년과 2005년 다시 4위로 내려앉았다.

SK는 2006년 LG를 자산 4000억원 차이로 제치고 3위에 오르며 현대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때 현대차와의 자산 격차가 9조원에 가까웠지만 2008년 2조원, 2009년 1조1000억원까지 좁혔다.

하지만 이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현대차가 자산을 100조원 가량 불려나가며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SK 또한 70조원에 가까운 자산이 늘었지만 현대차의 속도가 워낙 빨랐다. 참고로 같은 기간 삼성은 110조 가량이 늘었다.

최근 3년은 반대로 SK가 자산을 늘려가는 속도가 빨랐다. SK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65조원의 자산을 늘렸다. 그 사이 현대차는 25조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기에는 현대전자였던, 지금 SK하이닉스의 힘이 있었다. SK하이닉스 자산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16년 32조원에서 올해 1분기 67조원으로 증가했다. 만감이 교차할만한 양상이다.

SK의 상승이 못내 아쉬울 곳이 LG다. 1999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재계 2위는 LG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물론 긍정적으로만 봤을 때).

LG는 총수일가의 전통이 롯데에 따라잡히는 빌미를 만들었다. LG는 장자 승계 후 선대 회장의 형제들이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을 떠나는 방식을 취한다. 1996년 희성그룹, 1999년 LIG그룹,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이 계열분리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LG그룹 자산을 보면 31조3950억원에서 54조4320억원으로 23조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는 7조900억원, 재계 10위에서 32조9610억원, 5위로 뛰어오른다. 이 기간은 롯데가 굉장히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다. 1995년 롯데캐피탈을 설립한데 이어 1998년 롯데마트, 1999년 롯데시네마, 2000년 롯데닷컴과 롯데슈퍼, 롯데브랑제리,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인수, 2004년 케이피케미칼 인수,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인수 등 1~2년에 한 번씩 계열사 설립과 인수가 이어졌다.

어느새 턱 밑까지 추격했지만 최근 추세는 당장 롯데가 LG와 격차를 좁히긴 힘들어 보인다. 2017년 6조8000억원이던 차산 차이가 15조원까지 벌어진 건 이 기간, 사드 여파와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유통업종의 어려움으로 여겨진다. 롯데가 중화학 공업도 육성하려고 하지만 재계 순위를 올리려면 유통업이 버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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