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은 ③] ‘박봉주 카드’ 북한 경제 탈출구 될까
[포스트 김정은 ③] ‘박봉주 카드’ 북한 경제 탈출구 될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2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노동자서 최고위층 올라
고(故) 김정일도 총애… 과감한 개혁에 역풍 맞기도
김정은 시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총괄… ‘경제사령탑’ 우뚝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경남도에서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경남도에서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잠행 논란 속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북한의 ‘경제사령탑’을 맡은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리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북한의 ‘박봉주 카드’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묘책이 될 수 있을까.

1939년생인 박봉주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노동자에서 최고위층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그의 서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이어 3위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박봉주 부위원장은 1962년 평북 용천식료공장 지배인을 시작으로 1980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올랐다. 1983년에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직을 맡았다. 중앙 정치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는 1998년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에 뽑히면서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 주권 기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에 해당된다. 주요 임무는 예산·결산 심의 의결, 법안 및 당면 의제 심의 확정 등이다. 그의 대의원 경험은 북한 경제 정책을 운용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봉주 부위원장은 2002년 북한 경제개혁 중 하나인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주도했다. 물가 및 급여 인상, 배급 제도 변화, 환율 현실화, 공장 기업소 책임경영 강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조치였다.

이듬해 9월에는 내각 총리직에 올랐다. 그 기세를 몰아 금융제도 개혁 등 정책 전반에 시장 원리를 도입했지만, 당내 보수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07년 4월 총리직에서 해임된 뒤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그의 정치 인생에 큰 흠집이 된 시기였다.

북한에서 경제 관료는 ‘죽음의 자리’로 알려져 있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 경제 특성상 개방을 하지 않고도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 정책이 실패할 경우 좌천이나 숙청을 피할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무렵 김정일 정권이 조작한 ‘심화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심화조는 주민의 경력, 사상 조사를 심화시킨다는 뜻으로, 사회안전성 내 비밀경찰 조직이었다. 심화조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농업 담당 비서였던 서관히를 대기근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공개 처형해버렸다.

북한은 이어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책임자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지목해 총살하기도 했다. 화폐개혁 이후 쌀값이 30배로 폭등하는 등 서민 경제가 큰 혼란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8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북한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8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 김정은 잠행 속 돋보이는 ‘현지지도’

박봉주 부위원장은 김정은 시대 들어 주요 직책에서 재차 이름이 거론됐다. 2013년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이어 2016년 내각 총리와 지금의 직책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북한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양덕 온천문화휴양지’에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력갱생에 기초한 북한의 경제 성장의 심장과 같은 곳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대북제재로 외화벌이가 시원찮은 북한 입장에선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광 사업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고 한 북한 당국은 올해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경제개발 5개년 전략’ 마지막 해다.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 실현, 코로나19 수습 등 침체된 경제 상황도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내야 할 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북한 상황에 대해 “자력갱생을 통해 버티기에 돌입했다”며 “남북․북미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문제보다 내부 체제 정비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10일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국의 경제적 손실을 언급했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초특급 방역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결심하고 실천에 옮길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을 건설하고, 방역 활동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몰고 올 경제위기 파급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박봉주 부위원장을 띄어주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신문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현지지도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 잠행 기간에는 평양 방직공장 등을 방문해 현지지도 모습을 전하며 당 내 탄탄한 입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최고지도자 부재 속에서도 경제 부문만큼은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기구와 국가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이전 시대와 다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이념 중시보다 실리적인 경제개혁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자연스레 박 부위원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대북제재와 감염병 위기로 둘러싸인 북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심화조 등 과거 경제 실패 이후 처형된 인사들의 사례에서 보듯 그는 ‘생명을 걸고’ 정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