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 화상채팅으로 사형 내려도 괜찮을까
[IT수다] 화상채팅으로 사형 내려도 괜찮을까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5.2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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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싱가포르와 나이지리아에선 화상채팅으로 피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피고는 수감 상태라 화상회의에 참여하지 못해 최후진술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와 나이지리아에선 화상채팅으로 피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피고는 수감 상태라 화상회의에 참여하지 못해 최후진술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화상채팅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싱가포르와 나이지리아에선 화상채팅이 사형선고에 활용되면서 인권 논란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싱가포르 대법원은 지난 20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재판으로 마약 밀매범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2011년 헤로인 28.5g 거래에 공모한 혐의로 제나산씨는 이날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온라인으로 참여했지만 피고만 빠졌습니다. 제나산씨는 이날 교도소에 수감중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얼마전에도 있었습니다. 5월초 나이지리아에선 직장 상사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한 남성에게 원격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하미드는 지난 2018년 76세 노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습니다. 하미드씨도 마찬가지로 판사와 검사, 담당 변호사가 온라인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법정에 출두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습니다. 최소한의 변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화상회의로 사형을 선고하는 행위가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화상회의로 사형 선고를 한 것은 본질적으로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온라인 판결로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지 못했다. 온라인 선고 방식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미국과 중국 등 국가들이 화상회의를 재판에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원격 재판 도입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에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재판을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구치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법정 일정이 마비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15일 예방적 조치로 서울법원청사의 모든 법정을 폐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화상회의를 통한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에 불리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사재판일 경우 재판 과정이 간소해 화상회의 도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형사재판은 다릅니다. 피고인의 성명과 연령 등을 묻는 인정신문부터 공소사실 인정 여부, 피고인 신문 등은 모두 재판 과정에 필수 절차입니다. 또 형사재판 최종 심리 과정에선 피고인에게 최후변론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판사는 판결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형제도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형법 41조에서 형벌의 종류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는 아니므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는 언제라도 사형이 집행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재판에 화상회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된다면 불가피하게 민사·형사재판을 화상채팅을 통해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럴 경우, 최소한 피고인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게 참석을 보장하고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입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가장 중형인 사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권 문제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화상으로 참여했다 하더라도 재판에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에도 전자재판 장비가 구축돼 있어 언제든지 영상 재판 활용이 가능하지만 적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피하게 영상 재판을 도입한다면 민사재판에 제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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