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이집트왕자, 모세가 보여준 '도시의 탄생'
[영화로 보는 경제] 이집트왕자, 모세가 보여준 '도시의 탄생'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5.2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집트왕자 (1998)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주연: 스티븐 스트레이트(드레이), 카밀라 벨(에볼렛)조연: 클리프 커티스(틱틱), 모 지날(카렌), 조엘 버겔(나쿠두), 아피프 벤 바드라(워로드)별점: ★★ - 노림수는 알겠는데 지저분하다 -
이집트왕자 (1998)
감독: 스티브 히크너, 브렌다 챕먼, 사이몬 웰스 
출연: 발 킬머(모세/하느님), 산드라 블록(미리암), 랄프 파인즈(람세스), 대니 글로버(이드로), 미셀 파이퍼(십보라), 스티브 마틴(호텝), 제프 골드블럼(아론), 패트릭 스튜어트(세티 1세), 마틴 쇼트(후이), 헬렌 미렌(여왕)
별점: ★★★★ - 지금봐도 볼만한 애니메이션 수작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길이 6650㎞의 거대한 강.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 곳에서 건져 올린 한 명의 아이는 고대 문명의 지배 계급에서 핍박 받는 민족의 지도자로.

나일강에 버려지고 나일강에서 다시 태어난 모세는 이집트의 왕자에서 유대 민족의 지도자가 됩니다. 영화 ‘이집트 왕자’는 그런 모세의 일대기를 그린 수작입니다. 여기서 ‘이집트’와 ‘왕자’에 필요 이상의 의미부여하며 경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우리가 배운 바로는 이집트 문명을 비롯한 다른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은 모두 강을 끼고 도시가 발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왜 고대 문명이 발달하는데 강이 필요할까요? 알다시피 농사를 짓기 위해서죠. 나일강은 정기적으로 범람을 하며 토지를 새로이 비옥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나일강 옆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항상 풍족한 식량을 구할 수 있겠죠.

농사를 짓는 다는 건 과거 수렵채집 사회와는 다르게 식량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생산량이 많아진다면 식량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저장도 할 수 있게 됩니다. 박물관에서나 보던 토기는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용도도 있습니다. 저장된 식량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잉여생산물’이 됩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하루고 이틀이고 굶거나 과실을 따먹는 방법 밖에 없었겠죠. 함께 다니는 부족원의 수가 늘어날수록 굶는 날도 많아졌을 겁니다. 잉여생산물은 이런 굶주림이 해결됐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잉여생산물은 이집트의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이집트 왕자를 보면 거대한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모세가 버려지게 된 계기는 당시 늘어나던 유대인 숫자에 두려움으로 인한 유대인 말살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당시 유대인 숫자는 12개부족 200만명 정도입니다. 여기에 이집트 인을 더하면 지금 우리나라 대구광역시 정도 규모가 되겠네요.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숫자입니다. 200만명이 함께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나일강의 긴 물줄기는 농경이 시작되고 이집트 문명이 탄생하게 된 필요조건입니다. 사진=Flickr
나일강의 긴 물줄기는 농경이 시작되고 이집트 문명이 탄생하게 된 필요조건입니다. 사진=Flickr

이렇게 농경이 시작되고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문명이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옥한 나일강 유역에 아무 식량작물이나 심어서 기르면 도시가 탄생하고 문명이 발전하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대 문명이 강 유역에 자리 잡는 것만큼 무엇을 기르냐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BC 10000’년부터 고대 문명이 탄생하고 또 다른 국가가 생겨나기까지 인류 역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지도를 펴봅시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4대 문명 발상지를 집어 봅시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황허, 인더스 문명 발상지가 좌우로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고 있지 않나요? 그건 지금처럼 식량 생산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때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에도 꼽혔던 ‘총, 균, 쇠’를 보면 처음 식량 생산은 야생의 작물을 동물들이 먹고 배설한 씨앗이 또 다시 발아하는 무의식적 작물화를 통해 이뤄졌을 거라 말합니다. 그런 야생 작물 중에서도 아마 과육이 풍부하거나 단맛이 많거나, 기름진 작물들이 주로 섭취 대상이었겠죠.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도 인류가 자주 섭취하는 벼나 밀, 보리, 수수는 씨를 뿌리기만 해도 잘 자라나고, 씨를 뿌린 후 추수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그리고 저장도 쉽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 페트병에 쌀을 담아 집안 어딘가에 보관하고 계시죠.

벼나 밀과 같은 작물은 BC 10000년 전에 작물화가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올리브나 석류, 포도는 BC 4000년 전부터 작물화가 됐다고 합니다. 왜 올리브나 포도를 먼저 작물화를 하지 못한 걸까요? 이들 작물은 벼나 밀보다 과실을 거두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과나 배와 같은 과실수는 접목법이란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진 작물화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즉 벼와 밀은 점점 늘어가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주식으로 수지타산이 맞아 떨어진 식량입니다. 벼나 밀 대신 올리브나 사과를 주식량으로 선택했다면 인류의 역사는 아마 수 천년이 느려졌을 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지도를 보겠습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시작으로 한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은 좌우로 긴 모습입니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은 위아래로 긴 모양입니다. 이 동서축으로는 식량 생산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으며 남북축으로는 매우 느리게 진행이 됐습니다. 위도가 같으면 기후가 비슷합니다. 고대 문명 발상지에서 먼저 작물화된 식량은 비슷한 기후를 가진 땅으로 퍼져 나갔고 그렇게 도시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얘네는 맨날 놀러만 다닙니다. 사진=이집트왕자 홈페이지
얘네는 맨날 놀러만 다닙니다. 사진=이집트왕자 홈페이지

그리고 또 하나 ‘계급’이 좀 더 수직적으로 나눠지기 시작합니다. 이집트 왕자라는 제목 자체가 계급 사회를 포함하고 있죠. 영화 초반에 나온 거대한 건축물은 람세스2세 때 지어졌다는 아부심벨 대신전으로 보입니다.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 문명을 대표하는 이 건축물 또한 이런 도시화와 함께 계급화가 이뤄졌기에 가능했습니다.

모세는 이집트 사회 내에서도 최상위층이기에 일은 안하고 하루 종일 놀러만 다니죠. 잉여생산물은 모두가 농사에 종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부 도시민이 농사를 짓는 동안 일부 도시민은 도구를 만든다던지, 종교 행사를 담당한다던지, 술을 만들어 팔던지, 아니면 왕의 신하로서 관직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왕은 손에 꼽을 겁니다.

잉여생산물이 계급을 탄생시켰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잉여생산물이 계급을 탄생시키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저장만 했던 식량이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 됐고 이는 권력을 집중화시키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장되고 관리된 식량은 이제 다른 도시나 국가로부터 지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모두가 식량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니 군대도 따로 둘 수 있고 이 군대를 지휘할 대장도 필요했을 겁니다. 계급의 탄생은 경제적 잉여로움과 이를 지키기 위한 필요성도 작용했습니다.

제럴드 다이아몬드는 농경의 시작을 문명 발달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보고 우리도 그런 시각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 말합니다. 밀을 키우는데 인간은 수렵채집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했고 직립보행은 오히려 땅을 가까이 해야 하는 농경에 어울리지 않게 됐습니다. 수렵채집을 할 때는 외부의 공격은 피해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형성되면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인류 역사에 많은 전쟁이 있었고 피를 흘리게 된 건 아마 이런 농경의 시작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히 선진적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문명이지만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출애굽을 시도한 건 아마 유발 하라리가 말했던 그런 농경의 부작용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사진=이집트왕자 홈페이지

이집트 왕자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죠. 시나이 반도에 이르러 모세를 따르던 유대민족의 불만이 쌓입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 올라 40일 간 기도를 드리며 10가지 계명을 받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온 모세는 사람들이 우상을 만들어 숭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우상은 바로 ‘금’송아지입니다.

유발 하라리도 농사를 통해 인류 집단이 커지고 그로 인해 발달하게 된걸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잉여생산물은 도시를 발달 시키고 서로 소통하기 위한 언어 체계와 문자의 발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거래하기 위한 ‘화폐’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모세가 내던진 금은 인류의 역사 내내 가장 귀하게 여겨진 화폐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