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북미정상회담 전망이 어두운 까닭
[기자의 서재] 북미정상회담 전망이 어두운 까닭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2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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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을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북한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잖다. 국제규범(NPT)을 이탈해 핵능력을 과시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비정상 국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혹자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선언하고, 개혁·개방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국가 존망의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 설명할 수 없지만,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북한에서 1인 독재가 가능했던 배경은 적의 위협을 강조한 이른바 ‘정체성 정치’가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높인다.

이론적으로 적대(敵對) 인식은 외부 위협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고, 지배 권력의 통치 정당성을 제공한다. 적으로 규정된 집단과 싸우는 것은 국민의 의무로 여겨진다. 지도부 입장에선 국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

유신 정권이 18년간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상시적인 북한의 위협 때문이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으며, 국민을 훈육의 대상으로 여기는 장치로 작동했다.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 서보혁은 ‘북한 정체성의 두 얼굴(2003)’이라는 책을 통해 북한의 두 가지 ‘정체성’을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외부 세계와 구별 짓고, 대내적으로는 국가 권력과 대중을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북한의 ‘적’은 제국주의로 표상되는 미국이다. 지배 권력은 주민을 총 동원해 반미(反美) 교양을 고취시켰고, 체제 내부 모순을 적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당면한 사회적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북한이 설정한 타자는 미국을 비롯해 남한과 일본, ‘사회주의 배신자(구 소련 등)’ 등을 망라했다. 그 이미지는 ‘제국주의’, ‘미제의 식민지’, ‘대국주의자’ 등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내부에선 ‘우리식’ 구호를 강조했다. 김일성은 1990년 탈냉전 이후 사회주의 진영의 패배로 인식하는 서방의 시각을 부정하기 위해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사회주의권 붕괴에 위기 의식을 느낀 북한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이 구호를 사회 전면에 강조했다.

서보혁은 “대내적 정체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선 대외적 위협이 의도적으로 재생산될 필요가 있다”며 “실재적인 대외적 위협에 맞서려면 동일시 작업을 통한 국가 정체성의 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병행된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 위협을 강조하면서도, 집단의 동일시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자신의 체제 정당성을 외부와의 투쟁으로 본 북한은 앞으로 큰 딜레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으로 외부 문화의 유입은 주민들에게 기존의 적대 인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주장한 ‘완전한 비핵화’ ‘평화경제’ 등의 구상이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이유도 자신의 체제를 급진적으로 바꾸는 ‘위험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경제난이 심화될수록 미국이라는 ‘적’을 활용해 체제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관계 개선이 단기간 이뤄질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현실적인 대안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북한의 돌출 행위를 모두 부정적으로 치부하기보다 한반도에 내제된 적대 인식을 조금씩 해소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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