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진, 효성 CEO 횡령·배임 재발 방지하려면?
삼성, 한진, 효성 CEO 횡령·배임 재발 방지하려면?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6.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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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
"회사의 이익, 지배주주 이익과 구별해야"…"경영진 인사권, 재벌일가 손에"
내부통제 강화할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소수주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제기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추진돼야 할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성화 기자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추진돼야 할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우리나라 경영계의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항상 나오는 말이 ‘경영간섭’이다. 그렇다면 내부통제를 강화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이사회의 일원인 감사위원을 독립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은 21대 국회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할 정책 중 하나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장덕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별개의 것이고 엄격하게 구별돼야 한다”며 “삼성의 편법 세습상속과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최근 삼성물산 합병의 본질적 문제는 회사 이익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저가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상속세도 정당하게 내지 않고, 회사의 지배권을 물려준 것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회사의 자산 상태가 악화되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에게 과다한 보수를 지급하거나 무리하게 다액의 이익 배당을 해 회사의 재정 상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등이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구별되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한진그룹의 사례를 들며 “조양호 이사가 19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고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가 회사에 납품되는 담요, 화장품 등 물품에 대해 5~7%의 통행세를 받는 사익편취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고, 심지어 회사 조직을 이용한 밀수행위가 이루어졌는데도 진상을 조사하고 경영진에 책임을 묻기 위한 이사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효성의 경우에도 총수인 조현준 이사 개인이 구매한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가 고가로 구매하게 해 손실을 입히고, 허위취업을 통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기소됐는데도 진상조사를 하고 손해배상이나 해임 등의 논의를 해야 할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며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박근혜 정권과의 정경유착을 통한 국민연금의 불법지원으로 부당합병을 한 사실이 여러 차례 재판에서 확인됐고 주주들이 부당합병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사회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대책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한진과 효성, 삼성의 사례들은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다.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감사위원 선임 과정부터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회사의 이익을 돌봐야 하는 법적 주체는 회사의 경영진인 이사들로, 재벌 일가가 경영진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회사 이익이라는 미명 하에 재벌 일가의 이익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있다. 주주총회는 1인 1표로 대주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에 대주주가 선호하는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들과 분리선출과 함께 “지배주주가 사실상 모든 이사들을 선임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배주주 이외의 주주들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기에 적어도 상장회사에 한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반드시 집중투표 방식으로 결의하도록 하고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2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주당 2표를 주는 것으로 소수주주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최소한의 숫자라도 이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3% 초과 주식 의결권 제한을 사내이사인 감사위원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미국도 엔론사태 이후 내부견제를 강화했다. 2001년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에서 대규모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로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사베인-옥슬리’법을 입법했다. 사베인-옥슬리법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하고 있지 않지만 경영진과 감사위원이 경력, 학력, 금전 관계에서 접점이 없어야 한다. 일반 대학에 대한 기부금도 금전 관계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재단에 참여하고 있는 성균관대 교수들을 이사로 선임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 미국은 이미 집중투표제를 도입했고 책임감사인은 5년 마다 강제 교체하도록 하며 감사위원회가 감사인 선정, 보상, 업무감독에 대해 직접 책임지도록 했다.

김 변호사는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을 경험한 미국은 대기업 재무 투명성과 이사회 지배구조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민주당의 Sabanes 의원과 공화당의 Oxley 의원이 함께 사베인-옥슬리 법을 추진했다”며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둘러싸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국 의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제도개선안을 만들었다는 점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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