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밝혀진 '뉴 단간론파 V3' 등급거부의 내막
드디어 밝혀진 '뉴 단간론파 V3' 등급거부의 내막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06.15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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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 심의에 영향 끼쳤다
SBS '그알' 단간론파 노출, '여론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당시엔 관련 없다고 거짓 해명, 회의록 공개청구도 거절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2017년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게임 신학기' 등급 거부 결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2017년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게임 신학기' 등급 거부 결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지난 2017년 7월 26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같은해 9월 PS4, PsVita 플랫폼으로 한국어 정식 발매예정이었던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게임 신학기(이하 '뉴 단간론파 V3)’의 등급 결정을 거부한다. 단간론파의 전작들은 국내 심의를 통과했기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이 게임위의 심의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얘기가 돌았다. 피의자 김 모 양이 특정 게임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이었다.  

사진=게임위 홈페이지 캡처

당시 게임위는 초등생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게임법 32조 2항 3호(범죄, 폭력, 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해 등급거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여명숙 전 게임위원장은 3년이 지난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실을 털어놓았다. 추측이 맞았다. 뉴 단간론파 V3 게임성 때문에 거부당한 것이 아니었다. 방송에서 범죄와 연관된 듯 묘사됐기 때문에 한국에서 발매될 수 없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등장한 '단간론파' 게임 내용.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등장한 '단간론파' 게임 내용. 여 전 위원장은 누가 봐도 단간론파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의견은 엇갈린다. 당시 단간론파는 국내서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임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2017년 3월부터 게임위의 등급 거부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게임과 피의자를 결부시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등급분류를 거부해 낙인효과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여 전 위원장은 “그 사건이 일어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단간론파의 내용을 인용했다. 누가 봐도 이건 단간론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비슷한 범죄콘텐츠가 담긴 게임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출시가 된다면 그 여론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 전 위원장은 단간론파 팬들에게 더 열 받는 소리를 들려주겠다며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전작이 출시됐는데 신작 단간론파 V3 등급 심의 거부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안다”면서도 여론이 분노의 화살의 과녁을 찾는 상황이어서 방법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게임위와 자신의 보위를 위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다고 해석 될 수 있는 발언이다.

여 전 위원장은 뉴 단간론파 V3를 통과시켰다면 오히려 게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장르 게임에 대해서 여론 공세가 전반적으로 확대 될 수 있고, 이를 빌미로 심의와 검열의 잣대가 더욱 가혹하게 요구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 언론과 대중에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한 부분에 대해선 “아 예 그렇습니다!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살인사건이 게임과 관련이 있어서 등급 거부를 했다. 이렇게 말할까?”라며 “게임물관리위원회 기관장이 직접 게임과 범죄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을 하는 건데 그러면 앞서 다른 게임들까지 죄다 작살났을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1월 22일 출고된 게임전문지 '게임메카'의 '게임위 ‘뉴 단간론파’ 심의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했더니' 제하의 보도 중 일부.
지난 2017년 11월 22일 출고된 게임전문지 '게임메카'의 '게임위 ‘뉴 단간론파’ 심의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했더니' 제하의 보도 중 일부.

당시 게임전문지 ‘게임메카’는 해당 게임의 의결 과정을 담은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게임위는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회의록이 공개될 경우 제3자 및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가능성이 있고, 공정한 업무수행의 위축 및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이어진 이의신청에 대해선 “기존의 비공개 사유를 달리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기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 전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청회를 열어 관련 사안을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진=여명숙 전 게임위원장 트위터
사진=여명숙 전 게임위원장 트위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11월 24일에 개최된 ‘제 3회 게임톡소다’에서 단간론파에 대해 얘기하려했지만 당시 IARC(국제등급분류연합) 가입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그래서 인디게임을 주제로 잡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IARC 가입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단간론파 시리즈의 시나리오 라이터인 코다카 카즈타카가 게임위의 등급거부 결정에 보인 반응.
당시 단간론파 시리즈의 시나리오 라이터인 코다카 카즈타카가 게임위의 등급거부 결정에 보인 반응. 게임 속 캐릭터는 "여, 역시 비약이 지나치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다.  

뉴 단간론파 V3 등급 결정 거부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국내서 단간론파 시리즈의 이미지는 ‘인천살인사건’과 결부됐다. 번역 등 현지화를 위해 노력한 유통사 SIEK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심의 기관의 수장이 특정 게임과 사건을 연관시켰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게임이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시선에 힘을 싣게 됐다.

자의적 판단 기준이 일정 부분 사실로 밝혀지며 여 전 위원장 임기 중 심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여 전 위원장은 2017년 9월,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게임 '큐라레: 마법 도서관' 심의에 대한 이용자의 해명 요구에 '벗기기 게임'이라고 응대해 게임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두 차례의 수정본 제출에도 등급 재분류 통지를 받은 개발사는 캐릭터에 해녀복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전신 타이즈를 입혔다. 명확하지 않은 게임위의 선정성 기준에 반발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게임위 등급분류 기준. 사진=게임위 홈페이지
게임위 등급분류 기준. 사진=게임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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