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단체들 “‘쌀 페트병’ 지원은 인격 모독”
대북단체들 “‘쌀 페트병’ 지원은 인격 모독”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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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보내기 행사’ 비판 나와… “바다에 던진 쌀 알아서 먹어라는 뜻“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인도적 사업 1원칙 ‘인류애’ 강조
탈북민 단체 “우린 인도적 사업… 北 정권에 쌀 주면 주민 못 먹어”
탈북민 단체 큰 샘이 ‘쌀 페트(PET)병 날려 보내기 행사’를 진행한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주변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탈북민 단체 큰 샘이 ‘쌀 페트(PET)병 날려 보내기 행사’를 진행한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주변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일부 탈북민 단체가 강행한 ‘쌀 페트(PET)병 날려 보내기 행사’가 반(反)인도주의적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도주의 사업의 제1원칙인 ‘상호존중’을 헤쳤다는 이유에서다.

이시종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은 “이 행사는 인도주의적 사업을 위반한 행동이다”며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갈등만 키우고 있다. 대북 쌀 지원을 하려면 정부나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민화협은 그간 북측과 교류협력을 해오면서 통일부의 신고 절차를 밟아왔다. 순수한 목적의 지원 사업이라도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북단체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앞서 탈북민 단체 ‘큰 샘’ 등은 지난 8일 접경지역인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일대에서 북한에 쌀을 담은 페트병을 보내려는 행사를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단체는 지난 5년 동안 접경지역 일대에서 대북 쌀 페트(PET)병 행사를 진행해왔다. 바다에 흘려보낸 쌀 페트병이 조류를 따라 북한 땅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큰 샘측의 설명이다.

큰 샘은 자신들의 행위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진행됐다며, 정부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정오 큰 샘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순수히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 5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고쳐 나가면 된다. 정부가 개입해 무작정 비판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바다에 던져 놓고 먹으라는 것… 인간 존엄 헤쳐”

하지만, 큰 샘측의 입장과 달리 국내 대북단체들은 쌀 페트병 보내기 행사가 반인도적 행동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여의도 소재 국제개발 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코로나19여파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사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인도주의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인도적 사업은 북한 정부와 협약을 맺고 진행해야한다”며 “일부 단체가 북한 주민을 직접 전달하면 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과 대북사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가 조류를 통해 쌀을 보낸 행위가 주민들의 인격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창일 평화3000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남북관계 전망과 시민사회 해법 찾기’ 토론회에서 “인도주의 사업은 지원받는 사람의 존엄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쌀 페트병 행사는 바다에 먹을 것을 던져 놓고 주워서 먹으라는 뜻이다. 인간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지난 2014년 발간한 ‘인도적 지원의 핵심 기준’에 따르면, 인도적 지원의 핵심은 인간의 고통을 줄이고 존엄한 삶을 살 권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이 보고서는 인도적 사업의 네 가지 핵심 원칙으로 ▲ 인류애 ▲ 공평 ▲ 독립 ▲ 중립 등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은 인류애는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쌀 지원이 수혜자인 북한 주민들의 인격을 헤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국내 대북단체들이 일관되게 주장한 수혜자 입장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정부는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이나 쌀 페트병 행위가 주민들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고,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통상적으로 민간단체 살포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지자체에 통보한다”며 “민통선 이북지역에서는 민간단체 전단 살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단체 큰 샘이 지난 5월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일대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북측에 보내고 있다.(사진= 큰 샘 제공)
탈북민 단체 큰 샘이 지난 5월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일대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북측에 보내고 있다.(사진= 큰 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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