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당신을 괴롭히는 세금, '로마'로 통한다
[영화로 보는 경제] 당신을 괴롭히는 세금, '로마'로 통한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6.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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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Gladiator), 피 속에 감춰진 로마의 세금
로마의 정복 전쟁, 식민지 확대를 통한 세금 확보
아우구스투스, 최초의 공인된 '상속세' 도입…베스파시아누스의 '오줌세'
콘스탄티누스 기독교 공인 "지배가 있다면 세금도 있다"…유대인 괴롭힌 '특별세'까지
글래디에이터(2000)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막시무스), 호아킨 피닉스(코모두스), 코니 닐슨(루실라), 올리버 리드(프록시모), 리처드 해리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별점: ★★★☆ - 생각보다 액션이 많지 않은 게 다소 지루한 요인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투구로 감싼 얼굴에서 유독 눈빛이 반짝이는 건 살기가 가득해서다. 둘을 둘러싼 환호성이 그 살기를 더 불러일으킨다. 잠깐이라도 주춤 거리다면 저 살기에 내 목숨이 날아간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내 목을 향하는 칼날을 피하고서 반대로 내 칼날이 상대방을 그어버린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검투사 위로 관중들의 목소리가 덮인다. “Iugulo!(유굴로)." 광기어린 환호성이 콜로세움에 퍼진다.

우리가 익숙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 로마 시대의 검투시합 장면입니다. 로마 시대 컴투시합은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와 스포츠, 섹스를 통해 대중을 만족시키려 했던 '3S' 정책과 그 목적이 맞닿아 있습니다.

로마 시대 검투시합은 가히 '광란'의 축제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사진=다음영화

게르만 족과의 전투를 치렀던 막시무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아들인 코모두스의 질투 아닌 질투에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됩니다. 코모두스와 막시무스가 만날 수 있던 건 코모두스가 자신이 제위에 오른 기념으로 150일 간의 검투시합을 개최하면서입니다. 그런데 원로원에서 걱정이 많네요. “150일 간의 검투시합을 어떻게 치르려는 거야, 예전처럼 세금을 걷지도 않는데.” 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선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했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처음으로 가보겠습니다. 막시무스는 성공적으로 게르만 족과의 전투를 치러냅니다. 이후 게르만 족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막대한 세금을 로마 제국에 받쳐야 할 것입니다. 로마는 로마 시민들을 위한 재정을 식민지에 대한 세금을 통해 만회했습니다.

그 광대한 영토에 비해 로마 시민은 세부담이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세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집니다. 직접세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출입 시 납부하는 관세와 노예에 대한 세금으로 경비를 충당했습니다. 노예세는 매각 시 2~5%, 노예를 자유롭게 풀어줄 때 5%를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군사력을 강화하는건 공짜로 되지 않고 로마의 세금도 무거워 집니다. 로마의 군대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변화해 가며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로마는 이를 위해 전쟁세를 걷습니다. 전쟁세의 특징은 일종의 누진세라는 점입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죠. 재산의 종류에 따라 매겨지는 세율이 달랐고, 보석이나 마차와 같은 고가의 사치품은 기본 세율의 10배가 부과됐습니다.

로마의 영광은 세금이 있었기에. 사진=다음영화

그런 군대를 바탕으로 식민지가 확대되자 기원전 150년 무렵 전쟁세가 폐지됩니다.

그런데 식민지로부터 걷어 들이는 세금은 명목상 부과되는 것 이상의 부담을 가져다 줬습니다. 그건 독특한 징수 체계 때문입니다. 로마는 방대한 식민지로부터 직접 세금을 걷지 않았고 징세 청부인을 내세웠습니다. 징세 청부인이 세금을 걷어 로마에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로마에 5년 치 세금을 미리 '지불'하고 세금 징수권을 사들이는 형태였습니다. 당연히 징세 청부인은 자신들이 지불한 금액 이상으로 세금을 걷어 들이고자 했습니다. 또 여기에는 단순히 농작물의 수확에 대한 세금뿐만 아니라 재산세, 인두세, 술, 기름, 육류에 대한 세금도 더해져 있습니다.

이 징세 청부인이 얼마나 식민지에 가혹했는지는 기원전 88년 터키 지역에서 일어난 반란 사건을 통해 드러납니다. 당시 미트리다테스 대왕이 일으킨 반란은 사건이 발발한지 하루 만에 징세 청부인 8만명과 로마 시민 2만명을 학살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큰 학살을 통해 미트리다테스 대왕이 요구한 조건은 ‘독립’이 아니라 ‘징세 청부인 폐지’, ‘반란에 참여한 도시에 대한 5년간 세금 면제’였습니다. 말 그대로 세금이 사람을 잡은 경우 입니다.

로마의 세금에 대해 좀 더 얘기 해보고자 합니다. 로마의 많은 부분이 현대에도 존속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세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금의 곤혹을 겪고 있는 것도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온 ‘상속세’ 때문일 테니까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원망을 사고 있을 아우구스투스 황제. 사진=위키피디아
지금도 많은 이들의 원망을 사고 있을 아우구스투스 황제. 사진=위키피디아

상속세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입니다.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 시대를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경비를 위해 조세 제도를 정비합니다. 특히 이전까지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던 로마 귀족들에게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고 이것이 바로 5% 세율의 상속세입니다.

당연히 귀족들은 반발합니다. 5%도 과하다는 것이지요. 아마 얼마가 됐든지 간에 그들에게는 과한 세율이었을 겁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원로원에게 상속세 과세 방안을 토론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달라 요청합니다. 이를 원로원이 거부하자 아우구스투스는 상속세에 더해 토지세와 인두세까지 징수하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황제의 단호한 의지에 시작된 상속세가 2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민들 입장에서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그리 착한 황제만은 아니었습니다. 2.5~12.5%에 달하는 관세는 그 흐름상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성격이었고 1%의 소비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반해 독특했던 세금도 있습니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만든 ‘오줌세’입니다. 오줌세는 소변을 보는 사람들에게 걷는 세금이 아니었습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수거해 이를 의류의 세탁과 표백에 사용하는 상인들에게 부과한 세금이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사람들이 소변을 보니 이는 엄연히 공공재고 상인들이 공짜로 이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지요. 세금이 생기면 반발이 생기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오줌세에도 불만이 터지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금화를 내밀며 “돈에서 냄새가 나냐!”고 화를 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 페쿠니아 논 올렛)’는 라틴어 격언이 생겨나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새 말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로 번역할 수 있겠죠. 물론 그 이면에는 전쟁에 대한 비용이 깔려 있습니다.

시합에서 진 그는 세상에 불만을 품고 조커가 됩니다. 사진=다음영화
검투시합에서 진 그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서 조커가 됩니다. 사진=다음영화

로마의 세금은 이후 인류 역사의 방향을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것도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점점 퍼져나가는 기독교를 막을 수 없을 바에, 차라리 그 존재를 인정하되 “기독교도도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입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는 지금과는 다른 논리이지요.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매우 격하게 탄압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독교가 명맥을 이어가는 걸 넘어 지금처럼 위세를 떨치는 건 콘스탄티누스 황제 덕분이 아닐까요. 하지만 세금은 다릅니다. 뒤를 이은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하고 면세를 허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보다 고마운 분입니다.

유대민족들이 로마의 세금 때문에 수 백 년에 걸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 것도 인류의 역사에서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에 유대인 왕국을 세웠던 헤롯 왕은 로마의 도움과 막대한 세금을 교환합니다. 이 세금은 유대 민족의 반발을 불러오고 기원후 66년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의 원인이 됩니다. 전쟁은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정복하며 끝이 나고,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유대인 특별세를 부과합니다. 기원후 362년 율리아누스 황제가 이 특별세를 없애긴 했지만, 813년 서로마 제국이 탄생하고 이전보다 더 가혹한 유대인 특별세가 부활합니다. 유대 민족의 방랑은 자신들에 대한 가혹함을 벗어나고자 한 여정이었습니다.

‘로마 제국 쇠망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을 “가정의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무거운 세금과 함께 기원후 200년부터 은화에서 은 함유량이 점점 떨어지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가계를 무너트린 게 로마 제국까지 무너트렸다는 것입니다. 이래저래 더 걷어도, 덜 걷어도 문제인 게 세금인 거 같습니다. 분명한 건 세금이 없었다면 로마의 영광도 없었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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