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① 삼성전자를 물고 도는 순환출자 구조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① 삼성전자를 물고 도는 순환출자 구조
  • 김성화
  • 승인 2020.07.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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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과한 총수일가 지분율…1% 지분 확보하는데 필요한 돈 2조원
삼성물산 통한 우회 지배 핵심…삼성에버랜드부터 시작된 작업
삼성물산 합병 직후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진=뉴스핌
삼성물산 합병 직후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진=뉴스핌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24년에 걸친 역사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방식의 모든걸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그 과정을 봐야 한다고 묻는다면 우리나라 재벌들이 적은 돈으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순환출자’ 구조부터다.

순환출자 구조는 지금의 대기업 집단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가가 나서 대기업 집단에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통해 나타난 순환출자 구조는 한 기업의 문제가 연결된 2개, 3개, 더 나아가서는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순환출자 구조란 돈이 돌고 도는 구조다. A가 100만원의 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A는 B에게 50만원을 투자했다. B는 C에게 50만원 중 30만원을 투자하고, C는 A에게 다시 10만원을 투자했다. C는 A에게서 시작된 돈으로 A의 지분 10%를 가질 수 있다. 각자의 장부상에는 각각의 돈이 기록돼 있기에 장부상 총금액은 190만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돌고 돈 금액은 A가 B에게 빌려준 50만원뿐이며, ABC를 합해 가지고 있는 실제 금액은 100만원이지만 90만원 만큼 지분을 더 가져가게 된다.

이때 C가 벌인 사업이 망해 30만원이 날아간다. B는 A에게 50만원을 갚으려면 C에게서 30만원을 회수해야 하지만 이미 불가능하다. 30만원을 회수하지 못한 B는 남은 20만원 중 10만원만을 건졌다. A는 B에게서 5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10만원 밖에 회수하지 못한다. 만약 A가 100만원의 돈을 은행에서 빌렸다면 40만원을 별도로 벌어서 갚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파산이다.

삼성그룹도 한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해소했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놓여 있다.

삼성물산 합병 직후 2017년 말 기준으로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5.35%에 불과했다. 이건희 회장 3.86%와 이재용 부회장 0.65%,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84%를 가지고 있었다.

5%는 확실한 지배력이란 측면에서는 낮지만 금액으로는 결코 적지 않다. 2006년 1월4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69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102조가 넘어섰다. 또 2016년 6월8일 시총 200조원, 2017년 4월28일 3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 합병 직전 삼성전자 지분 1%를 위해선 1조~2조원 이상 돈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대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다면 수조원의 효과를 가져갈 수 있었다. 당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63%, 삼성생명은 8.23%를 가지고 있었다. 둘을 합쳐 12.86%, 총수일가와 합하면 18.21%다. 삼성의 선택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5.10%를 가지고 있는 舊삼성에버랜드, 지금의 삼성물산을 삼성전자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 다만 순환출자 해소라는 과제가 불거졌다.

2017년 말 삼성SDI(2.11%),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19.34%)이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또 삼성전자는 삼성SDI(19.58%)와 삼성전기(23.69%)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 합병 직후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던 순환출자 고리는 7개였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의 7개 고리다.

어느 고리를 끊느냐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가 달라지고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정점에 두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까지 확보하는 선택을 한다.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가 16년 전 화두에 오른 것도 이런 순환출자 구조가 반영돼 있다. 2004년 4월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에버랜드가 ‘규제받지 않는 금융지주회사’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2003년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액이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4.7%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금융지주회사의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췄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인가를 받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1060여만주)의 가치 상승 때문인 만큼 이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자 하는 의도된 행위와는 관련이 없는 완전히 우발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안이 발생한 근본배경은 삼성그룹이 비상장 가족기업인 삼성에버랜드를 핵심 고리로 해서 그룹 전체 지배권의 유지·승계를 기획했기 때문이다”며 "삼성그룹은 이재용 씨에게 지난 1996년 전환사채를 배정해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하고, 다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하는 현재의 지배구도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삼성물산 합병 이전 발생한 일이지만 지분 구조가 맞물려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기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각각 4.02%와 7.23%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 중이었다.

결국 삼성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으로 이어진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작업의 핵심이었다. 삼성에버랜드와 관련된 논란은 1996년 전환사채 문제에 더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킴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시도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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