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히가시노 게이고와 뿌리 깊은 나무
[기자의 서재] 히가시노 게이고와 뿌리 깊은 나무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0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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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다소 케케묵은. 고리타분한. 지루하고 따분한.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염원을 이어 받는 건 다소 그렇다. ‘그들의 언어와 생각이 우리 세대에까지 전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전 ‘그게 지금도 소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은 참 일본스러운 소재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에게 선대의 염원이란 게 의미를 가지기 힘들지 않나. ‘욜로’니 ‘휘게’니 하는 건 다 나를 중심에 둔 현재를 의미하지 않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세상이 달라져도, 가치관이 달라져도 공감을 할 수있는 생각이며 나와 다른 이가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아준다는 얘기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또 다시 기발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소소한 얘기를 술술 풀어내는 게 출판사의 말만 따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만 하진 않아도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만들긴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녹나무는 실제 일본 가고시마의 1500년 된 녹나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사진을 찾아보니 과연 1500년인가 싶다. 겉으로 보이는 게 이정도인데 속으로 뻗은 뿌리는 얼마나 대단할까란 생각도 든다.

뿌리를 내린다는 건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뿌리가 깊게 박히지 않는다. 때론 물렁물렁한 지반을 만난다면 쉽겠지만 돌이라도 박혀 있다면 돌아갈지, 조금씩 깨어내 파고들지, 아니면 여기서 멈출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장마철이라면 억세게 내리는 비에 흙이 파헤쳐져 뿌리가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한없이 가무는 날이면 땅이 갈라지고 뿌리가 드러나 메말라 비틀어질 수도 있다.

사진=sazma.jp/
사진=sazma.jp

뿌리를 깊게 내리고 살아남았다는 건 그런 과정을 다 견디고 견디어 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1500년이란 세월을 담고 있는 녹나무를 보면 경이감이 드는 것 아닐까.

내가 흔들릴 때 나를 붙잡는 건 어떤 신념일수도, 가치관일수도, 고집일수도, 오기나 아집, 집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시간의 누적이 만들어 준 염원일지도 모른다.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심어준 염원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거쳐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나에게까지 전해진 염원이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해줄 뿌리일지 모른다.

지금과 그때가 다르다고 말하지만 사실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당신의 마음속에 한그루쯤 나무를 심어둔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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