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③ 이재용 삼성생명 아닌 삼성물산 택한 이유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③ 이재용 삼성생명 아닌 삼성물산 택한 이유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0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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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은행법 '은산분리'→2003년 보험업법 '금산분리' 적용
삼성물산 합병 이전 3.15%p 삼성전자 지분 높지만…
공정거래법 등 '삼성저격법' 개정 움직임, 리스크 노출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우리나라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두 단어가 있다. ‘삼성공화국’과 ‘삼성저격법’이다. 삼성공화국을 막기 위해 삼성저격법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저격법은 삼성생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이 더 높은 삼성생명 대신 삼성물산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지던 2015년,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4.06%로 삼성생명 7.21%보다 3.15%p가 낮았다. 2015년 말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85조원 정도였으니 금액으로는 금액으로는 약 5조원 차이다.

5조원이란 비용을 더 아낄 수 있음에도 삼성물산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구입하기 직전인 1995년 은행법에 은행의 지분 취득을 제한하며 금산분리 원칙이 도입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은행법은 금융업이 아닌 업종을 운영하는 회사가 4%를 초과해 은행 지분을 가지지 못하도록 했다. 단 의결권 행사 없는 조건으로 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동일인은 은행 지분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또 반대로 은행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 임직원에 대한 대출이나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등이 제한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총수일가 관점에서 삼성생명은 과다 지배, 삼성전자는 과소 지배함으로써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면서 금융회사를 이용하여 산업자본 지배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말한바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는 산업자본을 자회사/손자회사로 보유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와해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은행법에 이어 2003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삼성생명에도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됐고 실제로 이런 위기가 다가왔다. 개정된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총자산의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개정된 보험업법은 삼성 특혜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업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를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는 공정가액(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개정을 시도했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상당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취득원가는 약 54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현재 시가로 계산하면 25조원이 나오며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 309조6310억원의 8%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지난 1분기 공시 기준 5억815만7148주를 가지고 있다. 이를 3%에 맞추면 약 1억9055만주로 3억1760만주-현재 시가 기준 17조0868억원 주식을 정리해야 하고 삼성물산이 가진 지분율이 낮아진다. 1995년 은행법에서부터 금산분리 원칙이 강화될 조짐이 보였음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면 할수록 향후 정리해야 할 지분도 많아질거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추진됐던 게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공정거래법 11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회사는 국내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정관 변경 ▲그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부분의 다른 회사로의 양도하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해 빠져나갈 구멍을 주고 있다.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제한도 15%까지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해 발의한 적이 있었다. 제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앞선 6년 간 공정거래법의 예외조항을 통해 주총에서 총 132회의 의결권을 행사됐고 안건유형별로는 임원임면(104회), 정관변경(23회), 합병‧영업양도(5회) 순으로 많았다.

특히 이 중 전체의 94%(124회)가 삼성그룹 소속 4개 금융보험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에 의해 행사됐고 “2002년 예외조항이 시행된 후 합병이나 영업양도와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삼성 소속 금융계열사에서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 의원의 발의안은 금융계열사 합산 의결권 한도를 3%로 제한하고 재벌 소속 계열사 간 합병․영업양도 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보험업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도입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기 힘든 만큼, 삼성생명을 삼성전자 위로 올리는 건 애초에 선택하기 힘들었다. 반대로, 역사에 만약이 있다면, 삼성에버랜드의 합병 파트너는 삼성생명이 될수도 있었다.

만약의 시나리오를 하나 더 써본다면, 삼성생명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하나 있다. 바로 공익법인에 기부의 명목으로 증여하는 것이다. 증여세를 내지 않으면서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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