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⑥ 삼성물산 합병 '만장일치' 이사회, 누구를 위한 거수인가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⑥ 삼성물산 합병 '만장일치' 이사회, 누구를 위한 거수인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13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삼성물산 0.35대 제일모직 1 합병 승인…일성신약 등 주주들 반발
서울고법 "삼성물산 주가, 이건희 등 이익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
1주 1표 주총 통해 선임, 연봉 7800만원…당시 이재용 등 특수관계인 지분 52%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한 기업의 이사들이 회사가 아닌 다른 이익을 위해 일을 한다면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런 논란에도 이사들인 연임된다면 주주들이 이들을 믿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걸까? 이들이 회사를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걸까?

2015년 7월 삼성물산 0.35대 제일모직 1의 비율로 이루어진 삼성물산 합병이 통과된 건 우리가 '거수기'라 부르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물산 합병으로부터 직후인 2015년 8월,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은 가격조정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합병을 거부한 주주들에게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였다. 이 건은 합병무효소송과는 별개의 건이다.

1심은 가격이 적정했다고 봤지만 2심은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2심 판결에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1주당 5만7234원보다 9368원, 16.3% 높은 6만6602원으로 재조정했다.

재조정된 가격은 제일모직 상장 전일인 2014년 12월17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설이 삼성물산 합병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 재판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 이사회에 참석한 당시 장달중 통일부정책평가위원회 위원장과 전성빈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 등 사외이사들은 왜 이런 합병비율을 찬성했을까? 내부 의견 조율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번 합병 건이 지금까지 납득되지 못해 재판이 진행중인 점을 감안하고 살펴보자.

특히 서울고법이 판결문을 통해 대략적인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주식매수 청구가격 재조정 결정이 합병비율과는 상관없다고 말해 합병무효소송에까지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판결문에서는 삼성물산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침해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건 분명히 나타난다.

이사회의 판단에 대해 서울고법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빼놓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삼성물산 주가 하락 이유로 “2015년 1월2일부터 5월22일까지 삼성물산 외 다른 주요 건설사 주식 주가가 상승한 것과 달리 삼성물산 주가는 상승하지 못했고 특히 2015년 4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이는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합병비율이 결정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 7월17일 주총 종료 후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 대비 7200원(10.3%)이 하락한 6만2100원으로 급락했다. 같은 날 제일모직 주가도 삼성물산을 따라가며 7% 하락했다. 

또 서울고법은 “합병의 특수한 사정, 즉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등의 이익이 커지고, 이건희 등의 삼성물산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 사장은 추가친화책을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 말했지만 문제는 합병 당일까지도 주가가 하락한 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는 점이다.

회사 출신인 사내이사들은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독립성을 위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왜 주주와 회사에 불리하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좌시했을까? 이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한 걸 몰랐어도, 알고 있었어도 문제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봐야한다. 현재 사외이사들은 1주 1표의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2014년 말 舊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23.23%로 최대주주였으며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52.24%였다. 사외이사들은 상근직이 아니기에 이사회가 열릴 때만 출근하며 그 보수가 적지 않다. 2015년 기준 삼성물산 사외이사 1인 평균 보수는 7800만원이다.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했던 장달중·권재철 사외이사는 삼성물산 합병 후 2017년 재선임됐다. 우리가 이사회에 '거수기'를 거론할때는 이사들의 대주주 '눈치보기'를 이유로 든다.

또한 2018년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 속에서 최치훈 사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건도 통과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 공급이 300여 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반기 1만 호를 공급하며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최 의장은 올해 3월 합병 당시 삼성물산이 신규주택 2만여 가구 공급 계획과 2조원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이후 공시해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모든 의혹이 들어 맞는다면 합병을 앞두고 회사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지 않은 최치훈 의장과 자신들의 보수를 지급하는 회사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승인한 장달중, 권재철 사외이사가 재선임된 주총은 주주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내부 감시가 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라도 견제를 해야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에서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2018년 국민연금은 최치훈 사장 연임을 반대했지만 2015년에는 같은 편이었다. 국민연금이 3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삼성물산 합병 건은 통과될 수 없었을 것이다.


관련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