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⑧ 삼성물산과 KCC, 그리고 '자사주 마법'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⑧ 삼성물산과 KCC, 그리고 '자사주 마법'
  • 김성화
  • 승인 2020.07.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총 직전 자사주 매각, KCC 5.76% 합병안 '백기사'로 등장
2006년 대림통산 "경영권 또는 대주주 지배권 유지는 불합리"
2015년 엘리엇 가처분 소송 "주식매수자금 마련 등 합리적 이유"
2017년 삼성전자 자사주 매각, 2.77% 지배력은 '덤'?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삼성물산 합병에 KCC가 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삼성물산 지분이 1주도 없었던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임으로써 합병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연 ‘자사주의 마법’이라 부를만 하다.

2015년 6월10일, 삼성물산은 자사주 5.76%, 899만557주를 KCC에 6743억원에 넘긴다. 이를 받은 KCC는 국민연금과 함께 삼성물산 합병이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표를 던진다. 66.7%의 찬성표가 필요한 합병안에 대해 69.5%로 통과했으니 이 표가 없었다면 합병은 힘들었을 것이다.

자사주는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의미한다. 보통 자사주의 소각이나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합병을 앞두고 이를 KCC에 매각한다. 이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성격 때문에 진행된 방법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을 시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하거나 타인에게 매도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예를 들어 A회사가 자사주 10%를 보유하다 인적분할을 통해 A회사와 그 자회사 B회사로 나눠진다면, A회사는 B회사에 자사주만큼의 지분율을 가져갈 수 있다.

삼성물산이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주주총회에서 쓸모가 없는 자사주를 KCC에 매각함으로써 ‘백기사’를 확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자사주 매각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

자사주 처분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지 않다. 2006년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분할을 위한 주총을 개최했고 이에 앞서 자사주를 이재우 회장 본인을 포함해 3명에게 매각했다. 이를 두고 법원은 “ 자사주 처분 행위가 현 이사들의 경영권 유지 또는 대주주의 지배권 유지 이외에 합리적 이유 없이 회사와 다른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는 무효로 볼 수 있다”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이 끼어있는 경우 법원은 우리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2003년 소버린이 SK㈜ 지분 14.99%를 확보하자 SK는 당해 12월 자사주를 하나은행에 넘기려 했고 소버린은 의결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때 재판부는 자사주 매각으로 소버린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이사회 결의를 무효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때 “전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주주 이익만 침해한다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엘리엇은 후자의 케이스였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 진행되고 있어 삼성물산과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자사주 매각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대비한 주식매수자금 마련 등 회사의 필요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경영상의 이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이나 KCC나 자사주 거래가 합병안 의결 참여를 위함을 밝혔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자. 또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유리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또 재판부가 말한 대로 자사주는 “처분방식에 관한 명문의 제한규정이 없으므로 회사는 적당한 방법을 통해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점도 용이했다. 삼성물산은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을 택하며 자사주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지난 5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자사주에 대해 삼성과 KCC 사이 이면계약에 대해 수사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KCC 손실을 보전해주는 내용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회사의 재산을 특정 주주 이익을 위해 사용함에 따른 업무상 배임 또는 상법에서 금지한 주주권 행사에 있어 부정 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 ‘자사주의 마법’은 그럴듯하지만, 사실 대부분 마법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다.

자사주와 연관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한 건 더 이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두 번에 걸쳐 보통주 8억9900만주, 우선주 1억6100만주 등 자사주 10억6000만주를 소각했다. 금액으로는 40조원,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약 12%였다.

당초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시나리오에서는 이 자사주가 큰 역할을 하는 방안이었다. 통상의 경우처럼 삼성전자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거나 사업 부문별로 인적 분할한다면 지주회사가 분할된 회사에 자사주만큼 지분율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상장사 기준 20% 자회사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을 채우기 힘들어졌고 이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사실상 없음을 의미한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한다면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해도 약 15%를 더 보유해야 하며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따져봐도 45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단, 자사주 소각을 통해 총수일가 지배력도 다소 올라갔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이 시작되기 전 2016년 말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8.45%로 이중 이건희 회장 3.54%, 이재용 부회장 0.60%였다. 이는 2018년 말 각각 21.22%와 4.18%, 0.70%로 변했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2.77%p 올랐고 8조8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관련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