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⑨ 엘리엇은 '먹튀'였나 '주주' 편이었나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⑨ 엘리엇은 '먹튀'였나 '주주' 편이었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2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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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애국심 마케팅'…합병=국익,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탈취?
헤지펀드 '먹튀'라면 개인투자자는?…"보다 많은 배당 등 적극적 주주 권리 주장"
"엘리엇 소액주주 이익과 불일치"라 했지만…합병 후 주가는 오히려 하락
2015년 7월 삼성물산은 합병과 관련해 100여개 매체에 합병 찬성을 요청하는 광고를 내걸었다. 사진=삼성물산
2015년 7월 삼성물산은 합병과 관련해 100여개 매체에 합병 찬성을 요청하는 광고를 내걸었다. 사진=삼성물산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만약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없었다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사람들의 입에 이토록 오르내릴 수 있었을까? 엘리엇을 비롯한 헤지펀드는 정말 경영권 위협의 대상일 뿐일까?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발표한다. 이튿날인 27일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의사를 표한다. 같은 해 6월4일 엘리엇은 경영참여 목적으로 1112만5927주(7.12%) 보유 중임을 밝힌다. 그리고 5일 엘리엇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이 주식 보유를 밝힌 4일과 5일, 이틀 간 삼성물산 주식 1087억원(약 148만주) 어치를 매수한다.

같은 달 9일 엘리엇은 주주총의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11일 삼성물산의 KCC로의 자사주 매각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24일 엘리엇이, 25일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다. 7월1일 서울중앙지법은 주주총회결의금지, 7일 KCC 자사주 매각 건에 대해 기각한다. 16일 서울고법도 엘리엇이 제기한 두 건에 대해 기각한다.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69.53%, 제일모직은 만장일치로 합병안이 통과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에 뛰어든 후 발생한 주요 사건이다. 이 기간 삼성물산의 광고가 100여개 매체에 걸린다. 태극기 아래 ‘투자의 목적은 수익을 올리는 것. 하지만 ’수익‘을 위한 투자가 국익을 해친다면?’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위협 혹은 탈취. 엘리엇에 씌워진 굴레다.

엘리엇은 행동주의 헤지펀드(Hedge Fund)를 내세운다. 헤지펀드란 여러 내용으로 정의하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모집 투자신탁’이란 의미가 강하다. 당초 위험 회피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고위험·고수익 상품 투자도 꺼리지 않는다.

먹튀란 먹고 튀는, 단기간에 수익을 얻으면 미련 없이 손을 털어버린다는 의미다. 단기적 특성은 헤지펀드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컫어 지는 주식시장 흐름 직후 나온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는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well-diversified portfolio)를 구축하기보다 단기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을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먹튀 속성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부탁한 모양새가 된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삼성물산

2015년 7월 경제개혁연구소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칼럼에서 헤지펀드의 평균 투자 기간이 “369일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웬만한 펀드들의 투자 기간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말했다.

또 먹튀라고 한다면, 헤지펀드가 주식에서 손을 뗀 후 주가가 급락해야 그 이야기가 성립이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는 대량보유(5%) 사실 자체가 시장에 공시되자 마자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공시 20일전부터 공시 20일 후까지의 기간 동안 주가는 시장수익률 대비 무려 7% 상승 ▲상승한 주가는 계속 유지돼 5년 후에도 개입 이전보다 높고 ▲5년 후 수익성(ROA 총자산순이익률)도 개입 이전보다 높으며 ▲헤지펀드 주식매입 이전이 아니라 그 이후에 주식을 매입하거나 심지어 헤지펀드가 주식을 매각한 이후에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공히 5년간 초과수익률을 실현 ▲개입 후 차입 및 배당의 증가가 상위 5%에 해당되고, 실물투자의 증가가 하위 5%에 해당되는 대상회사 경우 5년 후의 기업가치와 수익성(ROA)이 개입 이전보다 높고 ▲헤지펀드와 위임장 대결 또는 소송과 같은 분쟁이 있었던 대상회사의 경우에도 5년 후의 기업가치와 수익성이 개입 이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의 금융위기 동안에는 헤지펀드 대상 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의 침체기를 겪었지만, 이는 비교 그룹의 모든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기업지배구조의 측면에서 기업의 주요 지분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부분에 대한 매각을 요구하거나, 주주들에게 보다 많은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으로 주주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 엘리엇이 가진 의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물산은 2015년 6월30일 합병법인 배당성향 30%,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CSR 전담조직 구성 등을 발표했다. 시점으로 보아 엘리엇이 뛰어들지 않았어도 나왔을까.

엘리엇은 2015년 7월8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은 이미 지난해 28% 배당성향으로 배당을 받았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보유 지분이 희석돼 막대한 손해를 보고 배당을 받는 것인데 합병 후 회사가 30% 배당성향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삼성물산 주주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퇴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교보증권에서 나온 보고서를 토대로 “삼성물산, 합병 무산시 헤지펀드·소액주주 이익 불일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낸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대비해 합병이 무산되도 이익을 보기에 소액주주들과 이익이 불일치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 또 교보증권은 “합병 성공시 통합 삼성물산 목표주가는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9만2000원 가량이 될 전망”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이 됐음에도 2015년 7월17일 6만2100원에서 같은 달 28일 5만6700원으로 매수청구권 금액(5만7234원) 아래로 떨어졌고, 7월 말 5만1205원까지 하락했다.

엘리엇이 ‘소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조용히 넘어갔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사례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사례로 등장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누가 주주와의 이익과 일치했을까. 엘리엇은 먹튀일까 주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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