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⑩ '유전무죄'의 '3·5'법칙, 시나리오는 나왔다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⑩ '유전무죄'의 '3·5'법칙, 시나리오는 나왔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21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상 횡령죄, 5억~50억 미만 '집행유예' 가능
이건희, 삼성SDS BW 유죄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
미국 양형기준 끌어다 쓴 삼성준법감시위 "삼성 봐주기" 반론도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당신이 이재용 부회장보다 법으로부터 더 ‘대접’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야간에 타인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면 된다.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절도죄는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야간주거침입절도라면 10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 또 상습적이라면 법에서 정한 형의 1/2까지 가중된다. 라면 한봉지, 계란 한판을 훔치고 징역형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습절도에 따른 가중처벌로 금액은 10만원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업무상 횡령죄는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은 2~5년이 양형기준으로, 이때 3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재벌家에는 ‘3·5’ 법칙이란 게 존재한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구속을 피할 수 있는 기준선이다. 많은 재벌그룹 회장님들이 이 법칙을 적용 받으며 수감생활을 피해왔다.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인 이 부회장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선 금액을 조정했다. 2018년 2월 서울고법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가 되면서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36억원만 인정됐다.

뇌물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4년에서 7년이 양형기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이를 절반까지 줄일 수 있어 이때부터 집행유예 가능성이 언급됐었다.

이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삼성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며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 대상과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제3자에게 제공되는 대가 관계가 인정될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대가성으로 경영승계작업이 인정된 게 컸다.

이에 따라 최서원에게 준 말 3필 가격인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더해 뇌물공여액이 86억원으로 늘었다.

삼성그룹에 많은 사건이 벌어졌지만 총수가 구속된 적은 없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었다. 1988년 3월부터 1992녀 8월까지, 9회에 걸쳐 250억원을 건넨 혐의다. 그리고 1997년 개천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다.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08년 7월, 이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양도소득세 456억원 조세포탈 혐의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 받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무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은 공소시효 만료로 양도소득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받았다. 양도소득세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 1128억원 중 일부만 인정받은 금액이다.

1년 후인 2009년 8월, 대법원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특경가법상 배임 손해액이 50억원이 넘음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2심에서 선고한 형량을 늘릴 만큼 죄가 크지 않다고 대법원이 판단함에 따라 그대로 집행유예를 확정지었다. 같은 해 12월 이명박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이 발표된다. 평창올림픽이 이유였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이다. 현재 이 회장이 사면을 기대하고 다스 미국 소송비 61억원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병철 창업주도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이 부회장이 구속은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최초 구속 사례다.

이 부회장이 결국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재판부에서 예외적으로 삼성에 ‘조언’을 해줬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했고, 삼성은 즉각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재판부는 이 부회장 공판에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인 ‘SENTENCING OF ORGANIZATIONS‘(기업범죄에 대한 양형)을 언급하며 법원이 개별 사건의 유무죄 판단을 내리고 처벌을 하는 것을 넘어 치유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삼성 봐주기를 위해 재판부가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 부회장 공판 재판부에 대해 “법원이 미국의 양형 기준을 강조하는 태도는 사실상 재판부가 이재용 피고인을 풀어주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명분을 찾는 태도”라며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범죄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 아닌 삼성전자와 같은 주식회사가 범한 기업범죄에 대한 법인의 처벌 수준과 방법을 결정할 때 적용”되는 것이라 말했다.

또 제8장의 양형기준에 대해 "이 조항을 개인의 형량을 결정할 때 사용된다고 언급한 부분을 찾을 수 없으며 사고가 난 기업의 형량을 감형해주는 방식이지 범죄 후 재판과정에서 관대한 처벌을 받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급조한 현재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의 형량은 얼마나 될까? 최 교수는 “86억원에 합당한 선고형은 4~7년으로 여기에 이 부회장에게는 ▲공범으로서 주도적 역할 ▲범죄를 통해 지배권 강화나 기업내 지위 보전의 목적 ▲범행 후 증거은폐의 시도로 볼 수 있는 일련의 행동들이 있었다”며 “복수의 집행유예 부정적 사유가 있고 긍정적 집행유예 사유는 전과가 없고 피해액을 변제했다는 정도로, 사유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부회장 선고형은 5~8년이라 할 것이며 이 경유 집행유예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