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⑪ 이건희 와병과 경제민주화…이재용, 속도를 내다
[삼성, 이재용, 경영승계]⑪ 이건희 와병과 경제민주화…이재용, 속도를 내다
  • 김성화
  • 승인 2020.07.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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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인터뷰
"2014년 4월 보험업법 개정안, 5월 이건희 와병…승계작업 당겨졌을 것"
"제일모직 유리한 합병비율, 삼성물산 이사회는 뭐했나"
"엘리엇 경영권 관심 없었다…삼성은 항상 선례를 남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은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겠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속도를 앞당기게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사진=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삼성물산 합병이 이렇게 논란이 된건 예상치 못하게 속도를 내야했기 때문이었을까.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물산 발표 직후 많은 사람들이 ‘올게 왔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전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모든 승계작업이 앞당겨 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04년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을 통해 본 삼성그룹 소유구조의 문제’란 보고서를 통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化 문제를 지적했었다. 2003년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액이 삼성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4.7%에 이르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금융지주회사의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췄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인가를 받지 않아 위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소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가 실명전환되자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어딘가 합병할 것이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에버랜드가 어딘가와 합병을 한다면 금융지주 문제를 해소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지분도 늘리고 삼성물산 자체에 대한 지분도 늘렸기에 삼성물산이 후보가 아닐까라고 많이 얘기하고 있었다”고 되짚었다.

이어 김 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가 화두였고 순환출자 금지,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 강화 등 내용이 언급됐기 때문에 그때쯤부터 준비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건 속도를 더 내게 만들었을 것”이라 말했다.

2014년 4월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이나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주식 보유 제한 기준을 취득가가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현재에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약 5억815만주 중 3억1760만주를 정리해야 한다. 개정안 발의 한달 후 이건희 회장이 자택에서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까지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삼성물산 합병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김 소장은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상 규정대로 정했지만 합병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제일모직 주가가 테마주가 되서 고공 행진을 하는 와중에 합병을 발표해버리는 바람에 삼성물산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합병된 것이 거가 첫 번째 논란의 대상”이며 “두 번째는 이를 결정한 삼성물산 이사회가 뭘 한거냐, 제일모직 이사회는 자기네 주주들에게 떼돈을 벌어주는 거니까 당연하다해도 삼성물산 이사회는 막아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함에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김 소장은 “자본시장법 단서 조항에 따라 합병비율이 본질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삼성물산은 할증하고 제일모직 할인하는 최소한 그정도 방법은 취해서 반발과 비판을 잠재워도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은 당시 어느 증권사 리포트를 보더라도, 평균적으로 삼성물산 0.7대 제일모직 1로 실제 합병비율 0.35대 1보다 높음에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합병이 이뤄진 건 삼성의 경제권력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이해상충 문제를 감안해 독립적인 외부 기관에 자문을 구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을 토대로 결정한다. 반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외부평가 기관에 자문을 구하더라도 갑을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김 소장의 평가다.

특히 김 소장은 “보통 재벌이 아니고, 삼성과 경영승계가 관련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를 반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은 공익법인, 병상에 있던 이건희 회장까지 의결권을 행사했고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나라는 이런 합병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막상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외국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자칫 준비했던 합병이 엎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하지만 그런 엘리엇이 합병에 불리하게만 작용했던 건 아니다. 소위 ‘애국심 마케팅’이 통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극렬하게 반대하는 힘쎈 소액주주가 나타나 아슬아슬하게 주총에서 통과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엘리엇이 들어오면서 삼성에게 유리했던 것도 있다”며 “순수하게 합병비율이 잘못됐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유리한 방법으로 정해졌다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엘리엇 들어오면서 ‘외국 헤지펀드가 들어와 삼성을 해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식으로 모든 신문 광고와 칼럼이 쏟아지면서 애국 마케팅, 공포 마케팅이 반대를 할 주주들도 찬성쪽으로 돌리게끔 한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공포마케팅이 엘리엇에게 억울한 면도 있다. 김 소장은 “경영권이라고 하면 실제로 기업을 운용하는 힘과 권한을 말하지만 엘리엇은 이전 소버린이나 칼 아이칸과 같이 국내 기업을 덮친게 아니라 삼성이 만들어놓은 합병이란 어젠다에 참여했을 뿐이다”며 “엘리엇이 취한 행동은 합병을 취소하던지 합병비율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불과한, 경영권과는 거리가 멀고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행사 정도로, 소버린이나 칼 아이칸과 비교해 경영권에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합병은 막지 못했지만 엘리엇은 우리나라 기업 합병 분위기를 바꿔 놨다고 봐도 좋다.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시도했던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삼광글라스그룹의 분할합병이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소장은 “삼성물산 합병건이 없었다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합병분할안을 밀어붙였을 것”이다며 “엘리엇을 통한 학습효과로 나라가 들썩 거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린 것이며 삼광글라스 또한 국내 소액주주들의 반대 때문이라고는 말은 못하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를 보면 삼성이란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가지는 의미는 단순 하나의 기업, 하나의 대기업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소장은 “삼성은 항상 선례를 남긴다”며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활용한 작업도 삼성 본인은 그런 방법을 관철하고 변호사 수 십명 동행해서 최소 집행유예를 얻어내고 나면 나머지 재계는 못하는, 불법행위 선구자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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