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당대(唐代) 미녀가 사랑한 꽃 '모란'
[영화로 보는 경제] 당대(唐代) 미녀가 사랑한 꽃 '모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7.2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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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배경 '연인'의 장쯔이, '양귀비'의 판빙빙
봄이면 찾아오는 모란경연대회, 집 한채 훌쩍 넘어가는 가격
"장안 10만 가구가 파산"…'투기'로 인해 실패한 적정 시장 가격 형성
연인(2004)
감독: 예모
출연: 덕화(레오), 성무(진), 쯔이(메이)
별점: ★★★☆ - 장쯔이는 이때가 제일 이뻤지 -

양귀비 - 왕조의 여인(2016)
감독: 장예모
출연: 판빙빙(양귀비), 여명(당명황), 오존(이모)
별점: ★★☆ - 중국판 명성왕후, 전투씬은 실소가 나온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아침에는 으뜸가는 미녀가 술에 취한 듯 발그레하고, 밤에는 하늘의 향기가 옷깃을 적신 듯 하네'

모란을 표현하는 시구 중 으뜸으로 꼽히는 당나라 이정봉의 ‘모란시’의 첫 두 구절입니다. 여기서 비롯된 국색 천향은 모란의 빛과 향을 대표하는 말이 됩니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영화에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두 배우가 나옵니다. 2004년작 ‘연인’에서는 장쯔이가, 2016년작 ‘양귀비’에서는 판빙빙이 등장합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당나라 시절부터 지금껏 사랑받고 있는 모란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연인의 첫 시작은 ‘모란방’이라는 주점에서부터 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주점 내부는 온통 모란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또 양귀비에서 판빙빙이 입은 옷에는 모란이 잔뜩 장식돼 있습니다. 한때 우리는 꽃 중의 꽃은 장미이고 장미를 최고의 미인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당나라에서는 모란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이쁘긴 해도 흔하디 흔한 꽃처럼 보이는 이 모란은 얼마나 당나라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걸까요? 돈으로 따져본다면 집 한채 가격 정도는 지불할 정도로 모란에 애정을 쏟았다고 합니다.

영화 '연인'의 첫 장면은 '모란방'이란 주점에서 시작됩니다. 당나라의 귀족적이고 화려한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다음영화
영화 '연인'의 첫 장면은 '모란방'이란 주점에서 시작됩니다. 당나라의 귀족적이고 화려한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다음영화

당나라의 문화는 귀족적이고 화려하다는 말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런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봄이면 찾아오는 꽃놀이입니다. 양귀비의 사촌인 양국충은 당나라 외척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양국충은 모란이 필 무렵이면 비단으로 장식하고 수십 명의 악공을 태운 누거재악이란 수레를 만들어 꽃놀이를 나갔다고 합니다.

이시기만 되면 모란을 사들이기 위해 모두가 분주했고 여인들은 천금을 들여 구입한 꽃으로 장식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당나라에서는 모란 경영대회가 열렸고 여기서 1등한 모란은 그 가격이 집 한채를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런 당나라 문화를 ‘모란투기’라 부릅니다. 그 양상은 투기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한 포기 꽃이 중농 열 집의 세금’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같은 시대 시인 노륜은 ‘부잣집 자제를 미치게 하며 장안의 10만 가구가 파산했다’는 말로 모란투기를 표현했습니다.

모란은 당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상품 중 하나였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투기라 불렀을까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하거나 또는 그 일’ 또는 ‘시세 변동을 예상해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거래’라 말합니다.

좀 더 경제학적으로 살펴볼까요?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 이론을 만든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행위란 철저한 분석에 바탕을 두고 투자원금의 안정성과 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을 말하며,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 못한 행위는 투기적인 것”이라 정의합니다.

또 현대 거시경제학에 큰 영향을 준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투자자는 특정 자산의 미래 수익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고, 투기자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예측해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다”고 구분했습니다.

대략 정리하면 투자란 수익에 대한 근거가 존재해야 하며 그 수익이 적당한 수준이라 판단돼야 하는 걸로 보입니다. 반면 근거 없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 투기가 되겠죠. 도박은 투기보다 더 나아간 단계입니다. 도박은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댐’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근거도 없이 운에만 기대한다면 도박이 되겠지요.

또 다르게는 생산활동과 관계가 있느냐 아니면 이익만을 추구한 단기 투자냐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판빙빙도 이 영화를 살릴 수는 없었네. 사진=다음영화

우리가 ‘모란투기’라 부르는 건 당나라 사람들이 모란에 집 한채 가격을 지불하고, 모란 거래로 인해 10만 가구가 파산하는 건 그 상품성과 비교해 적당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판단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니까 가격이 비싸지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를 되팔지 않고 순수하게 내가 가지고 싶어서, 모란이 아름다워 사들인 거라면 10만 가구가 파산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나라 시절 모란은 시장 내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적절한 시장가격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사례입니다.

당나라 모란투기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16세기 네덜란드 튤립광풍입니다. 이는 ‘투기’에 ‘선물’거래가 더해진 형태입니다. 그 세부를 들여다보면 모란투기보다도 ‘운’이라는 요소가 더 가미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부동산투기’로 떠들썩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1순위 자산입니다. 부동산에 돈을 넣는 건 자산을 위한 투자로 여겨지기에 매우 손을 대기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부동산이 자산을 위한 ‘투자’로 만들어진 걸까요, 아니면 사람들의 심리에 기댄 ‘투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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