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미르 연대기', 위메이드 생존의 팡파르
[기자의 서재] '미르 연대기', 위메이드 생존의 팡파르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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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연대기' = 김도훈 저, 시하기획.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얼마 전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에서 흥미로운 책 하나를 냈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세계관을 편년체 형식으로 묶은 ‘미르 연대기, 용의 대지, 불과 마법의 역사’다. 왜일까 궁금했다. 게임사가 편찬위원회까지 만들어 책을 낸 이유도 궁금했거니와 미르의 전설 자체도 서사와는 거리가 꽤나 먼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미르의 전설은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던, 90년대 후반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에 출현했다. 당시 온라인 MUG(멀티 유저 그래픽) 게임은 서양과 동양의 양강 구도가 뚜렷했다. 에버퀘스트와 울티마온라인이 서양판타지를 담당했다면 ‘레드문’, ‘영웅문’, ‘바람의 나라’ 등이 오리엔털판타지(무협)류의 게임이었다. 

미르의 전설은 동양게임의 말석쯤에 위치했다. 유명 원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었던 다른 무협게임과 비교하면 미르의 전설의 무게감은 다소 뒤쳐지는 감이 있었다.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도 ‘녹정기’, ‘사조영웅전’ 등 유명 무협 IP(지적재산권)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되던 시점이었다. 경쟁작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고 신인이나 다름없던 미르의 전설이 2020년에도 살아남는 게임이 될 줄을 그땐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다. 

미르의 전설1은 리니지에 밀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미르의 아버지 박관호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 회사를 차려 1년 후 미르의 전설 후속작을 출시한다. 후속작은 중국 상하이 등지 PC방에서 기록적인 인기를 거두며 중국 국민 무협게임의 자리에 오른다. 위메이드와 미르의 전설2(중국명 열혈전기)의 탄생설화다. 현재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의 재산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창작자의 운명은 작품을 따라간다고 했다. 위메이드의 역사를 알고 읽으면 미르 연대기는 회사의 지난 20년을 은유하는 듯하다. 인간과 마족의 전쟁은 2000년대 한국 무협 게임 시장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새로운 지역으로 탐험을 떠난 제국 원정대는 중국에 진출한 위메이드의 투쟁기로 읽힌다. 이역만리에서 성공해서 본토로 돌아오고자 하는 비천왕국의 디아스포라는 중국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미르IP 신작을 내려는 최근 위메이드의 행보와 겹친다.

20여 년간 국내 출시된 무협 게임이 ‘천지빼까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무협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라고 했다. 도록을 방불케하는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 이 책, '20년이면 연대기를 써도 되는 게 아니냐'는 생존자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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