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킹덤 오브 헤븐'에서 벌어진, '신'도 노할 전쟁의 경제학
[영화로 보는 경제] '킹덤 오브 헤븐'에서 벌어진, '신'도 노할 전쟁의 경제학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8.2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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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두고 200년 간 벌어진 십자군 전쟁
범죄자, 부랑아, 건달의 전쟁 참가와 약탈을 통한 수익
기독교 정복지 확장+주인 잃은 영토와 재산=교회의 몫
전쟁 통해 성장한 템플기사단, 지중해 무역 장악한 이탈리아 도시국가까지
킹덤 오브 헤븐(2005)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올랜도 블룸(발리안 드 이블린), 에바 그린(시빌라), 리암 니슨(고드프리 드 이블린), 제레미 아이언스(티베리아스), 마튼 크소카스(기 드 뤼시냥), 가산 마소드(살라딘)
별점: ★★★☆ - 요즘 같은 시국에 종교의 의미를 적절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신의 뜻에 따라 행하는 일에 신의 가호가 있으리.’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두고 벌어진 십자군 전쟁의 가장 큰 동력은 종교였습니다. 아니, 종교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유럽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는 성직자가 신의 가호를 빌어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위의 신이 십자군 전쟁을 보고 있다면, 정말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들이라며 보호해줄 마음이 들었을까요?

종교라는 이름 뒤에 숨은 경제적 야욕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지키려는 올랜도 블룸의 용기는 감동적일 수 있지만 전체를 바라본다면 그건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바위돔과 전경.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전쟁이 약 200년 간 치뤄집니다. 사진=픽사베이

지도에서 예루살렘을 찾아보면 지중해 동쪽 끝,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다윗이 시온의 성을 정복하고 유대 왕국과 이스라엘 왕국을 통합하면서부터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졌습니다. 종교적 성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향해 순례길을 떠났고 그만큼 사람들이 모여 교역을 행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킹덤 오브 헤븐’은 길고 긴 십자군 전쟁 중에서도 12세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살라딘’과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 영국의 ‘리처드 1세’, 프랑스의 ‘필리프 2세’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 시기였습니다.

세부적으로도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매력적이었을까요? 영화에서 미화됐지만 올랜드 블룸은 살인을 저지르고 그 벌을 피하기 위해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종교와 돈의 역사’를 보면 1095년 교황 우르바노 2세는 십자군 결기를 촉구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도적이었던 사람들을 병사로 만들어라, 형제와 친족들과 싸워온 사람들을 야만인들과 싸우게 하라, 낮은 임금으로 일했던 사람들에게 영원한 보상을 지급하라.” 당시 증가하던 인구와 이로 인한 식량 부족도 십자군 전쟁을 촉구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전해집니다.

도적과 싸움꾼, 저임금 노동자에게 십자군 전쟁은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십자군 전쟁은 각 국가의 정부군에 합류해 싸우기만 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군대를 구성한 사람들도 참여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쟁에서 탈취한 재물은 모두 본인의 몫으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사실이 바로 1202년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약탈 사건입니다. 애초의 목표였던 예루살렘이 아닌 이슬람권의 중심인 이집트를 향하던 제4차 십자군은 비잔틴제국의 내부 권력 쟁탈에 끼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약속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자 온갖 약탈을 저질렀고 여기에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당인 성 소피아 대성당도 포함돼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의 민낯이었습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였던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 정복지의 확장과 이를 통한 교회 재산의 증가를 무시할 수 없었고, 십자군 전쟁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영토와 재산 또한 교회의 몫이 되기도 했습니다. 재주는 곰이, 돈은 교회가 챙긴 꼴입니다.

기 드 뤼시냥의 옷에 새겨진 빨간 십자가는 템플기사단을 상징하는 문양입니다. 사진=다음영화

십자군 전쟁을 통해 탄생한 템플기사단과 경제와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기 드 뤼시냥’이 바로 이 템플기사단 소속입니다. 제2차 십자군 전쟁을 치르면서 세를 확대한 템플기사단은 가입자들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거나 순례자들의 예금을 맡아 줬고 이를 대부업에 활용하며 재산을 키워 나갔습니다. 특히 이들은 기독교에서 금지한 이자를 ‘범칙금’이란 명목으로 수취했고 현대 은행의 이자(Interest)의 원조가 됩니다.

템플기사단의 몰락 또한 경제와 연관돼 있었습니다. 템플기사단의 연수입은 한때 600만 파운드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는 당시 영국 왕실 수입 3만 파운드의 200배에 이릅니다. 템플기사단은 왕실에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규모까지 성장했고, 이들로부터 빚의 압박에 시달리던 필리프 4세가 템플기사단에게 이단이란 누명을 씌운 이유도 채무 탕감과 템플기사단 재산 압류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내 전부였고 모든 걸 바쳤지만 하나 깨달았네, 신은 핑계였을 뿐 이 전쟁의 목적은 영토와 재물이었어.”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은근히 보여주던 이 전쟁의 목적이 제대로 언급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쟁으로만 끝이 난 건 아닙니다. 동서양의 교역이라는 측면에서 의외의 수혜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입니다. 예루살렘은 “이탈리아어가 들리다 다른 나라 말로 바뀌는”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위치가 가지는 의미를 이 말 한마디가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베네치아는 앞서 언급한 콘스탄티노플 약탈 사건에 참여해 비잔틴제국 영토 일부를 얻었고 이를 동방 무역과의 거점으로 활용했습니다. 또 해로를 이용한 십자군 운수 사업을 맡으며 지중해를 이용한 물류 사업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콘스탄티노플 약탈 사건에 베네치아가 끼게 된 것도 이 운수사업이 이유였습니다.

베네치아의 유리그릇과 동아시아의 미술품·진주, 제노바의 은과 마데이라의 금 교역은 대항해시대2의 꿀무역루트. 사진=구글 

십자군 전쟁이 끝났지만 베네치아는 동방으로부터 후추와 향료, 비단, 귀금속을 들여오며 돈을 법니다. 아재들이라면 ‘대항해시대2’를 하면서 이 시기 지중해 무역을 안 해본 사람이 없겠죠.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도 십자군 전쟁으로 발달한 베네치아의 중개무역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사업은 고수익을 가져다 줬지만 고위험도 있었습니다. 베니스 상인의 안토니오가 왜 재판을 받게 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동방과의 중개무역을 고위험보다는 고수익이 가져다 준 혜택이 더 컸습니다. 그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과 함께 바야흐로 대항해시대로 세상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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