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단통법]① 7살 단통법, 퇴색된 정책 취지
[처치곤란 단통법]① 7살 단통법, 퇴색된 정책 취지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9.15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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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원금↓ 판매장려금↑, 스팟성 매장 성행
싸게 판매하자던 취지 실종, 높은 가격 평준화 남아
이통3사 마케팅 비용도 차이 없어, 지난해 8조원 기록
단통법 시행 이후 7년째 고객들의 단말 구입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편집=이진휘 기자
단통법 시행 이후 7년째 고객들의 단말 구입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편집=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 요금에 대한 시장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차별을 없애고 고객 지출 부담을 줄이겠다던 정책 도입 취지는 7년째 찾아볼 수 없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소비자가 가입 유형이나 지역, 구입 시점에 따라 보조금을 다르게 받는 이용자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다.

단통법은 휴대폰 지원금 공시제 적용과 보조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에 대한 추가 요금할인제 도입 등을 담고 있으며 핵심은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고 할인 차별을 줄여 모두가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정부는 단말 가격 인하 효과와 함께 이통사 간 과도한 경쟁을 막고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 지원금은 오르고 요금제는 인하될 것이라 판단했다.

단통법 시행 당시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보조금을 준다고 새벽부터 줄 서고 이통사들이 지원금 뿌려서 가입자를 뺐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단통법 도입의 최종목표는 가계통신비 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도입 초기부터 취지와 정반대로 단말기 구입 가격의 높은 평준화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방통위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지원금은 단통법 시행 당해 29만3261원에서 이듬해인 2015년 22만2733원으로 24% 떨어졌다. 이통3사가 지난 2014년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S5는 출고가 89만9800원에 출시 직후 40만원 이상 할인 판매됐지만 단통법 시행 후 지원금이 최대 11~15만원, 약 12~17%가 줄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해마다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는 올라가는데 공시지원금은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 모델의 출시 직후 출고가와 공시지원금을 보면 ▲갤럭시S7 기본모델 출고가 83만6000원에 최대 공시지원금 26만4000원이다. 또 ▲갤럭시S8는 각각 93만5000원과 26만4000원 ▲갤럭시S9 95만7000원과 24만7000원 ▲갤럭시S10 105만6000원과 23만7000원 ▲갤럭시S20 125만원과 20만원이다. 출고가 대비 공시지원금 비율은 갤럭시S7이 31.6%였지만 갤럭시S20까지 오면 16%로 줄곧 하락하고 있다.

현재 최신 프리미엄 단말기는 공시지원금 지급율이 7~10%에 불과하다. 오는 15일까지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2’ 최대 공시지원금은 SK텔레콤 17만원, KT 24만원, LG유플러스 22만7000원이다. 갤럭시 Z 폴드2 구입 시 국내 출고가는 239만8000원으로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아도 고객은 2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 높아진 기계값은 소비자들의 통신비에 포함된다.

정보비대칭성을 잡겠다는 취지 또한 무색해졌다. 현행 단통법 제3조는 이동통신사업자와 유통점의 부당한 차별 지원금 지급을 금지하며 제4조는 이동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상한액을 초과해 지원금을 지급해선 안된다. 또 대리점과 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고 그외 보조금은 모두 불법이다. 예를 들어 한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이 10만원이라면 유통점은 11만5000원까지만 지급할 수 있다. 

유통 채널은 공식적으로 보조금을 늘릴 수 없다 보니 음지에서 추가지원금을 적용하는 이른바 ‘떴다방’ 식으로 판매장려금을 얹어 방통위 단속을 피하고 있다. 이런 정보를 접한 고객들은 스팟성 매장을 통해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한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8월 전국 이통3사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더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가입자보다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에 22만원 이상 더 지급하고, 저가요금제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29만원 이상 더 지급해 이용자 차별 정황이 드러났다. 이통3사가 들인 판매장려금은 지난 2015년 2조5470억원, 2016년 2조8980억원, 2017년 3조9120억원으로 각각 마케팅 비용의 32.4%, 38.0%, 49.1%를 차지했다. '음지'의 스팟성 매장 보조금 재원이다.

달리 말하면 단통법 보호 아래서도 정보력이 떨어지는 고객은 ‘호갱(호구+고갱)‘이 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전국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 혜택을 지키는 매장은 고작 20.7%뿐이다. 

공시지원금은 줄었지만 이통3사 마케팅 비용은 차이가 없다. 지난해 이통3사 마케팅 비용은 오히려 단통법 이후 7조원을 넘어 8조542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3사 마케팅 비용이 줄지 않아 앞으로도 '양지'에서 공시지원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지도 못했다. 가계통신비는 단말가격과 통신서비스요금을 합친 금액이다.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10% 안팎의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월 10만원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5G 상용화 이후엔 이통3사 5G 요금제가 최대 10~13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 지출액은 2012년 161만원에서 2015년 176만원까지 올랐으나 2017년 172만원으로 월 3300원 정도 떨어졌다. 잠시 주춤한 통신비 하락은 단통법에 적응하려는 제조사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작성한 이혜영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의 ‘단통법 사례 연구’ 보고서를 보면 단통법 시행 전 2013년 기준 50만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 기종 수는 3종 뿐이었지만 2014년 15종, 2015년 30종, 2016년 43종에 이른다.

또 위에 언급한대로 2017년 이후 출시된 단말기들은 출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구당 통신비 지출액은 월 15만원, 연 180만원까지 다시 오른 상태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자율경쟁이 되면 가격이 내려갈거라 볼 수도 있지만 시장은 여태껏 그렇게 움직인 적이 별로 없다"며 "시장이 긍정적으로 바라본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강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거고 주로 통신 시장은 (제도적 강행이라는)후자에 방점을 찍어 왔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소비자들을 위해 시장을 정부 정책으로 조정해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단통법이 7년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방 위원장은 "최근 조금 더 시장에 맡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시각도 있고 제도를 풀어주는 움직임도 있지만, 별개로 소비자들이 시장 속에서 자율경쟁이 성숙화되길 기다리는 건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받아 들인다면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도 상관없을 수 있지만, 통신 시장이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시각도 제법 존재하기에 일부 제한에 해당하는 요소를 완화시켜 시장의 흐름을 지켜본 후 대처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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