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유통산업발전법]① 유통산업발전법에 갈린 대형마트 흥망성쇠
[낡은 유통산업발전법]① 유통산업발전법에 갈린 대형마트 흥망성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9.1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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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외국계 대형할인점 독점 우려로 탄생한 유통산업발전법
토종 대형할인점 자유출점 길 열었지만…골목 상권 갈등에 규제로 변모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299억 영업손실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남겼다. 사진=이마트

톱데일리 박현욱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법이라고 다를까. 대형마트 호황기를 이끌던 유통산업발전법이 최근에는 대형마트 족쇄로 취급 받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매월 2회 의무휴업일, 오전 12시에서 10시 영업시간 제한 등 대형마트 규제가 형평성이 있냐는 질문에서 나온다. 대형마트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소비자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떠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침체 바람을 대형마트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996년 유통 서비스 시장 개방부터 봐야 한다. 1993년 미국 코스트코가 우리나라 사업을 허가 받은 후 1998년 첫 매장을 열었고 1996년 까르푸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 또한 19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장 개방 초기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외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꾸준히 두드렸다.

1997년 탄생한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당시 지자체에서 허가제로 관리하던 대규모 점포 개설 조건을 유통산업발전법은 등록제로 바꿨다. 외국 유통업체에 맞서 국내 업체들도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월마트는 지난 2006년 국내 시장 진입 8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사진=월마트

더 자유롭게 대형마트 출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첫 발을 디딘 국내 대형마트는 2000년 160여개까지 늘었다. 또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수는 2003년 261개에서 2010년 437개로 늘었고 그 사이 월마트와 까르푸는 국내 사업을 접었다.

토종 대형마트들이 급성장하자 이에 맞춰 각 기업들은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난 2009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8년까지 그룹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 발표하면서 특히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공격출점을 내세웠다. 2009년 기준 롯데쇼핑 매출액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 영업이익은 29%에 이르렀다.

홈플러스도 2010년에 대형마트 8개 신규 출점으로 매출 10조8000억원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1년 신년사에서 2020년 목표로 이마트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런 계획들은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면서 수정을 피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 성장으로 전통시장 수는 2006년 1610개에서 2010년까지 1517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전통시장 안에 있는 점포수는 2만4367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의 압도적인 상품구색과 가격에 밀려 침체기에 접어든 전통시장을 걱정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내 유통산업 선진화를 위해 대형마트를 장려했던 법이 점차 대형마트 규제로 성격을 바꾸어 간 시점이다. 각 대형마트가 청사진을 내놓을 무렵인 2010년,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500m 거리 내 출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가 생겼고 1년 후인 2011년 1km로 늘었다. 또 2012년에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생겼다. 유통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2013년 영업시간 규제를 오전 10시까지로 늘렸다.

대형마트 3사 매출액·영업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형마트 3사 매출액·영업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골목상권과의 이해충돌이 심화되면서 대형마트 성장률도 둔화세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각각 1.2%, 4.9%, 2.9%로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3.3%, -5.0%, -3.4%, -2.1%, -1.4%, -0.1%, -2.3%로 감소세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마트 매출은 각각 10조9390억원, 10조7800억원, 10조8382억원, 11조1488억원, 11조6312억원, 12조4506억원, 13조1483억원을 기록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7750억원, 7592억원, 6568억원, 6294억원, 6332억원, 6384억원, 4893억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은 2013년 8조9545억원에서 2015년 8조2007억원까지 조금씩 줄어 들더니 2017년 6조5774억원, 2018년 6조3422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떨어져 2012년 2204억원에서 2018년 -287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2년 7조862억원에서 2013년 7조3254억원으로 늘었지만 이후 2018년까지 매년 고꾸라져 6조41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3292억원, 2013년 2509억원, 2014년 1944억원, 2015년 -914억원으로 줄었다. 2016년에 309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17년 2384억원, 2018년 2599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들어 점포 매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이후 대형마트 신규 출점, 영업 시간이 제한되면서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새로운 업태 출점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18개 아울렛을 오픈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6개 복합쇼핑몰을 개장했다. 올해 10월에는 스타필드 안성이 문을 열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지난 2018년부터 구상한 코너스 1호점을 올해 8월 열었다.

하지만 새로운 업태의 대형매장이 등장하면서 소상공인의 반발이 일어났다.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이 사실상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이 골목상권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8년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단체는 유통산업발전법개정추진연대를 출범해 신종 대규모점포를 규제 안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결국 올해 6월 26일 현재 대형마트가 받고 있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과 같은 규제를 복합쇼핑몰, 전문점 등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추이. 자료=통계청
온라인쇼핑 거래액 추이. 자료=통계청

최근에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온라인 시장의 압박으로 대형마트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2년 34조680억원에서 2018년 113조7297억원으로 233.8% 성장했다. 2019년엔 134조5830억원으로 전체 소매판매액 중 28.4% 비중을 차지했다.

급기야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한해 연결기준 매출은 19조628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11.8%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506억원으로 67.4% 급감했다. 롯데마트는 매출액이 2018년보다 0.1% 떨어지고 261억원 적자를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대형할인점 규제를 지속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올해는 또 코로나19로 빠르게 온라인 소비가 늘어 규제 필요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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