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단통법]④ '유일무이' 단통법, 언제까지 비싸게 사야돼?
[처치곤란 단통법]④ '유일무이' 단통법, 언제까지 비싸게 사야돼?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9.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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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갤럭시 노트20, 1+1에 제공… 日은 아이폰 70만원 인하
우리는 싸게 팔면 '과징금…분리공시, 단통법 폐지, 완전자급제 주장
단통법(단말기유통법) 입법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편집=이진휘 기자
단통법(단말기유통법) 입법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편집=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단통법은 전세계 입법 유례가 없는 이동통신 시장 규제 법이다. 그러나 고객 기기 구매 부담을 줄인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국내 소비자 모두가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단통법이 독특한 이유는 이를 통해 전세계에서 단말기 경쟁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단통법에 따라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며 중간 유통점도 최대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추가금을 지원할 수 있는 등 단말기 가격에 한계를 두고 있다.

반면 해외에선 단말기 판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법안이 없다. 해외 통신사들은 저마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해 경쟁에 나선다.

미국은 단말기 판매 전과정을 시장 자율에 맡긴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 35%인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은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0‘ 1+1을 약 126만원(약 1000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또 버라이즌은 번호이동을 선택한 고객에게는 약 35만원(300달러) 상당 할인 쿠폰도 추가로 증정한다. 150여만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버라이즌은 지난 5월 아이폰11을 특정일 프로모션으로 약 81만원(약 700달러)에 1+1 프로모션으로 판매했다.

버라이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아이폰7 출시 당시 미국 4대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모두 ‘제로프라이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아이폰6를 반납하면 아이폰7을 무료 제공했다. 신형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대신 중고 아이폰을 시장에 팔아 손해를 만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은 지난 2007년 제조사와 통신사를 분리하는 분리요금제를 도입했지만 기업과 고객 간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는다. 일본 내 1위 사업자 NTT도코모는 지난 2016년 아이폰7을 약 29만5000원(2만6568엔)에 판매했다. 여기에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한 고객은 약 11만5000원(1만368엔)으로 86%까지 단말기 가격을 할인 받을 수 있었다. 국내 통신사가 판매한 아이폰7보다 60만원 이상 저렴하다.

유럽도 분리요금제를 도입했지만 고객 선택을 우선으로 하는 단말기 시장을 만들었다. 소비자는 통신사 약정 조건으로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자급제폰(언락폰)을 이용하는 등 선택권이 있다. 당연히 통신사로서는 약정 가입 고객이 좋으며, 현재 프랑스 통신사 SFR은 출고가 약 104만원(759유로)의 애플 아이폰11을 39만원(289유로)에 판매하는 등 약정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또 63만원(459유로)인 아이폰SE는 단 1300원(1유로)에 판매한다.

만약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일본의 행태를 취하면 과징금을 받는다. 지난 7월 방통위는 초과 할인과 과다장려금 지급 등 고객 차별 행위를 했다고 이통3사에 단통법 위반으로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에 223억원, KT에 154억원, LG유플러스에 135억원을 부과했으며 이는 단통법 이후 역대 최대치 벌금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단통법은 시작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고 최근 분리공시제가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이런 내용의 안건을 발의했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면 휴대폰 판매 시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한다.

하지만 단순히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단통법 이전과 비교했을 때 분리공시제와 함께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단통법에서 지원금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서 보조금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강조하고 상한선을 높여야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며 “그러면 스팟성 매장 같은 경우도 불법 운영이 되지 않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통사 간 경쟁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자율에 맡기기에는 분리공시제도 충분치 않기에 아예 단통법을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단통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정부 실패를 인정하고 정부가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해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구입과 이동통신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으로 단말기 구매는 제조사,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가 담당한다. 완전자급제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유통점 반발로 좌초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현재 단통법 체제에서 단말기 제조사들은 경쟁을 하지 않고 통신사에 단말기를 넘기는 식으로 손 안대고 코를 풀고 있다“며 “고가 단말기를 사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유지해야 되는 것이 단통법의 근본적인 문제며 서비스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완전자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완전자급제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내 돈을 다주고 사야 하는 방식인데 자급제폰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뾰족한 수가 현재는 많지 않다“며 “1차적으로 분리공시제를 제대로 시행해서 순기능을 검증하고 완전자급제를 제도적 해결책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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