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뒷담화] 불평등을 말하는 당신에게 "노력해봐야 핏줄 못 이겨"
[재계 뒷담화] 불평등을 말하는 당신에게 "노력해봐야 핏줄 못 이겨"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9.30 0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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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승진 9개월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나는 XXX가 XXX 불쌍해. 나보다 더몬난 부모만나 세상 치열하게 살면 머해.…(중략)…결국 제일 중요한건 부모 잘만나는것. 정치 XXX 해봐야 부모 잘만난 XXX 못조차가...”

술김이고,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 내뱉은 말이지만 한국 사회를 두고 참 공감된 말이긴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봐야 취직하기 쉽지 않고, 노력해도 버티기 쉽지 않고, 다른 걸 포기하고 매진해봐야 승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길이 쉬워 보입니다. 27살의 나이였던 2010년 차장으로 입사해 2년이 되지 않은 기간에 실장으로 승진하고, 입사 5년 만에 상무로, 또 1년 만에 전무로, 입사 10년 차에는 부사장으로, 부사장에서 사장까지는 단 9개월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이야기입니다.

동생인 김동원 상무는 덜하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29세의 나이였던 2014년 팀장 입사, 2015년 부실장 승진, 2016년 상무 승진으로 매년 직급이 올랐습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최근 우리 사회 이슈가 평등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모 덕을 본 자식 세대의 평등에 대해 매우 민감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소위 재벌, 총수일가, 오너일가에게는 이런 프레임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반기 기준 16조원의 매출 중 11조원이 태양광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한화솔루션 임원 중 애초 80년생은 없으며,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김동관 사장과 가장 나이가 비슷한 임원은 1974년생 상무입니다. 김동관 사장보다 10살이 더 많습니다. 전무급에서는 1970년생이 가장 젊은 축이며 사장급 이상에서는 1964년생인 이구영 사장이 가장 젊습니다.

한화생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임원급 중 김동원 상무와 가장 가까운 나이의 인물이 1982년생 상무보입니다. 해당 상무보는 재직 기간이 8월로 아마 스카우트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외에는 대부분 60년생 또는 70년생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김동관 사장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김동원 상무가 이렇다 할 경력 없이 관리직급부터 시작한 건 분명 매우 이례적입니다.

CJ그룹의 이선호 부장은 인터직으로 입사해 '1루'부터 시작하는 듯 했지만 5년 후 28살의 나이로 대기업 부장직을 달려 '3루'로 진출합니다.
CJ그룹의 이선호 부장은 인터직으로 입사해 '1루'부터 시작하는 듯 했지만 5년 후 28살의 나이로 대기업 부장직을 달며 '3루'로 진출합니다.

총수일가가 ‘1루’가 아닌 ‘3루’부터 출발하는 건 흔한 케이스입니다. 1990년생인 CJ그룹 이선호 부장은 23살이던 2012년 인턴으로 입사 후 5년, 28살의 나이로 부장에 올랐습니다. 2017년 당시 100대 기업 총수일가 중 인턴직으로 입사한 사례는 이선호 부장이 유일했지만 5년 만에 출발점을 다시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CJ그룹 총수일가 장녀인 이경후 상무도 2011년 입사 후 4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한 후 이어 2년 만에 상무에 오릅니다.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도 29살의 나이로 입사해 8년 만에 부사장 겸 대표이사로 승진했습니다. 최근 경영승계 문제로 시끄러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입사 후 임원까지 약 5년, 현대그룹의 정지이 전무는 3년, 세아그룹의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은 각각 5년과 4년이 걸렸습니다. 이미 경영 전면에 나선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 금호석유화학의 박주형 상무, OCI의 이우현 부회장처럼 처음부터 임원으로 시작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사진=CEO스코어
사진=CEO스코어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입사 후 평균 4.6년이면 임원을 달 수 있습니다. 평균 입사 나이가 29세이니 30대 중반이 넘기 전에 임원이 보장돼 있는 셈입니다. 이 기간은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로 올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총수일가가 입사한 경위는 물론, 승진을 결정한 판단기준과 내역이 공개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합니다. 김동관 사장은 최근 자신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기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전기 수소차 업체 니콜라 투자 건으로 경영승계가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간의 기우였을 뿐입니다. 승진 발표 후 태양광 사업에서의 성과를 얘기하는데 언론이 힘을 쓰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 대기업집단에서 어떤 성과를 내야 9개월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을 시켜줄 수 있는지, 적어도 지금껏 제가 본 사례에서는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팀장, 차장, 부장을 달고서 대기업 내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사례가 왜 총수일가를 제외하고는 나오지 않을까요. 왜 이에 대해서는 다들 당연한 듯 넘어가는 것일까요. 그건 이들이 곧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총수일가=기업’이라는 프레임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어느 무엇보다도 총수일가를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삼성전자는 오히려 이재용 경영승계작업의 피해자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먹히지 않습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21세기 자본론에 이어 토마 피케티가 내놓은 또 하나의 불평등에 대한 보고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느 인간사회든 저마다의 불평등에 합당한 근거를 대야만 한다. 그러지 못할 때는 정치사회적 구성물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든 불평등이 존재하고 응당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구조화하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규칙을 진술하기 위한, 일군의 모순된 담론과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선택적 불평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원이 대리를 거쳐 과장, 차장, 부장까지 오르는 데는 보통 4-4-5-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30살의 나이에 입사해 약 20년이 지나야 임원이 될 기회가 주어집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아도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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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강철 2020-09-30 21:19:10
글쎄요..... 저것들 몬 질알을 해도 좋은데,,..... 난 장의나마 똑바로 선 나라엿으면 합니다. 이 나라 법조계의 이면을 조금만 들여바도 곧 쓰레기 같은 나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임하영 2020-09-30 18:02:38
조까씨발아ㅡㅡ똥내나니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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