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분사한 SK텔레콤, 중간지주 향한 '큰그림'
모빌리티 분사한 SK텔레콤, 중간지주 향한 '큰그림'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10.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맵모빌리티(가칭)‘ 준비…브로드밴드, 11번가, 원스토어, 웨이브 등 연이은 사업분할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중간지주化…SK하이닉스 M&A 걸림돌 제거로
공정거래법 개정 대비 자금 확보 과제…분할 자회사 상장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사진=SK텔레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사진=SK텔레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SK텔레콤이 자사의 사업을 하나씩 떼어내며 몸집을 줄이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몇년째 SK그룹의 숙원 과제인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중간지주사 설립에 한걸음 더 가까워 졌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은 이사회를 열고 모빌리티 사업 분사를 최종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 분할로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다. 분할된 회사는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로부터 1150억원(1억달러) 이상 투자받고 조인트벤처기업 ‘T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로 거듭난다. T맵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택시사업,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종합 모빌리티 사업으로 시장가치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SK텔레콤의 이번 사업 분사는 신사업보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게 초점이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17년 이후 여러 번의 분사를 진행했고 모빌리티(T맵모빌리티), IPTV·인터넷·케이블TV(SK브로드밴드), 커머스(SK스토아·11번가), 앱마켓(원스토어), 보안(ADT캡스·SK인포섹), 알뜰폰(SK텔링크), 유통(PS&마케팅), OTT ‘웨이브‘(콘텐츠웨이브), 음원스트리밍 ‘플로‘(드림어스컴퍼니) 등 사업 성격에 따라 자회사를 늘려가고 있다. 

박 사장은 줄곧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을 언급해 왔다. 박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 위주로만 평가받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또 박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도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을 개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한 바 있다. 중간지주사 설립은 투자회사 아래 사업회사를 둠으로써 각각의 사업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지 분사뿐이었다면 박 사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분사 외에도 최근 자사주를 매입해 인적분할을 위한 준비단계도 진행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자사주 5000억원 규모를 취득해 보유한 자사주 지분율이 9.6%에서 12%까지 상승한다. SK텔레콤은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지난 3년간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뉴 ICT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업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뉴 ICT 사업이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추세에 맞춰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주가 인적분할 후 의결권이 부활하기에 미리 지배력을 확보하는 차원도 존재한다.

SK텔레콤 인적분할 시나리오. 그래픽=이진휘 기자
SK텔레콤 인적분할 시나리오. 그래픽=이진휘 기자

무엇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은 그룹 주축인 SK하이닉스 사업 확대와 연관돼 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지분 20.1%를 보유한 회사로 지주사 ㈜SK 손자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대상기업 지분을 100% 인수해야 하고 이는 SK하이닉스가 M&A를 추진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즉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 아래 SK하이닉스가 존재함으로써 자회사 격으로 끌어 올리는 게 목적이다. 

향후 사업적으로 본다면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를 SK㈜와 합병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를 지주사 아래 두어 직접적인 지배력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분할된 SK텔레콤 사업회사 지분도 더 확보할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로부터 나오는 배당금을 지주사가 직접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SK텔레콤 인적분할 시나리오. 그래픽=이진휘 기자
SK텔레콤 인적분할 시나리오. 그래픽=이진휘 기자

앞으로 남은 SK텔레콤의 과제는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여유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현행 20%에서 30%로 상향된다. SK하이닉스 추가 10% 지분은 약 6조3000억원에 달한다.

큰 어려움을 없을 듯하다. SK텔레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는 21조9404억원, 자본 24조16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1.4%로 재무 상태가 준수하다. 또 분할된 자회사 상장(IPO)도 중간지주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를 1조원, ADT캡스 2조원, 11번가 3조원, SK브로드밴드는 5조원 규모로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웨이브 30%, 원스토어 52.7%, SK브로드밴드 74.3%, 11번가 80.3% 등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ADT캡스는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를 통해 100% 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분사되는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부문이 향후 5G 자율주행 회사로 진화하고 장기적으로 IPO를 추진할 전망인데 의외로 높은 가치를 부여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상 기업가치 증대가 주된 목적으로 SK그룹은 현재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해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분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