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도전기①] 유튜브, 이렇게 하면 망한다
[유튜브 도전기①] 유튜브, 이렇게 하면 망한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10.19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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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유튜브는 선망의 대상, 유토피아다. 유튜버가 되겠다는 욕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명 중 1명 이상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에서 과학자는 밀려나고 유튜버가 이름을 올렸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면 대박 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기자가 6개월간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허와 실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제2의 대도서관, 박막례, 철구를 꿈꾸며 모두들 유튜버에 뛰어든다.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제2의 대도서관, 박막례, 철구를 꿈꾸며 모두들 유튜버가 된다.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한 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6개월간의 유튜브 도전기를 표현하기에 이 마이크 타이슨의 어록보다 적절한 게 없다. 자신감은 충만했고 시장은 낙관적이었으며 계획은 완벽했다. 조회수가 ‘폭망’하기 전까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크리에이터가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에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일 년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다는 유튜브 스타들을 보면서 허파에 바람이 차기 시작한다. 잘나간다는 채널을 보니 만만하기 그지없다. 대충 게임이나 하다가, 춤이나 추고 돈을 쓸어 모으는 듯 보인다. 무명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데뷔해서 떼돈을 번다는 뉴스가 눈에 와 박힌다. 평범한 전업주부도, 노총각도 유튜버로 성공했단다. 나도 노력만 조금 보태면, 운만 좀 따라주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버들이 쓴다는 고급마이크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빼기를 반복하고 온라인에서 동영상 편집프로그램 강좌를 듣거나 유튜브 아카데미에 등록한다. 서점에서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책들을 섭렵하며 이론을 무장한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기획안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왕년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오락부장을 도맡아 반 친구들의 배꼽을 빼놓았던 입담과 가정형편과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접어야 했던 꿈들을 곱씹는다. 우리 ‘댕댕이’, ‘냥이’가 세상 귀여운데, 우리애가 이렇게 예쁜데 뜨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바쁜 일상 앞에서 유튜브 데뷔는 차일피일 미뤄진다. 

다이내믹 마이크냐 콘덴서 마이크냐를 고민중이라면 이미 중증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은 시간문제일뿐.
다이내믹 마이크냐 콘덴서 마이크냐를 고민중이라면 이미 중증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은 시간문제일뿐.

이러길 1년에서 2년, 어느 순간 악상을 떠올린 베토벤처럼 독창적인 채널명과 유니크한 방송 아이템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된다 싶다. 유튜브 스튜디오를 열고 채널명과 준비한 채널아트를 삽입한다. 유튜버 데뷔 1일차다. 침대에 누워 구독자 1명인 푸릇푸릇한 내 채널을 대견하게 살펴본다. ‘이거 갑자기 너무 잘되면 어쩌지’, ‘구독자 몇 명이면 회사 때려 칠 수 있을까?’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분명 장대하리라. 이렇게 하룻밤에도 수 천 개의 유튜브 채널이 전 세계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채널이 광고를 걸어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구독자 1000명, 누적 시청시간 4000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채널을 만든 지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채널 폐업이 잦다.

어떤 식당주인도 백종원을 만나기 까지는 자신의 가게가 개판오분전이란 사실을 깨닫기 어렵다. 유튜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어떤 식당주인도 백종원을 만나기 까지는 자신의 가게가 개판오분전이란 사실을 깨닫기 어렵다. 유튜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간장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천둥벌거숭이는 떴는데 왜 내 고품격 채널은 져야 한단 말인가.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시청자들 때문이다. 싸구려 저질 콘텐츠에 중독돼 심미안을 상실한 게 아닌가. 대도서관의, 고몽의, 박막례 할머니의 책에 적혀 있는 성공방정식을 충실히 수행했는데 어떻게 실패할 수가 있을까. 불행하게 살다갔다는 고흐란 사내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한동안 자기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필자 또한 다르지 않았다.

백종원은 말했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안 되는 집을 가보라고. 안 되는 집에 가봐야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잘 되는 집에만 가면 장사 말아먹기 십상이라고. 그리고 가능하면 장사를 시작 하지 말라고.

이것은 실패담이다. '대기업' 유튜브 채널들만 탐독하다 그들이 밟고 서있는 그보다 수 천 배 많은 ‘하꼬방’ 채널을 보지 못했던 잘못과 오만에 대한 반성문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당신, 혹시 아직 망한 유튜버의 애기를 듣지 못했는가. 채널 개설을 잠시 미뤄보는 게 어떨까. 세헤라자데의 감미로운 천일야화는 아니지만 뼈에 사무치는 초보 유튜버의 180일야화를 듣고 시작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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