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아메리카 대륙의 '아포칼립토', 식민지 정복 '미션'을 수행하라
[영화로 보는 경제] 아메리카 대륙의 '아포칼립토', 식민지 정복 '미션'을 수행하라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10.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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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
감독: 멜 깁슨
출연: 루디 영블러드(표범 발), 달리아 헤르난데스(세븐), 조나단 브리워(덩치)
별점: ★★★☆ - 아류작보다 훨씬 재밌다, 잔인함은 불편함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울창한 숲은 우리의 것이었고, 표범의 것이었고, 새들의 것이었으며, 이 숲에 살고 있는 모두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살아갈 수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신과도 같았다. 하지만 하얀 피부의 새로운 신이 등장하고, 우리의 숲을 지배했고, 우리의 신들은 사라져 갔다. 저들의 ‘새로운 출발’은 우리에게 ‘종말’이었고, 저들의 ‘사명’은 우리에게 ‘죽음’이었다.

영화 ‘아포칼립토’는 시점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1519년 4월 또는 1532년 11월 무렵 아닐까요. 1519년 4월은 에르난도 코르테스가 아메리카 본토에 상륙한 날, 1532년 11월은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처음으로 만날 날입니다. 아포칼립토의 주인공 ‘표범 발’이 서구 문명을 처음으로 본 날은 영화의 제목처럼 '새로운 시작'이자 아메리카 대륙 역사의 전환점입니다.

서구 문명이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하기 이전, 아포칼립토처럼 수렵생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스텍 문명은 옥수수, 콩, 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고지대 농사에 물을 대기 위한 관개시설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카카오를 기본 화폐 단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마야 문명도 농사를 짓고 화전을 벌이기도 했고, 잉카 문명은 수십 종의 곡물을 재배하면서 곡물창고에 수 년은 먹고 살만한 식량을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또 피사로가 잉카 제국 정복을 시도할 때 스페인 병사는 168명에 불과했지만 원주민 병사들은 8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집니다. 아스텍 제국 수도인 테노치티틀란 인구는 20만명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문명은 어째서 이토록 쉽게 무너졌을까요.

마야 문명의 규모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사진=다음영화

코르테스와 피사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황금이 최우선이었고, 아메리카 대륙 문명들은 이들의 욕심을 너무 과소평가 했습니다. 1519년 4월, 아스텍 제국의 몬테주마 국왕은 코르테스가 자신의 영지에 들어서자 선물을 보냅니다. 그 선물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이었고 마차 바퀴만한 금쟁반도 있었습니다. 몬테주마는 이들의 목적이 황금이라면 선물을 받고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르테스는 아스텍 제국에 더 많은 황금이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고, 협상에 나온 몬테주마를 인질로 삼으며 야심을 드러냅니다.

피사로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피사로도 잉카 제국 수도인 쿠스코에서 많은 황금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피사로 또한 잉카제국의 왕이 아타우알파를 인질로 잡아 버립니다. 아타우알파는 가로 7m, 세로 5m, 높이 2.4m의 방을 가득 채울 황금과 또 그 두 배의 은을 몸값으로 제시했고, 피사로는 몸값만 받고 아타우알파를 처형해 버립니다. 한 나라의 왕이 너무 쉽게 적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런 방심 외에도 고작 수 백명으로 이들 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를 ‘총, 균, 쇠’로 말합니다. 

특히 총으로 대표되는 무기의 우수성보다 더 효과적인 건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균이었습니다. 일례로 지금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이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 인구는 800만명이었지만 콜럼버스 도착 후 30여년이 지난 1535년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잉카 제국과 아스텍 제국에 유럽인이 가져온 천연두가 퍼진 건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총으로 이들 문명을 정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쉬웠습니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 내부에서도 전투와 전쟁은 있었습니다. 고대 마야 문명이 쇠퇴한 이유로 지속적인 내전을 꼽기도 합니다. 아포칼립토는 후기 마야 문명까지 이어진 중앙아메리카 문명들 간의 내전이 배경입니다. 마야문명은 이전부터 내전이 잦았고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옥수수 농사와 화전 방식으로 유럽인들의 정복 이전 국력이 상실되고 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션(The Mission, 1986)
감독: 롤랑 조페
출연: 로버트 드 니로(멘도자), 제레미 아이언스(가브리엘), 리암 니슨(필딩), 레이 맥널리(알타미라노), 에이단 퀸(페리페)
별점: ★★★☆ - 희생을 말하기엔 종교가 너무 두드러 진다 -

이유를 무엇으로 말하든 정복의 과정은 시작됐습니다. 이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이는 영화 '미션'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 정복 이유 중 다른 하나는 가톨릭 전파였고 그렇기에 영화는 성직자가 중심입니다. 대서양을 건너던 성직자들은 자신들이 학살의 정당성을 부여했음을 알고 있었을까요? 교황 율리우스 2세는 1508년 신대륙에 대한 식민정책의 종교적인 정당성을 인정합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왕실은 교황으로부터 신대륙 주교를 비롯한 각종 직책을 임명권과 교구의 설치, 신부의 임면권, 십일조 징수, 신대륙에서의 교황의 문서나 교칙 승인권 등을 부여 받습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가톨릭을 받아들이는 건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원주민들은 눈앞에선 개종을 한듯 하면서도 뒤에선 자신들의 신을 계속해 숭배했습니다. 무작정 가톨릭을 강요함에 어려움을 느끼자 유럽인들은 동화정책을 펼치고, 지금 남아메리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스티소(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혼혈)가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됩니다.

아메리카 대륙 침탈은 주로 스페인에 의해 이루어 졌지만 미션은 포르투갈과 브라질을 배경으로 합니. 그 이유는 1494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 맺어진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있습니다. 이 조약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럽 대륙외 지역에 대한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맺은 것으로 브라질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은 스페인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포르투갈이 차지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금도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원주민들의 귀화는 아름답지 않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사진=다음영화

미션에서는 귀화된 원주민 사회가 자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은 식민지와의 사업을 독점하고자 했지만 자국 산업 생산력으로는 식민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상품들이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수입됐고 식민지에서 얻은 수익이 빠져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자국의 제조업이 열악한 스페인은 식민지 산업을 키우고 싶지 않았고, 그나마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즈텍 제국과 잉카 제국에서부터 발달한 섬유산업 정도였습니다. 스페인령 아메리카에서 발달한 모직물 생산 양식을 ‘오브라헤’라 부릅니다.

오브라헤는 오래동안 유지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돈이 되는 작물을 전문으로 하는 대규모 농업 ‘플랜테이션’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에 세계 최초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시행합니다. 또 대규모 집약적 산업이었던 오브라헤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에 아프리카 노예들이 들어오게 되고,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노예무역이 성장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눈부신 성장의 과정이었지만 누구간에게는 그야말로 착취의 과정들이 이어졌습니다. 아포칼립토의 '표범 발'이 누리던 생활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 졌고, 대신 그 유산이 지금까지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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