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 '차이나 리스크', 토사구팽인가
한국게임 '차이나 리스크', 토사구팽인가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11.06 20:32
  • 댓글 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을 기른 중국, 도광양회에서 대륙굴기로
전세계 게임사에 투입된 중국자본
양자택일 강요받는 게임사들
중화사상 없이 중국 진출할 수 있나
'샤이닝니키' 한국 서비스 종료는 콘텐츠가 아니라 정치가 결정지었다. 한 중간의 달라진 게임파워를 가늠케하는 사건이다.
'샤이닝니키' 한국 서비스 종료는 콘텐츠가 아니라 정치가 결정지었다. 한-중간의 달라진 게임파워를 가늠케하는 사건이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한국 게임계가 차이나 리스크로 신음하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을 축적한 중국이 한국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신작 모바일 게임 ‘샤이닝 니키’는 출시 8일 만에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복이 중국의 ‘한푸(Hanfu)’에서 나왔다는 중국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한국 서버를 폐쇄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정황이 수상하다. 페이퍼게임즈는 한국에서 꽤나 잘나갔다. 여성향게임 ‘니키시리즈’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지사를 세우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페이퍼게임즈 코리아는 문제가 된 복장을 게임 내에서 삭제하고 한국 유저들을 달래려했다. 그런데 같은 날 저녁, 서비스 종료로 돌연 선회했다. 최초 공지에는 한국 유저들을 향한 ‘한국 운영팀’의 감사와 사과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글은 곧바로 수정됐다. 처음 보는 GM이 ‘갑툭튀’했으며 번역기를 돌린 듯 어설픈 한국어로 중국을 모욕하는 계정들을 용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푸가 중국 명나라에서 왔으며, 고조선의 시조가 중국인 ‘기자’라는 청년 연맹 중앙위원회의 글까지 링크했다. 해당 단체는 중국 공산당 산하단체로 청년 사상지도 사업을 수행하는 선전 조직이다. 이로써 페이퍼게임즈의 한국 지사는 설립 1년 만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앞으로의 한국 사업은 극도로 불투명해졌다. 경영진이라면 감수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게임사의 자체 의지가 아닌, 더 거대한 상위의 힘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샤이닝니키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안내를 알리건 기존 GM이 아니었다. 한국 운영진들의 입장은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도광양회에서 굴기로, 너무 커버린 중국

중국에선 '한푸 운동'이 거세다. 치파오 대신 한푸가 중국을 대표하는 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복은 명나라의 복식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조선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이므로 한복 또한 중국의 문화라는 논리다.

중국의 IT기업은 한국을 베끼고 흡수하며 성장해 왔다. 2000년대만 해도 중국의 보따리상들은 한국 게임하나 퍼블리싱(유통)하기 위해 목을 맸다. 열악한 인프라와 자본, 웹게임 이상은 엄두도 못내는 뒤떨어지는 기술력이 중국게임의 이미지였다. 중국은 만만했고 명백한 ‘을’이었다. 네오위즈,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 국내 게임사들이 이 과정에서 중국과 손을 잡았다. 한동안 중국은 한국의 좋은 파트너처럼 보였다. 중국은 한정된 국내 수요를 타개할 수 있는 검증된 시장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상황은 크게 변화했다. 모바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자 중국은 발톱을 내밀기 시작했다. 한국의 개발자들을 웃돈을 주고 쓸어담아 개발력을 축적했으며 IT인프라가 성장하며 14억 인구의 강력한 내수시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중의 콘텐츠 권력관계에는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보따리 장수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이 바로 텐센트다. 세이클럽을 모방한 ‘QQ메신저’로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를 통해 축적한 자본으로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 에픽게임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유수의 회사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게임사들도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크래프톤, 4:33 등 국내 유명 게임사 중 텐센트 지분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한국 게임의 대중 의존도는 점차 커져갔다. 기획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게임들이 늘어났다. 까다롭고 어려운 북미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렸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한국 게임계가 돌아가기 위한 충분조건이 됐다. 

그러다 판호가 터졌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의 일환이었다. 일시적인 경색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북미권 게임사들에게 외자 판호의 문이 열렸지만 한국게임사에게는 판호를 내주지 않는다. 이제 와서 떠올려보면 사드는 그저 명분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자신을 숨기고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에서 중화중심으로 회귀하는 ‘굴기’로의 전환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후친다오의 시대가 저물고 시진핑의 나라가 열렸지만 한국게임계는 중국이 영원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독이 된 투자, 양자택일 강요받는 한국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화평정영'.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화평정영'.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반기를 들며 분쟁의 중심에 섰다. 한국게임계는 부지불식간에 중국의 호전적 민족주의에 동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개발 단계부터 텐센트와 공조했다. 수백명의 개발력을 앞세운 텐센트 덕분에 불과 수개 월 만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이 완성됐다. 판호 발급은 실패했지만 운영의 묘를 살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화평정영(和平精英)’이 이름만 바꾼 배그모바일이라는 걸 부인하는 이는 드물다. 

부메랑이 돌아왔다. 중국과 인도 간 군사 분쟁 때문에 배그모바일이 인도 시장에서 축출됐다. 인도 정부가 펍지 모회사 크래프톤을 범중국 기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텐센트와의 관계를 부인하려는 크래프톤의 모습은 마치 가롯 유다 같았다. 하지만 10%가 넘는 텐센트의 크래프톤 지분과 크래프톤 등기임원인 마샤오이(馬曉軼) 텐센트 부사장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는 낙인이었다. 

PMSL
인도 선수들은 배그 모바일 e스포츠 대회 출전을 금지 당했다. 펍지는 입장이 없다고 했다.

중-인 갈등 이후 인도 선수들이 ‘남아시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대회에서 출전 정지됐다. 인도의 프로팀들의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펍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선수 출전 정지는 인도 정부를 극도로 자극하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어 서비스 재개에 도움이 될 리 없음에도 말이다. 이 대회는 펍지와 텐센트의 공동 주최였다. 본지의 질문에도 펍지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마치 다리를 얻는 대가로 마녀에게 목소리를 바친 인어공주 같다.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인도,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사용자는 3300만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판 삭제 이후 현지 유저들은 한국판이나 베트남판을 통해 우회해서 배그 모바일에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접속 차단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펍지로서는 미래 시장인 인도와 현재의 돈줄인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연내에 텐센트가 개발한  배틀로얄게임 ‘콜오브 듀티:모바일’이 중국에 출시된다. 펍지의 수익 하락은 예정돼 있지만 이를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 지연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읽힌다. 지난 8월 출시됐어야 할 게임이 11월까지 출시 미정 상태로 남아있다. 넥슨의 공식입장은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라지만 이를 믿는 업계인은 거의 없다. 과연 10년 전이라면 텐센트가, 중국이 던파 모바일 출시를 가로 막을 수 있었을까. 중국 정부는 텐센트를 육성하기 위해서 던파가 필요했다. 텐센트는 이제 충분히 커졌다. 던파는 텐센트에게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 언정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판호를 받은 게임도 더 이상 중국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던파 모바일 사태는 한국 게임사를 향한 중국 정부의 경고장처럼 보인다. 던파도 발이 묶였는데 대체 어떤 한국 게임이 공산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텐센트는 공공연하게 투자만 할 뿐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입김을 두려워하는 게임사들에게 쥐어준 안전핀이었다. 영원한 건 없다는 것만이 영원하다. 전세계적으로 반중정서가 격해질수록 차이나 리스크는 커져간다. 글로벌 유저들은 중국과 관련 없다고 밝히라고, ‘십자가’를 밟으라고 한다. 게임사는 어느 순간 중국을 부인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불거진 세라핀 사태가 그렇다. 세라핀은 중국인 아이돌 콘셉트의 캐릭터다. 세라핀은 한국 캐릭터 아리를 밀어내고 가상의 K-팝 그룹 K/DA의 센터자리를 차지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세라핀이 정식 멤버가 된 것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유저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2020 롤드컵'. 내년 롤드컵도 중국에서 열린다.

내년 ‘롤드컵’ 결승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륙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던 그간의 롤드컵 개최지 선정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본래 2021 롤드컵은 북미에서 진행될 예정 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일정이 ‘우연’하게 변경됐다. 

중국은 롤드컵이 중국에서 열려야 할 ‘우연한’ 이유를 제공했다. 지난해 중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을 넘어섰고, 올해 중국 e스포츠 이용자는 4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세계 e스포츠의 무게중심은 점차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즐비하고, e스포츠 대회를 서포트 할 중국 내 롤 관계자들이 존재한다. 때론 당근은 채찍 못지않게 정치적이다. 

■전세계 흔든 '원신 임팩트', 한국 탈중국 모색할때

미호요 원신 출시 한 달 매출. 사진=센서타워

예외가 반복되면 일상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중국 게임의 공습이란 말은 이제 낡았다. 기술력, 개발력, 사업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게임은 한국 게임을 뛰어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은 이제 부흥이 아닌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8월 출시된 미호요의 ‘원신(Genshin Impact)'은 이름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지켜보던 미국의 심정이 이랬을까. 한국이 수없이 두드려도 뚫리지 않던 글로벌 시장을 업력 8년차의 게임사가 원빌드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짱숨‘이라는 국내 비판은 먹혀들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출시 첫 달 2억5000만달러(2800여억원)을 벌어들였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2500만달러)는 물론 ’리니지2:레볼루션‘, ’리니지M' 등의 출시 첫 달 기록을 상회했다. 중국이 밀어줬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원신 매출의 66.5%는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일본에서 5900만달러(24%), 미국에서 4500만달러 (18.3%)를 벌어들였다.

중국게임은 이미 한국 시장을 잠식했다. 6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0위 중 ‘기적의 검’, ‘라이즈 오브 킹덤즈’, ‘뮤 아크엔젤’, ‘원신’, ‘S.O.S: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 등 다섯 개가 중국산이다. 한국 게임은 MMORPG 장르 외에는 매출 수위권에 들어가지 못한지가 꽤 됐다. MMORPG 마저도 한국 IP(지적재산권)을 빌려 중국이 개발하는 게임이 늘고 있다. 중국에서 기르다가 한국에 수입해 6개월 뒤 도축한 ‘한우’나 다름없다. 올해 최고의 한국게임을 뽑는다는 ‘2020 게임대상’의 볼륨과 깊이는 아찔할 만큼 앙상하다. ‘원신’과 ‘AFK아레나’를 빼놓고 올해 한국 게임 시장을 논할 수 있는 것인가.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 중국이 납작 엎드려 힘을 기르는 동안 한국은 취해 있었다. 중견사는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자체 개발작 보다 똘똘한 중국산 업어오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발조직을 축소하고 사업부는 늘렸고 유명연예인으로 부족한 게임성을 ‘땜빵’했다. 중국게임 단가가 상승하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게임사들은 금세 쪼그라들었다. 대형사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부족한 수요를 극단까지 기형적으로 늘렸다. 유저들, 특히 미래고객인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민심이 돌아섰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중국으로부터 흘러나온 자본을 개발력으로 전환하는데 실패했다. 이제 막 운을 띄운 콘솔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입으로는 ‘젤다’를 말하면서도 고아내는 건 사골모바일이었다. 

샤이닝 니키 사건은 우발적이지도 갑작스럽지도 않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과 화장품사업, LCD 디스플레이, 통신에서 이미 발생했던 '토사구팽(兎死狗烹)'이 게임계에 조금 늦게 출연한 것뿐이다. 신중화 사상으로 무장한 중국의 청년층은 궈차오(國潮·애국소비)를 말하고, 온라인에선 반중국적인 것에 가차 없는 응징과 불매운동을 가하는 홍위병으로 길러졌다. 팬더를 맨손으로 만졌다고 아이돌그룹에게 돌을 던지고, 6‧25를 말했다고 퇴출을 운운한다.  K-콘텐츠를 육성하겠다는 정부는 판호 문제에 대해선 귀신이라도 본 듯 입을 앙다문다.

광전총국의 판호를 뚫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화사상이야말로 가장 까다로운 판호다. 한복을 한국것이라고 말하는 게임사가 중국에 들어갈 수 있을까. 굴종이냐 자립이냐, 한국게임은 기로에 서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7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dd 2020-11-16 11:07:45
중국 게임 하지말자 안한다... 맘에안들어 중국은~~~

Tester 2020-11-16 10:52:31
'원신은 야숨 짝퉁겜이다' ㅇㅈㄹ하고 있으니 한국게임이 발전이 없는거다. 양산형 가챠게임만 내지말고 본받을건 본받아라

신여사 2020-11-11 12:23:56
이제라도 한국은 멀리보고 산업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먹고살기위해 눈물을 머금고 중국으로 떠나는
인재들에게 내나라에서 제대로 일할수있게 정책적으로 밀어줘야 합니다.

charlesjo 2020-11-10 16:23:26
한국에서 게임을 사회악과 질병으로 취급했던 그 결과를 지금 보고 있는 겁니다. 중국을 비난하기 보다는 잘나가던 그시절, 우리가 게임산업에 자행했던 행태를 돌아봐야 합니다.
이미 중국의 자본과 게임은 우리나라에 깊이 침투해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게임산업은 발전보다, 어떻게하면 생존 할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처지라는게 너무 씁씁합니다.

김현서 2020-11-10 02:34:54
중국 게임계가 이렇게 커질 동안 한국 정부는 무얼 했나?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