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㊳ 창신INC의 목표는 '부의 대물림'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㊳ 창신INC의 목표는 '부의 대물림'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11.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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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창신그룹 '서흥'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제재
2008년 그룹 자재사업 담당, 78억 매출액 1년 만에 1000억원으로
정환일 회장 자제들 99% 지분 보유…2018년 합병 위한 포석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세계적인 브랜드 나이키 제품 생산 과정을 사익을 위해 위법적으로 이용했다면 나이키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창신INC가 자녀들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일감을 몰아준 건 향후 있을 경영승계를 대비한 방안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85억원과 함께 법인 고발을 당한 창신INC는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우량기업이다. ‘신발류 부품 및 완제품의 제조, 판매’를 목적사업하며 자산은 4936억원이며 계열사는 대부분 해외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은 ‘신발관련 금형제조 및 도매업’을 주사업으로 하는 서흥이다. 창신INC의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5000만원,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동흔 씨 65.82%를 포함해 자제들이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태광실업 등 대부분의 국내 신발 OEM·ODM(제조자 개발 생산) 제조사들은 그룹 본사에서 직접 자재 구매대행 업무를 하고 있어 창신그룹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 이례성을 살펴보자. 지난해 말 기준 서흥의 매출액은 2724억원이다. 2004년 설립 당시 금형 제조업을 영위했지만 2008년부터 창신그룹 자재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창신그룹의 자재사업을 맡으면서 서흥의 매출액도 짧은 기간 사이 급증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7년 서흥의 매출액은 78억원에 불과했다. 이 매출액은 2008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1135억원으로 급증하고 2010년 1529억원, 2011년에는 2162억원으로 2000억원을 넘어 섰다.

매출이 급증하니 영업이익도 급증한다. 2008년 영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21억원, 2011년 30억원, 지난해는 131억원와 영업이익률 4.8%를 기록했다.

서흥의 매출 증가에는 해외 계열사를 통한 지원이 절대적이다. 서흥의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 2009년 내부거래를 보면 창신베트남이 506억원, 청도창신혜업유한공사가 564억원을 책임져 주고 있다. 오히려 국내 계열사들은 창신INC가 10억원, 창신정밀이 173억원 등 서흥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일종의 ‘통행세’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창신베트남이 1105억원, 청도창신혜업유한공사가 751억원, 창신인도네시아가 706억원의 매출을 기여하고 있다. 총매출의 94%에 해당한다. 계열사의 도움 없이는 크기 힘든 매출 구조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서흥은 창신INC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2011년 6월부터 창신INC의 지분 매입을 시작한 서흥은 2015년 4월 당시 정 회장과 전 창신 임원들로부터 9만9455주, 30.14%를 586억원에 매입한다.

서흥이 창신INC 지분을 매입할 당시 재무 상황은 좋지 않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흥은 보유 중인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고 창신INC로부터 지급보증도 제공받고 있어 추가적인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2012년에 토지, 건물, 주식 등을 구입하면서 현금 유출액이 190억 원에 이르렀고, 당해 말 현금은 21억원 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창신INC의 지분을 매입한 건 향후 계획을 감안한 행보였다. 공정위는 창신INC가 2018년 서흥과의 합병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흥의 지분은 정 회장의 자제들이 99%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창신INC에 소유한 지분은 희석되면서 자제들이 자연스레 창신INC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하면 서흥의 자산은 2699억원, 창신INC는 4342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이기에 합병비율 도출에 있어 자산이 가장 큰 기준이 되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0.62대 1의 합병비율이 나온다. 여기에 서흥은 그간 내부거래로 수익을 증가시켜 오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성을 반영하면 이보다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맞춰주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지난해 말 이미 서흥이 30.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합병은 서흥에게 상당히 유리하며 이는 정 회장 자제들은 과반을 넘는 창신INC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과반으로만 계산해도 약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거저 얻는 결과를 보인다.

공정위는 “창신INC는 2013년 5월 해외 생산 법인들에게 서흥에게 지급하는 신발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에 대해 7.2%의 추가 수수료를 얹어서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외 생산 법인들에게 수수료율 인상을 지시한 목적은 ‘서흥의 유동성 확보’”임을 언급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라 말하지만 이 경우는 부의 대물림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창신인도네시아는 2013년 완전 자본 잠식, 2016년 영업적자였으며 청도창신은 2015년과 2016년 영업적자 상태였음에도 서흥을 밀어주기 위한 상부의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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