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경제] 절대왕정을 말하다② '아이언 마스크'도 감출 수 없는 루이 14세의 권력
[영화로 보는 경제] 절대왕정을 말하다② '아이언 마스크'도 감출 수 없는 루이 14세의 권력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12.2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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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 시기 절대적 권력과 음모를 그린 아이언 마스크
궁정 문화 '세련화’와 ‘섬세함’ 정점…절대왕정을 설명하는 '태양왕'
'중상주의'로 경제권력의 독점하고 '관료제', '상비군'으로 강화…"짐이 곧 국가다"
아이언 마스크(The Man in the Iron Mask, 1998)감독: 랜달 월러스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루이 14세, 필립), 제레미 아이언스(아라미스), 존 말코비치(아토스), 제라르 드파르디외(포르토스), 가브리엘 번(달타냥)별점: ★★★☆ - 디카프리오는 이때도 연기를 못한 게 아니다 -
아이언 마스크(The Man in the Iron Mask, 1998)
감독: 랜달 월러스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루이 14세, 필립), 제레미 아이언스(아라미스), 존 말코비치(아토스), 제라르 드파르디외(포르토스), 가브리엘 번(달타냥)
별점: ★★★☆ - 디카프리오는 이때도 연기를 못한 게 아니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화려한 금실로 새겨진 옷이 그를 빛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은 범인의 눈에도 쉽게 보일 정도로 빛나고 있다. 그는 이 공간 안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백성들에게 먹을 것이 부족합니다.” “창고에 비축한 음식을 배급해.” “모두 썩어 버렸습니다.” “그럼 서둘러.” 말이 되지 않는 지시사항도 그들에게는 신의 계시와 다를 게 없다. 그가 하사하는 귀금속을 얻기 위해서라면 귀족들도 돼지를 잡으러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루이 14세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가장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이었음은 분명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아이언마스크’는 그런 루이 14세의 절대적인 권력과 이를 둘러싼 음모를 담고 있습니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문명화 과정’에서 “(독일의 궁정문화는)부족한 재력으로나마 루이 14세의 궁정 생활을 모방했고 프랑스어로 말했다”며 “상류층인 귀족 전체가 절대주의 궁정 안에서 봉사하는 계층…(중략)…‘세련화’와 ‘섬세함’의 정점이 귀족 상류층의 종속과 속박의 정도가 강하던 루이 14세 시대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루이 14세가 누리던 생활은 다른 국가의 궁정생활과 프랑스 내 귀족층에게도 따라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세상엔 많은 왕들이 존재했는데 루이 14는 어떻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권력을 잡게 됐을까요. 그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경제권력을 자신의 손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잘생김. 사진=다음영화
잘생김. 사진=다음영화

루이 14세의 절대권력이 우연이 아니었던 이유는 첫 번째로, 앞선 시기의 봉건주의가 해체된 점에 있습니다. 각 영지에서 한 명의 왕처럼 누리던 영주들이 이제는 궁정에서의 귀족으로, 영주들 간의 싸움에서 왕이 승리함에 따라 중앙으로 편입됐습니다.

그것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재산과 지배권의 분할이 오히려 가문의 권력과 존속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경험으로부터 배운 루이 14세는 “모든 일가친척들을 -가능하다면 왕위계승자도- 통치기능에서 그리고 모든 독립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로부터 배제시켰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루이 14세의 통치 형식이 아이언마스크와 같은 이야기를 이끌어 냈습니다.

루이 14세는 궁정에 시민계급을 들입니다. 이는 당대 어느 궁정에서보다도 활발했고 “18세기에 적어도 시민계급 상층부와 궁정귀족들 간에 현저한 관습의 차이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할 수준에까지 이릅니다.

루이 14세는 기존 귀족층과 부상하는 시민계급 사이 경쟁구도를 만들고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한 쪽 손을 들어주며 양쪽이 알아서 눈치를 보게 합니다. 특히 시민계급의 궁정 편입은 토지를 매개로 한 계약 관계가 화폐급료를 매개로 한 절대군주와 중앙 관료집단의 관계로 변화한 것에 기인했고, 우리는 교과서에서 ‘관료제’의 정비라 배웠습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함께 이루어져야할 게 통치권의 집중이며, 그 중심에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루이 14세가 취한 방도는 ‘중상주의’입니다.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관료제’와 ‘중상주의’라는 시대 배경을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루이 14세 치하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콜베르는 귀족 출신이 아닌 상인 집안 출신입니다. 콜베르는 '국가의 부는 귀금속 자원의 양에 근거한다'는 가정에서 정책을 펼칩니다. 즉 금과 은의 확보를 위해 수출은 많이 하고 수입은 줄이는 방식으로, 무역수지를 항상 흑자로 유지시키는 걸 중점으로 뒀습니다.

또 콜베르는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기 위해 상업활동에 대한 면허제도를 시행합니다. 국가가 추진하는 중상주의 정책의 수혜를 아무나 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 잘생김. 사진=다음영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루이 14세는 자신을 치장하는데도 썼지만, ‘자연 국경설’을 주장하며 전쟁비용으로도 많은 금액을 지출합니다. 많은 전쟁을 위해선 많은 병사가 필요합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루이 14세는 전쟁을 사병을 보유한 각 영주들의 도움이 아닌 ‘상비군’을 통해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루이 14세 시기 병사수가 40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해군이 강했다고 하지만 당시 10만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40만의 병사를 직접 고용하는 건 보통의 재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절입니다.

이제 지배권력의 중심에는 ‘토지’가 아닌 ‘화폐’가 자리 잡았습니다. 화폐를 통해 관료를 고용해 궁중 업무를 맡기고 병사를 고용해 군사력을 확보합니다. 루이 14세만큼 재정 규모를 가져갈 수 없는 귀족들은 루이 14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바라보기도 힘든 ‘왕’입니다. 노르베르트는 이를 “세금에 대한 중앙 기능의 통제권을 보장해주고 강화시켜주는 것은 중앙의 손에 집중된 군사력”이며 이에 맞춰 “군사권 독점을 가능하게 한 중앙화된 조세권”이 서로 맞물려 한걸음씩 나아가게 해주었기에 강력한 절대왕정이 가능했다고 언급합니다.

총알이 주인공을 빗겨 나간건 총기가 구식이라 그런걸까. 사진=다음영화
총알이 주인공을 빗겨 나간건 총기가 구식이라 그런걸까. 사진=다음영화

루이 14세에 앞서 샤를 7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징수하자 여러 지역의 대주교는 ‘국가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말라’는 늬앙스로 왕에게 서한을 보냅니다.

또 노르베르트는 루이 14세의 유명한 문구에 대해 “중앙군주들은 이 당시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영토의 조세권을 마치 사유재산인 것처럼 통제하고 있었다”며 그 연장선에서 “‘짐은 곧 국가이다’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합니다.

영화 초반, 루이 14세가 풀어놓은 돼지 한 마리는 어쩌면 단순한 의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궁정귀족들은 왕이 나누어주는 기회를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시골귀족의 예비군 그리고 출세를 노리는 시민계급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았기에 궁정은 부자유 경쟁의 조직"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저 바라보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었던 당대 독보적 절대왕정이었던 루이 14세의 권력은 지금도 눈부시게 남아있는 베르사유 궁전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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