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그룹 왜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일감 몰아줬나
KPX그룹 왜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일감 몰아줬나
  • 김성화
  • 승인 2021.01.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㊸ 공정위 철퇴로 드러난 KPX그룹 경영승계 구도
매출액 소소했던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내부거래로 매출 급증
KPX홀딩스·진양홀딩스 지분 보유한 알짜 계열사, 양준영 부회장 최대주주
양규모 회장 지분 약 480억 수준, 합병 또는 지분 매각 후 승계자금 활용 예상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은 KPX그룹에게 이번 일은 단순히 과징금만큼만 아픈게 아니다. 공정위 처분으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한 경영승계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시선을 받게 됐다.

지난 12일 공정위는 KPX그룹 계열사 진양산업㈜가 양규모 회장의 장남 양준영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베트남 현지 계열사 비나폼(Vina foam)에 대한 스폰지 원료의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6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진양산업은 스폰지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업체로부터 매입해 상당한 이윤을 더해 진양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 법인 비나폼에 수출해왔다”며 “진양산업은 자신이 비나폼에 수출하던 원부자재 중 PPG에 대해 2012년 4월부터 물량 일부를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하기 시작했고 2015년 8월부터는 모든 PPG 수출 물량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했다”고 발표했다.

또 “PPG 수출 물량 이관은 두 회사 모두에서 재직하던 임원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와 관련한 계약 체결이나 상응하는 대가 지급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심지어 2016년 12월까지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실무 인력이 없어 다른 계열사 직원이 수출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진양산업 대표이사와 전무이사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서 각각 이사와 감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이에 따른 지원금액은 36억원에 이른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 부회장이 8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며 양규모 회장이 6%, 부인인 변순자 씨가 6%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2019년 기준 비나폼으로부터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해 매출액이 69억원이니 비나폼으로의 수출이 아니고서는 매출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전신인 삼락상사는 1987년 설립됐으며 1999년 양 부회장은 88%의 지분율로 이미 최대주주였다. 이때만해도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매출액은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보통 2~3억원 매출액으로 별 볼일 없던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커진 건 2012년부터다. 2012년 매출액이 43억원으로 늘었으며 이듬해 51억원으로 또 한 번 증가했다. 2012년 비나폼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40억원, 2013년에는 48억원의 매출을 올려준다. 공정위로부터 적발된 시점과 일치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비나폼의 관계에서 진양산업은 오히려 비중이 적은 부분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수익은 통행세로도 볼 수 있다. 같은 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내부거래 금액을 보면 KPX케미칼로부터 51억원 상품을 매입했고 당해 상품매출원가로 50억원이 잡혀 있다. 상품수출로 인한 매출액이 6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이니,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거쳐 가는 작업만으로 원가의 20%를 수익으로 챙기고 있는 셈이다. 다만 KPX케미칼 사례는 KPX그룹이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아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KPX그룹에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밀어주는 이유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매출액이 아닌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 때문이다.

KPX그룹은 KPX홀딩스와 진양홀딩스를 축으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있다. KPX홀딩스가 지주사, 진양홀딩스가 중간지주사 역할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홀딩스에 11.24%, 진양홀딩스에 13.66%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꼐 KPX홀딩스는 진양홀딩스에 43.74% 지분을 가지고 있다.

양준영 부회장은 KPX홀딩스에 10.4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양규모 회장이 19.64%로 최대주주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지분을 더하면 양 부회장이 약 21.64%의 지주사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총수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KPX홀딩스 지분율은 50.92%로 과반을 넘어 간다. 다만 양규모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증여 받을 시, 26일 오전 11시 20분 주가 5만7800원을 기준으로 약 240억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240억원의 세금을 고스란히 내기 전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KPX홀딩스와 합병한다면 지분율이 희석되고, 양준영 부회장은 KPX홀딩스 지분을 최대로 확보한 상태에서 상속·증여를 받을 수 있다. 또 양 부회장은 현재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진양홀딩스에 대한 간접 지배력까지 추가로 확보 가능하다. 하지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KPX홀딩스 자산이 약 1대 10 수준이며, 이를 만회하고자 할 경우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총수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양준영 부회장이 보유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지분을 그대로 KPX홀딩스에 넘기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총자산은 약 500억원으로 지분 매각 시 세금을 납부할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며, KPX그룹으로서는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