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체제 1년, 물갈이 완성…KT '꼬리 자르기' 또 반복
구현모 체제 1년, 물갈이 완성…KT '꼬리 자르기' 또 반복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2.2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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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2년 차 '황 라인' 줄이고 KAIST 출신 '구 라인' 확보
남중수→이석채→황창규→구현모 물갈이 반복
"구 대표 색채 따라 인사 투입, 경영 성과는 난망"
구현모 KT 대표이사(왼쪽)과 황창규 전 회장. 그래픽=이진휘 기자
구현모 KT 현 대표이사(왼쪽)과 황창규 전 회장.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구현모 대표의 지난 1년은 파격 인사로 시작해 ‘황 라인‘ 물갈이로 끝이 났다. KT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벌어졌던 ‘꼬리 자르기‘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KT는 지난해 3월 구 대표 취임 후 1년 동안 사장·부사장 급 인사를 정리하고 KT스카이라이프, KT SAT(샛), BC카드, 케이뱅크, KT텔레캅 등 핵심 그룹사 경영진을 교체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들은 대부분 황창규 전 회장 임기 시절 주요 인사로 이후 구 대표의 측근들이 배치됐다. 황 전 회장의 색채를 지우고 기술 경영 중심의 확실한 ‘구 라인‘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KT는 박윤영 사장과 이동면 사장을 해임했다. 당시 이들은 구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 9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KT 현직 출신들로 평소 황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와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던 이들이 정리되기까진 1년이 걸렸다. 구 대표는 박윤영 사장을 바로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 공동 경영 자리에 세웠지만 지난해 12월 결국 해임했다. 지난 5일 KT는 이동면 사장도 내보내고 공석에 최원석 사외이사를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장은 구 대표와의 CEO 경합에서 진 후 KT 그룹사인 BC카드로 밀려났다가 1년 만에 해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구현모 대표의 경쟁자를 내보내기 위한 결정으로 공동 사장까지 했던 박윤영 사장은 권력 다툼에서 패한 것이지만 이동면 사장은 처음부터 내보내는 수순으로 계열사로 이동시켰다고 봐야 한다"며 "사장단 급이 계열사로 가면 돌아오는 경우가 없어 내부에서도 이 사장이 그냥 나가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외 황 전 회장의 주요 인사들도 구 회장 취임 후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자회사로 이동한 상태다. 황 전 회장의 신임을 받던 김인회 전 사장과 오성목 전 사장, 윤종진 전 부사장은 구 대표 취임 즉시 KT 경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사장과 윤 전 부사장은 황 전 회장과 같은 ‘삼성맨’ 출신으로 그의 핵심 심복이다. 이필재 전 부사장은 보직이 없는 부근무 발령을 받은 후 그룹사 KTH로 밀려났다. 이 전 부사장은 황 회장 부임 이후 상무에서 부사장까지 승진 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KT 미래 사업을 지휘하는 전홍범 AI/DX융합사업부문 부사장도 임기 1년이 안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자리는 송재호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가 이어받았다. 전 부사장은 앞서 황 전 회장으로부터 미래 신산업을 책임질 전문가로 눈에 띄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진급하고 융합기술원장을 맡은 바 있다.

KT 핵심 그룹사 대표들도 물갈이 대상이 됐다. 박대수 KT텔레캅 전 대표는 임기 1년 만에 장지호 신임 대표로 교체됐다. 박대수 전 대표는 사업협력부문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KT텔레캅으로 이동했다. 그는 황 전 회장 임기 동안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과 KT CR부문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8년엔 KT 대외협력 업무 전반을 도맡았다.

KT 부사장 출신 이문환 케이뱅크 전 행장은 취임 1년도 안돼 사임하고, 지난 9일 서호성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행장은 황 회장 취임 당시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전략기획실장, 경영기획부문장, 기업사업부문장을 맡았고 BC카드 대표직도 역임했다.

위성 자회사 KT SAT을 3년 간 이끌었던 한원식 대표는 지난해 구 대표 부임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한원식 대표는 지난 2017년 황 전 회장으로부터 KT SAT 전권을 받으면서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KT 내에선 무선데이터사업본부장, 기업 프로덕트 본부장을 담당했다. 현재 KT SAT 대표직은 송경민 사장이 맡고 있다. 송 대표는 과거 구 대표와 같은 보직인 비서실장을 역임한 그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구 대표는 핵심 인사를 요직에 앉히며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주로 그와 학연이 겹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 출신들이다. 황 전 회장이 통신 중심 삼성맨 영입 전략을 펼쳤던 것과 달리 구 대표는 기술 경영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진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구 대표 체제에서 KT 내 2인자로 올라온 강국현 KT 사장. 구 대표와 같은 KAIST 경영과학 석사 동문 출신. 사진=KT
구 대표 체제에서 단숨에 2인자로 올라온 강국현 KT 사장. 구 대표와 같은 KAIST 경영과학 석사 동문 출신. 사진=KT

강국현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구 대표 취임 이후 KT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부터는 사장으로 승진하고 구 대표와 나란히 KT 공동 경영에 나선다. 강 사장은 구현모 대표가 석박사를 수료한 KAIST 경영과학 석사 동문이다. 강 사장은 지난 2019년 구현모 대표가 KT스카이라이프 기타비상무이사로 겸임하는 동안 같이 이사회 활동을 했다는 연결고리도 있다.

지난해 강국현 전 대표가 KT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KT스카이라이프 대표 자리는 김철수 전 KTH 대표가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학사와 석사가 전공까지 모두 구 대표와 동일한 관계에 있어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구 대표와 같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KAIST 경영과학 석사 출신이다. 당시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구현모 대표와 학연에 따른 정실인사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런 구시대적 인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KT 미래가치TF장에 새로 발탁된 김형욱 신임 부사장도 구 대표와 마찬가지로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로 졸업한 동문이다.

기업마다 대표가 바뀌면 인사 교체도 당연히 따라오는 수순이지만 KT는 유독 그 규모가 크다. KT는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매번 대규모 인사 물갈이로 꼬리 자르기를 되풀이해 왔다. 전임 대표가 물러나면서 불거진 법적 문제가 후임 대표의 회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황창규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횡령·배임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이석채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취임 직후 KT스카이라이프, BC카드, KT렌탈, KT네트웍스 등 10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에게 퇴임을 통보했다. 황 전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인사를 내보내고 KT 출신 위주 ‘순혈주의‘ 인사를 추진했다.

이석채 전 회장도 지난 2009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앞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며 사임한 남중수 전 사장 색채를 지우기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비통신 출신과 정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기존 KT 출신들은 퇴사하거나 자회사로 밀려났다.

구 대표의 인사 결정도 황 전 회장과 연결된 검찰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황창규 전 회장은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 11억5000만원을 조성한 후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80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19년 1월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에 구 대표도 연루돼 있어 황 전 회장과 확실한 선긋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기존 KT CEO들은 첫해에 물갈이를 진행했는데 구현모 대표는 체제 안정화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구 대표는 2년차 들어 본격적으로 본인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심었고 이는 이전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색채로 회사 경영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체된 통신업 시장에 있으면서 사람만 바꿔 신사업을 한다고 KT 경영상의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라며 “기업 구조도 경직돼 있어 특출난 인물이 와도 KT 같은 회사를 운영하기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임원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KT 회장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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