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뒷담화] 금호석유화학·한진 주총, "현명한 주주들의 현명한 선택"
[재계 뒷담화] 금호석유화학·한진 주총, "현명한 주주들의 현명한 선택"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3.29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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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실망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얻어낸 것이 없으니까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금호석유화학과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사측의 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믿음이 변화에 대한 갈망보다 컸던 거 같습니다.

또 단순히 배당을 높인다고 해서 주주들이 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배당 제안이 표를 얻지 못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박 상무는 보통주 기준 사측 제안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만1000원을 제안했지만 주주들은 사측의 4200원을 선택했습니다. 찬성률도 64.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4200원의 배당액은 총 1158억원에 해당합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19.9%입니다. 1만1000원은 당기순이익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주주의 몫으로 여겨지지만, 주주들이 더 받기를 거부한 셈이죠.

왜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은 많은 배당을 거부했을까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행동주의 참여자들과 투자자들은 현명하다”며 이번 주주들의 결정에 대해 “장기간을 바라보고 주주들이 선택한 것”이라 평했습니다.

이어 허 교수는 “단기적으로 투자 이익을 보려는 주주들도 있지만,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이 회사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순이익을 남겨놓는 게 기업가치를 올리는 길이라 판단 한 것이다”며 “주주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보는 것과 달리 박철완 상무는 단기적으로 바라보고, 주주들을 가벼이 본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주들이 배당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건 한진그룹 사례를 보면 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

2019년 한진칼 주총에서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의 3자 연합이 이사 선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포함해 2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 모두 사측 후보들이 모두 55~56%의 찬성표를 얻어 선임됐습니다.

KCGI가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웠던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나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다만 어떤 능력이냐가 주주들에게 중요하고, 그건 ‘본업’에 대한 이해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KCGI는 김 의장과 배 전 부사장을 내세워 대한항공의 신사업 추진을 강조했지만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본업을 중시하는 태도는 금호석유화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후보들이 최대 32.2%의 찬성률을 얻는데 그쳤고, 특히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마저도 8.16%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찬성했음에도 실패한 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기존 경영진 대비 박 상무 측 인사들이 회사를 더 잘 이끌어갈 것이란 신뢰가 부족했습니다.

올해 한진 주총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방이 함께하는 HYK파트너스가 한진 사외이사 선임건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정원을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추가 이사 선임을 위한 후보를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또 HYK파트너스 또한 배당금으로 사측 600원보다 높은 1000원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선택 받지 못했습니다. 조현민 한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막은 성과도 있었지만,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못했고 상정 됐다면 과연 막을 수 있었을가 싶습니다. 특히 경방은 한진에 요구한 집중투표제나 전자투표제 등 사안들을 정작 본인들 회사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 내로남불이란 이야기가 나오며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 졌습니다. 경방의 지분구조는 총수일가의 장남인 김준 회장과 차남인 김담 사장이 각각 13.44%와 20.98%를 보유하는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8.61%라 변화를 기대하긴 한진보다 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주총부터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 3%룰이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지분율 문제가 아니라 애초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금호석유화학 주총 안건 중 정관 변경 건은 사측과 박 상무 측 제안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측 안이 70% 찬성률로 통과된 건 사람을 보고 표를 던졌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지분을 대량 매입하며 경영권 다툼 바람이 불고 있지만 미풍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급격한 변화를 주주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있는 사업부터 잘하자는 의견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허 교수는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고 위기국면인 상황에서는 기업 내부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사업 추진력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사 선임을 두고 견제와 균형을 말하지만 주주들은 기업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허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계가 경영 투명성도 좋아지고 시장감시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번 주총을 통해 재신임을 받은 경영진은 성과를 통해 시장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막강한 권한을 주되 그만큼의 막강한 책임까지 가져가는 ‘책임경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여기서 경영권 다툼은 끝일까요? 아닙니다. 기업들은 항상, 미리 주주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마땅치 않기에 부실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누구의 돈인지도 모르는 사모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어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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