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외친 KT, 정작 신기술 투자보다 순이익 확보 치중
탈통신 외친 KT, 정작 신기술 투자보다 순이익 확보 치중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4.1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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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R&D 비중 0.66% 역대 최저, 10년 전 투자금의 절반
연구개발 230억원 남겨 배당금 지급, 주가 부양 올인
네이버·카카오·엔씨 R&D 비중 평균 18%, 주가 급등 비결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KT스퀘어에서 열린 'AI/DX' 데이에 참여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KT<br>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1월 KT스퀘어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KT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디지코(Digico) 선언으로 탈통신에 나선 KT가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배당금에 돌려 직접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 KT가 집행한 연구개발(R&D)비는 2305억원으로 전체 매출 23조9167억원의 0.66%에 불과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과거 한국통신에서 KT로 사명을 바꾼 지난 2001년 이후 최저치다. 2001년 KT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3211억원으로 매출의 2.8%를 차지했다.

지난 2010~2020년까지 KT가 집행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그래프=이진휘 기자
지난 2010~2020년까지 KT가 집행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그래프=이진휘 기자

최근 3년과 비교해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KT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지난 2018년(0.75%) 이후 2019년(0.68%), 2020년(0.66%)로 매년 줄고 있다.

실제 집행 금액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전년 2019년보다 230억원, 2년 전보다는 424억원 줄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KT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매출 대비 2~3% 수준을 유지해왔고, 매년 3000억원 이상 많게는 5000억원을 투입했다. KT는 지난 2014년 영업실적 -4066억원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을 때도 연구개발에 4475억원, 매출 비중 2%를 투자했었다.

KT 신기술 투자는 경쟁사에 비해서도 뒤처진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연구개발비로 4282억원을 집행했다. 전체 매출의 2.3% 수준이지만 지난 2019년보다 227억원(5.6%)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연구개발비는 754억원으로 매출 비중은 0.44%에 불과하지만 전년보다 128억원(20.5%) 증가했다.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만큼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 KT 당기순이익은 7034억원으로 전년 6659억원보다 약 400억원 증가했다. 최근 10년 동안 4번째로 높다.

KT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높여 주가 부양을 꾀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배당금을 1100원에서 1350원으로 올려 총 배당금액은 2688억원에서 3265억원으로 577억원 증가했다. 연구개발비에서 줄어든 금액이 고스란히 배당금 지급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로 인해 KT 배당성향은 43.8%에서 49.6%까지 올라갔다. KT는 앞으로도 당기순이익의 50%에 해당하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목표다. KT는 배당금을 지난 2013년까지 2000원으로 유지했지만 이듬해 800원, 다음해 500원까지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중이다.

구현모 대표는 정기 주총에서 “지난해 투자자에게 말한 대로 배당수익률은 5%, 배당금은 1350원”이라며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올해 완료되고 2022년까지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50%를 배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 간 KT 주가 변동 추이. 사진=네이버금융
최근 10년 간 KT 주가 변동 추이. 사진=네이버금융

KT가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탈통신 전략은 기존 통신사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기업용(B2B) 거래로 전체 매출 대비 50% 가까운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디지코 전략엔 수 년째 정체 구간을 지나고 있는 KT 주가를 반등시키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다.

KT가 탈통신 투자를 줄이는 대신 배당금을 높인 건 현금을 풀어 주가를 직접 올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KT는 실제 배당금 정책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두고 있다. KT 주가는 지난 한해 동안 2만5000원 아래를 맴돌다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당금 상향 발표를 한 지난 2월 9일 이후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일엔 최근 1년 사이 최고점 2만87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KT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3만원이 넘던 가격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전략통'으로 여겨지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구개발비를 줄여가며 임기 내 얼마나 디지코 선언을 성공 시킬지는 의문스럽다. 탈통신 분야가 기존 IT 기업들이 이미 뛰어들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시장이기에 단기간 성과물을 내긴 어렵다.

여기에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는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1조3321억원으로 매출의 25.1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5354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12.9%다. 네이버는 지난 한해 동안 주당 가격이 2배 이상 뛰며 지난달엔 41만원까지 올랐다. 카카오는 수 년 동안 주당 10만원 아래 가격을 이어오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해 현재 55만8000원까지 올라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진행 중이다.

게임사에서 종합 IT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는 엔씨소프트도 매년 매출의 15%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381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한다. 엔씨소프트의 연구개발 투자는 IT 신사업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월 KB증권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합작법인 설립 발표를 했고, 지난 1월엔 AI 음성합성, 모션캡처 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케이팝(K-POP) 팬덤 앱 ‘유니버스‘를 134개국에 출시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5년 간 꾸준히 오르며 10만원 초반대에서 지난 2월엔 100만원을 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의 연구개발 비용에서 통신과 탈통신 중 어떤 분야의 금액을 줄였는지 따져 봐야겠지만 원래부터 KT 연구개발비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었다“며 “KT가 지금까지 SK텔레콤보다 배당을 많이 했던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 배당을 많이 올리면서 최근 주가 상승에 작용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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