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이성희 회장 1년,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역대급' 속내는?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이성희 회장 1년,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역대급' 속내는?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5.14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희 취임 후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창사 이래 최고 96%
농협중앙회, 농협정보시스템 100% 보유…배당금으로 순이익 회수
농협중앙회 일감몰아주고, 농협정보시스템 배당금 주고 '회전문'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농협정보시스템은 내부거래로 올린 이익을 모조리 농협중앙회로 되넘기는 기업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그룹 수장을 맡은 지난해 농협정보시스템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창사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농협정보시스템은 지난 2006년 설립된 시스템통합(SI) 회사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 솔루션 컨설팅업 등을 주사업으로 하며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농협유통, 농협하나로유통,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등 계열사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정보시스템 내부거래 비중은 95.7%로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높았다. 내부거래 매출도 전체 매출 2543억원 중 2435억원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중 지주사 농협중앙회와 핵심 계열사 NH농협은행 간 내부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농협정보시스템은 농협은행에서 1029억원, 농협중앙회를 통해 607억원 매출을 올렸고 이는 내부거래 매출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내부거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농협정보시스템이 수주한 대규모 거래도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1327억원 전액 현금 지급됐다. 지난 2019년엔 수의계약으로 현금 1543억원을 지급받았다. 현금거래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지난 한해 동안 미수금은 4만원에 그쳤다.

농협정보시스템은 출범 이후 15년 동안 내부거래 비중이 80% 밑으로 떨어진 적이 단 2번뿐이다. 내부거래 비중 90%를 넘은 횟수는 9번이나 된다.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은 해가 지날수록 급격히 늘었다. 출범 다음해인 2007년 농협정보시스템 매출 274억원 중 내부거래 비중은 10.5%(29억원)였지만, 2008년 곧바로 내부거래 규모를 478억원까지 끌어올려 비중이 95.6%로 치솟았다. 이후 연단위 적게는 200억원, 많게는 700억원씩 내부거래를 늘려나갔다.

농협정보시스템은 국회의 일감몰아주기 질타 직후 내부거래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이는 눈가림에 불과했다. 지난 2015년 민병두 전 의원은 NH개발(현 농협네트웍스), 협동기획(현 농협파트너스), 농협정보시스템, 농민신문, NH손해보험 등 계열사에서 그룹 일감몰아주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농협금융 계열사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5년 6월 사이 농협 계열사 내부거래 중 농협정보시스템이 7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민병두 전 의원은 “농협금융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감독당국이 적절한 개선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농협정보시스템은 내부거래 매출을 2015년 1822억원에서 이듬해 1130억원으로 대폭 줄여 내부거래 비중도 91.4%에서 54.4%로 축소됐다. 하지만 1년 뒤 내부거래 이슈가 잠잠해지자 농협정보시스템은 다시 내부거래 매출을 1875억원까지 늘려 비중을 92.6%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정보시스템은 그룹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엮였지만 당시는 규모가 크지 않아 큰 여파를 피해갔다. 농협중앙회가 계약사무처리준칙 변칙운영으로 자회사에 시설공사 일감 96%를 몰아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2007년부터 5년 간 농협그룹의 경쟁입찰 대상 시설공사 계약 110건 중 106건이 수의계약이었고 대다수가 NH개발, 2건(약 37억원)만 농협정보시스템이었다.

농협정보시스템이 내부거래 의존도가 극심하고 수의계약이 만연해도 이를 방지할 법적 규제는 없다. 농협그룹은 공정위 대기업 집단 그룹이지만 총수일가 경영이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71개 대기업집단 중에 ‘총수 없는 집단’은 포스코, KT, 농협, 대우조선해양, 쿠팡 등 11곳으로 농협의 동일인은 농협중앙회다.

지난 2014~2020년 농협정보시스템 순이익과 배당총액 추이. 그래프=이진휘 기자
지난 2014~2020년 농협정보시스템 순이익과 배당총액 추이. 농협정보시스템의 배당금은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로 전액 넘어간다. 그래프=이진휘 기자

농협정보시스템은 내부거래를 통해 만들어낸 수익을 배당금 명목으로 지주사 농협중앙회에 그대로 전달하고 있어 사실상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출범 당시부터 농협정보시스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정보시스템에 들어온 자금을 배당금 형식으로 농협중앙회에 흘려보내는 이른바 회전문 방식이다.

농협정보시스템은 지난 2014~2019년 6년 연속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농협중앙회에 넘겼다. 이 기간 동안 배당성향은 평균 143%였으며 지난 2016년엔 순이익 2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연도별 배당성향, 순이익, 배당총액은 각각 ▲2014년 100%, 47억원, 47억원 ▲2015년 118.9%, 59억원, 70억원▲2016년 190.6%, 42억원, 80억원 ▲2017년 186.5%, 54억원, 100억원 ▲2018년 145.4%, 69억원, 100억원 ▲2019년 115.4%, 87억원, 100억원이다. 

지속적으로 주당 배당금을 올린 결과다. 지난 2009년 400원에 불과하던 배당금은 8년 만에 2000원이 됐다. 1주당 가격이 5000원인 점을 볼 때 배당률을 40%까지 올린 셈이다. 배당 지출이 순이익보다 크다보니 부족한 금액은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갔다. 이익잉여금은 2013년 232억원에서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해엔 150억원까지 축소됐다.

지난해 순이익은 82억원이었지만 배당금에 78억원을 썼다. 배당금은 이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순이익 전액에 맞먹는다. 이성희 회장 체제에서 그룹사 내부거래 비중이 대폭 늘어나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농협중앙회가 취할 배당금도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규제 사각지대 속 농협정보시스템의 그룹 내부거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NH농협은행 등 금융회사는 농협정보시스템을 통한 클라우드 확장 시도 중이다.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내부 계열사 클라우드 이용시 전자금융감독규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에 농협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이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 보고 규정인 ‘전자금융감독규정 제14조의2‘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계열사 클라우드 이용은 상용 서비스 이용이 아닌 내부 시스템 이용이라는 판단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 절차, 규정, 보고 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외부 클라우드 도입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성희 회장도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디지털 역량은 농협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요인으로 디지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며 “금융권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금융을 만드는 일에도 끊임없이 노력해 주시길 특별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