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흥행 실패…'승자의 저주' 두려웠나
이베이코리아 흥행 실패…'승자의 저주' 두려웠나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6.08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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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본입찰, 초반 관심 불구 롯데 VS 신세계 2파전으로
비싼 5조원 가격, 모바일 플랫폼 보완, 카카오뱅크 지분 제외 등
"아마존 대응 시급한 이베이, 이번에 거래 성사할 것"
사진=이베이코리아
사진=이베이코리아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5조원 매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초반 흥행몰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전통 유통 강자들의 자금력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마감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는 롯데그룹(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이마트)만 참여했다. 예비입찰 리스트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SK텔레콤과 홈플러스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끝내 불참했다. SK텔레콤은 인수적격 후보자들 사이 이커머스 선두주자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은 6%, 쓱닷컴 4%, 롯데온 3%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가격이 맞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비입찰에는 시장 대응 수준에서만 참여한 것으로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목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3위 매물이란 이유로 매각 발표 당시 유통 시장 초미의 관심사다. 플랫폼 시너지를 고려한 카카오와 네이버뿐 아니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이커머스 강자 쿠팡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가 주목 받은 이유는 5조원이란 비싼 인수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는 국내 유일 이커머스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38% 증가한 8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이베이코리아 실적은 더욱 향상됐다. 미국 이베이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베이코리아 매출은 약 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500억원보다 약 25% 늘었다. 1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의 30% 이상 달성해 역대 분기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G마켓, 옥션, G9 3개 플랫폼을 통해 연 20조원 거래액을 달성하는 것도 이베이코리아 강점 중 하나다. 어떤 플랫폼이라도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단숨에 시장 판도를 뒤집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네이버 27조원, 쿠팡 22조원, 11번가 10조원, 롯데온 7조원, 쓱닷컴 4조원이었다.

그럼에도 5조원이라는 액수에 대한 부담이 최종 흥행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오픈마켓 형태로만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플랫폼 특성상 자산 규모가 적어 과감한 배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공시된 지난 2018년 말 기준 이베이코리아 자산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5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5조원을 넘어가는 인수금액이 결국 흥행이 저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며 “카카오 같은 기업은 이미 확보한 회원수를 적극 활용해 5조원만큼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반면, 롯데나 신세계는 회원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성장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보유 카카오뱅크 지분 3.74%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5조원 투자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120억원 출자 후 이후에도 200억원씩 두 차례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가치는 3500억원에 달한다.

5조원 인수 대금 외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도 구매도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인수 기업은 이베이코리아가 PC 이용자가 많아 모바일 활성을 위한 시스템 강화 등 추가 지출을 고려해야 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G마켓과 옥션 등 이베이코리아 PC 유입률은 40%에 못 미친다. 또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 비율이 30%이기에 네이버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5조원 배팅이 인수 기업에게 도리어 ‘승자의 저주‘로 돌아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점유율 확보 만으로 인수하기에는 5조원 금액은 지나치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인수에 뛰어들지 못한 것도 인수가에 추가 비용 지출까지 고려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만이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두 기업 간 현금 확보 싸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네이버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20% 인수해 2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다. 이마트가 가진 현금 4조원 이상에 네이버 자금 수혈로 5조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만으로도 현재 12조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야구단 인수 등을 진행한 신세계그룹보다 현금 창출 면에서 낫고 최근 굵직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던 터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서기에도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본입찰 인수의향서에 써낸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책정한 적정 가격은 3~4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가 수 년 전부터 한국 철수를 검토해 왔기에 이번에 매각 희망가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매각 철수 없이 롯데와 신세계 중 한 곳과 거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대종 교수는 “이베이 입장에서는 가급적으로 최고 입찰가격을 부르는 곳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이베이는 한국에서 이미 투자한 것보다 목표 이상의 수익을 냈고 미국에서도 아마존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이 나타났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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