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따라가는 티빙…무너진 OTT '합종연횡' 꿈
디즈니플러스 따라가는 티빙…무너진 OTT '합종연횡' 꿈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6.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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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디플처럼 티빙 키우기…웨이브·LG유플러스 손절
OTT 사업자 갈등 고조…합종연횡 아닌 각자도생 살아남기
문체부·과기정통부·방통위 분산된 OTT 부처, 콘트롤타워 부재
티빙(왼쪽)과 디즈니플러스(오른쪽) 화면. 사진=각 사 제공
티빙(왼쪽)과 디즈니플러스(오른쪽) 화면. 사진=각 사 제공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CJ ENM이 자체 콘텐츠를 티빙에 몰아주는 ‘디즈니플러스‘ 전략을 구사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의 ‘합종연횡’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CJ ENM은 지난 12일부터 LG유플러스 U+모바일tv에 제공하던 tvN, OCN, 엠넷 등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CJ ENM이 자사 콘텐츠 저평가를 이유로 U+모바일tv에 175% 비용 인상을 요구했고 LG유플러스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KT OTT 시즌도 CJ ENM 콘텐츠 공급이 중단될 위기다. CJ ENM은 KT 시즌에 콘텐츠 사용료 1000%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송출중단)‘은 콘텐츠 사용료 갈등 결과지만, 여기엔 CJ ENM이 자사 콘텐츠를 자회사 티빙에만 제공해 독자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CJ ENM이 경쟁사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웨이브를 출범하자 CJ ENM은 웨이브에 실시간 채널을 중단한 후 순차적으로 주문형비디오(VoD) 공급도 중단했다.

이러한 전략은 디즈니플러스의 ‘가두리 양식‘ 전략과 닮아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적재산권(IP)을 무기로 특유의 폐쇄적인 콘텐츠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출시 후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고, 올해 초에는 웨이브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시 1년 4개월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해 현재 글로벌 1위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다. 

OTT 업계의 콘텐츠 갈등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OTT에 대비한 국산 플랫폼 간 합종연횡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당초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U+모바일tv 등은 정부 주도 하에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한 상생과 협력 방안에 대해 서로 논의해 왔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발표 이후 합종연횡 필요성은 더욱 대두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미디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자본이나 기술력면에서 국내 OTT가 따라갈 수준이 아니기에 국산 OTT의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며 “디즈니플러스 진출 이후 국내 시장은 더욱 미디어 의존성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어 국산 OTT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다같이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콘트롤타워 부재로 정부 관리가 분산 운영된 점이 OTT 시장 대응 실패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미디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범부처 OTT 협의체를 마련한 이후 과기정통부, 문체부 방통위 각각의 정부 부처들이 서로 OTT 관할에 대한 주도권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부터 OTT 활성화지원팀을 꾸리고 운영 중이다. 방통위도 지난해 8월 OTT 정책협력팀을 신설하고 OTT 활성화 협의체를 구성했다. 문체부는 올해 3월 OTT 콘텐츠팀을 신설했다. 범부처 간 OTT 협의체 회의는 지난해 9월 구성 이후 비공식 회의 한차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각각의 OTT 담당 부처들이 겪고 있는 내부 상황들이다. 문체부는 웨이브, 왓챠, 티빙, KT, LG유플러스와 음악권료 분쟁으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OTT 사업자들과 직접적인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과기정통부 OTT활성화지원팀은 전신이 방송채널(PP)사업정책팀인 이유로 이달까지 홈쇼핑 재승인 업무가 진행되고 있어 OTT 정책 추진에 혼선을 빚고 있다. 방통위 OTT정책협력팀은 담당 팀장이 현재 5개월째 공석이고 사무관 1명만 남아 있어 사실상 해체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콘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듣고 있지만 현재 부처 간 합의로 OTT 정책 업무를 보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국내 OTT 사업자들 간 합종연횡은 필요한 부분이기에 협력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는데 서로 경쟁 구도에 있어 실제적인 협력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CJ ENM 송출 중단 사태에서도 서로 협상을 권고했지만 이용자의 보편적 시청권 확보보다 기업의 경영 전략이 우선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OTT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OTT들의 한국 공략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향후 국내 OTT 사업자들의 생존은 더욱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미 국내 1위 점유율을 달성하고 월간이용자수(MAU) 1000만명에 육박한 넷플릭스는 15일(현지시각) 아시아 지역 승진 임원 6명 중 한국 인사 2명을 올려 국내 시장 확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하반기에 국내에 정식 출시할 디즈니플러스도 자체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무장해 한국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제작사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올해 3월 “그동안 한국의 콘텐츠 제작 수준은 월등하게 높아졌고 전 세계에서도 인기인 만큼 최대한 한국 현지 제작자들을 활용할 것”이라며 “수준 높은 한국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자체 콘텐츠를 준비하려다 보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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