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11번가 '일편단심', 'SK스토아' 앞날은?
박정호 11번가 '일편단심', 'SK스토아' 앞날은?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6.1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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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토아 잔류, 11번가 합병 기대감 꺾여 '낙동강 오리알'
채널 다툼에 수수료만 757억원, 방송사업매출 50%
KT알파·GS리테일·CJ ENM 거대 합병사에 맞선 SK스토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그래픽=이진휘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스토아는 내버려둔 채 11번가만 데려간다. 박 대표의 집중 관심을 받는 11번가와 달리 SK스토아는 독자생존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오는 11월에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에서 신설회사에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등 16개 자회사가 이동한다. 존속회사에는 SK브로드밴드, SK스토아, SK텔링크, PS&마케팅 등이 남는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통신과 비(非)통신 사업 분리다. 존속 SK텔레콤에 전통 통신과 미디어 관련 자회사를 남기고 핵심 신사업 동력을 갖춘 자회사는 모두 신설회사로 넘어간다. 박 대표가 신설회사 수장으로 활동하며 주요 신사업 자회사들의 성장 발판 마련과 상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양대 커머스 기업 중 11번가만 신설회사로 이동하면서 SK스토아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초 분할 계획에서 SK스토아도 커머스 시너지를 위해 신설회사로 가기로 했으나 내부 결정에 따라 존속회사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SK스토아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과기정통부에 최대주주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SK스토아는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사업자로 정부 인가를 받고 있다.

11번가와 SK스토아가 갈라지면서 커머스 시너지 효과는 사라질 위기다. 양사는 그간 사업 유사성이 높아 제휴몰 연동 판매 등을 통한 협업으로 커머스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해 왔다. SK스토아가 지난달 론칭한 ‘쇼핑라이브‘ 서비스도 11번가에 동시송출하고 있다.

양사 합병 기대감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박 대표 주도로 11번가와 SK스토아가 SK텔레콤에서 만났기에 업계에선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에 속해 있던 SK스토아를 100% 자회사로 승격시켰다. 이보다 한해 앞선 2018년엔 11번가를 SK플래닛 이커머스 사업에서 떼어내 자회사로 편성했다.

박정호 대표 품에서 멀어진 SK스토아의 향후 독자생존이 관건이다. 11번가와의 시너지 효과도 잃게 돼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동덕여대 교수)은 “SK텔레콤이 11번가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재 쿠팡, 신세계, 롯데 등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변동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11번가 같은 경우는 고객층이 두꺼워 고객 보존이 가능한데 SK스토아는 그렇지 못해 성장을 일단 배제하고 T커머스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 현대나 롯데에서 T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메타버스 연구를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다“며 “SK스토아도 새로운 형태의 스트리밍 서비스나 고객과의 지속 교류가 가능한 혁신적인 소통 방법을 고안해내지 않으면 지금 경쟁 구도에서 돈만 갖다뿌리는 방식으론 살아남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측은 경영진이 SK스토아 유통 부문보다는 향후 미디어 시너지 강화를 고려해 지배구조 개편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스토아가 쇼핑 부문으로 유통 사업을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미디어 사업체로 보고 있다”며 “비즈니스 연관성도 IPTV 채널이 있는 SK브로드밴드와의 연계성이 더 커서 미디어 성장을 위해서 존속법인에 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에서 SK스토아와 11번가가 분리된 데에는 이커머스 위주로 재편되는 온라인 시장 변화에 따른 요인도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 특수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T커머스와 이커머스 간 시장 규모 차이는 30배 이상으로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1% 증가한 161조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5조40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T커머스 시장 내 SK스토아 위치는 안정적이다고 볼 순 없다. 대표적 T커머스 경쟁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상황이다. KTH는 모바일 쿠폰 기업 KT엠하우스와 다음달 합병하고 ‘KT알파‘로 재탄생한다. GS홈쇼핑도 다음달 GS리테일을 흡수합병해 유통 시너지 강화에 나선다. CJ오쇼핑은 지난 2018년 CJ E&M과 합병하고 거대기업 CJ ENM이 됐다.

또 SK스토아는 홈쇼핑 사업 특성상 채널 송출수수료로 지급되는 비용도 만만찮다. 채널 사용을 위해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사업자에게 각각 이용료를 내야 한다. 방통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SK스토아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757억원이 송출수수료로 빠져나갔다. 이는 방송사업매출(1504억원)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업계 평균 송출수수료 비중 15.9%보다 크게 상회한다.

경쟁사 간 채널 다툼도 치열해 유지 비용 증가도 부담 요소다. 홈쇼핑 번호 다툼이 격화되던 지난 2018년 SK스토아는 KT에서 4번을 확보하면서 도미노식으로 롯데홈쇼핑이 30번에 밀려났지만, 1년 뒤 롯데홈쇼핑이 4번 자리를 꿰차면서 SK스토아는 17번이 됐다. SK스토아는 현재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IPTV 채널에서 모두 17번이며 번호를 앞으로 옮기려면 또 다시 거액의 송출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올해 3월 열린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자회사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11번가 상장은 오는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사진=SK텔레콤
올해 3월 열린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자회사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11번가 상장은 오는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사진=SK텔레콤

11번가는 현재 SK텔레콤 지원에 힘입어 오는 2023년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파트너로 데려와 협력을 다지고 있다. 11번가는 연내 아마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해외직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성과에 따라 아마존은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올해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서는 언어, 결제, 배송, 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가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경영권단에서 내린 결정이라 자회사 편성에 대해선 공시로 밝히지 않는 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11번가와 SK스토아는 처음부터 완전히 성격이 다른 회사라 합병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따로 운영한 것과 같은 경영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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