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김범석 한국 책임 피하기…쿠팡 의장 사임으로 동일인·중대재해법 '꼼수'
'미국인' 김범석 한국 책임 피하기…쿠팡 의장 사임으로 동일인·중대재해법 '꼼수'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6.2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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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일 국내 경영 손떼
중대재해법 형사책임 회피, "김범석, 기업인 자세 부족"
쿠팡 미국법인 경영 계속해 공정위 총수 지정은 불가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경영권을 포기하는 듯한 방식으로 공정위 총수 지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를 동시에 꾀하고 있어 ‘꼼수‘ 경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쿠팡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 등 국내법인 관련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강한승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과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김 의장은 글로벌 확장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 사임은 우선 공정위 감시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공정위가 지난달 총수지정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김 의장이 곧바로 지난달 31일 사임 결정을 내렸다. 최종 결정은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이뤄졌다. 쿠팡 대표에서 이사회 의장직으로 물러난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쿠팡을 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했지만, 김 의장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총수) 지정에서 벗어났다. 동일인에 지정되면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이들과의 거래 내역 모두 공시 대상이 되는 등 규제를 받는다.

총수지정제 사각지대 논란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1일 내년 총수지정제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제도 개선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총수의 정의, 요건, 변경·확인 절차 등 세부규정안 마련이 핵심이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법인 쿠팡INC에서 여전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유지하고 있어 내년엔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차등의결권을 적용한 76.2% 의결권으로 국내 쿠팡 경영에서도 실질적인 주인 행세가 가능하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C)도 지난 2017년 이사회 의장, 2018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까지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네이버 동일인으로 분류된다. 공정위는 이해진 GIC가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M&A)을 주도할 뿐 아니라 국내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속 행사 중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공정위 대기업그룹 집단 총수에 지정된 사례 또한 많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200대 그룹을 분석한 결과 총수급 지배주주 200명 중 그룹 내 상장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27%에 달했다.

김 의장은 국내 경영권 포기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도 완전히 제외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노동자 사고사 과실 책임에 따라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다.

쿠팡은 올해 초 상장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주요 리스크로 언급한 바 있다. 쿠팡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형사처벌, 처벌사실의 공표, 실제 손해의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포함한 금전책임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주체도 기존 법보다 확대돼 안전 보건업무 감독자와 더불어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이 있는 자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선 노동자 사망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김 의장은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선 지난해 3월부터 최근 1년 동안 노동자 7명이 과로사 추정으로 사망했다. 이중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는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 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이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관련 노동자의 안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 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이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관련 노동자의 안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쿠팡이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 의장 사임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해당 물류센터에선 스프링클러 작동 지연 정황이 밝혀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쿠팡 측 책임이 확인되면 담당자와 경영진 처벌로 이어질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는 “물류센터에서 화재 위험이 큰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김범석 의장 사임은 국내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여러가지 법적 이슈와 대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 쿠팡INC로 한국 인사나 경영권을 계속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자회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 교수는 “한국에서 발을 빼면서 꼬리자르기 형태를 취하다 최근 화재 사태도 터졌는데 국내에서 벌어지는 법적 이슈에 수습하지 않고 빠져나가려는 대응 방식에서 기업인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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