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글로비스 주식 환원? 애초에 생각 없었을걸 [재계 뒷담화]
정의선 회장 글로비스 주식 환원? 애초에 생각 없었을걸 [재계 뒷담화]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7.19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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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몽구 명예회장 비자금 사건 대국민 사과
"승계 의혹 관련 글로비스 주식 조건 없는 사회환원" 약속
2015년 사익편취 규제 앞두고 지분율 조정…규제 회피 후 꾸준한 일감 몰아주기
공정거래법 개정에 공익재단 우회 지배도 비효율…눈 딱 감고 합병하는 게 최선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경영승계와 관련해 늘 이슈였지만 이번엔 성격이 좀 다릅니다. 15년 전 약속했던 ‘조건 없는 사회환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 회장이 약속을 지키길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잊혔던 기억을 되살리며 알려졌습니다.

2006년 검찰의 수사 결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700억원 횡령과 1500억원 배임이 드러났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당해 4월 19일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 밝혔습니다.

15년이 흐른 지금,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었고 그간 보여준 행보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현대차 총수일가가 글로비스 주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굳어진 건 2014년 무렵으로 보입니다. 2007년 정몽구 명예회장은 6500억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 '일부'와 이노션 지분 20% 등 8500억원을 출연해 현대차정몽구재단을 만들었다.

'일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지만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정 회장 부자를 합하면 43.39%로 훨씬 높았습니다. 이를 30%에서 1주 부족한 29.99%로 맞춘 것입니다. 어차피 환원하기로 약속한 지분을, 가지고 있을 거라면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은데 왜 애매한 숫자인 29.99%로 맞췄을까요?

이는 당시 시행을 앞두고 있던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을 더해 30% 이상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유예기간 동안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조정한 것입니다. 만약 사회환원 의지가 있었다면 오히려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환원하기 좋은 타이밍이었을 겁니다. 2015년 2월 총수일가는 글로비스 지분을 재단에 넘기는 방식도 아닌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면서 차익도 얻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2001년과 2002년 각각 14억9800만원을 들여 지분을 확보했고,  2015년 2월 322만2170주는 8055억4300만원에 매각됐습니다.

글로비스를 알뜰살뜰하게 키워온 점도 사회환원 의지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글로비스는 국내 기업 중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여겨집니다. 물류회사인 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와 계약을 맺고 쉽게 수익을 올리며 기업을 키워 왔습니다.

2012년 전체 매출의 84%에 이르던 글로비스 내부거래 비중은 사익편취 규제 시행과 맞물려 2015년 69%까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규제 회피 후 2016년 70%를 유지하며 여전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도 매출 12조9099억원 중 8조9989억원, 69%를 내부거래로 올리며 여전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2014년 말 자산이 5조5416억원이던 글로비스의 몸집은 9조6562억원으로 1.7배가 커졌습니다.

매년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찍혀가면서도 총수일가가 글로비스를 놓지 못하긴 커녕 더욱 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정 회장 경영승계작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총수일가 또한 2006년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에 대해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고 그렇기에 사회환원을 하겠다 밝힌 만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지만 정 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그대로 포기할 거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승계작업을 더 서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여전히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글로비스를 활용한 모비스 지분 확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순환출자 구조로 연결돼 있고, 같은 값이라면 규모가 가장 작은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합병하는 게 가장 많은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이를 위해 2018년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미루어 졌고, 그때 진행하지 못하면서 이런 일까지 겪고 있습니다.

사회환원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기에 더욱 꺼려집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지만, 상장사는 특수관계인을 합해 의결권을 2023년 30%에서 매년 5%이 줄여 2026년 15%까지 제한합니다. 즉 재단을 만들어 29.99% 지분을 넘겨 우회 지배력을 행사하려 해도 14.99%는 무용지물이 돼버리니 굳이 넘겨도 간접 지배력 확보도 어렵습니다.

눈 딱 감고 모른 척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을 진행할까요? 지배력 확보에는 가장 좋은 방안입니다. 아니라면 모비스에 총수일가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거나 스왑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모비스에 매각하거나 스왑한다면 적어도 글로비스 지분은 총수일가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2006년 당시 1조였던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은 현재 2조2500억원에 달합니다. 글로비스는 50억원 자본금에 총수일가 100% 지분율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15년을 버틴 보람이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며 현대차그룹 총수일가의 사회환원을 촉구 했지만 그 기대는 접으시는 게 좋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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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2021-07-25 08:32:55
요즘 시대에 아직 이런 기사라니.. 정말 좋은 기자이고, 좋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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